영화 - 매란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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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매란방
  • 이경철
  • 승인 2009.03.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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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4년 명망 있는 경극 가문에서 태어난 매란방(리밍.黎明)은 스승을 넘어서 최고의 스타로 자리를 잡는다. 그의 뒤에는 무대에 새로운 스타일을 도입하라고 조언하는 의형제 구여백이 있다.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서 경극계 일인자로 오랫동안 군림하던 그는 남장전문배우 맹소동(장쯔이.章子怡)을 만나 흔들리고 처음으로 연인과 영화를 보러 가는 평범한 삶을 꿈꾼다.

그러나 구여백을 비롯한 주위 사람들은 매란방에게 맹소동을 버리고 세계로 향할 것을 종용하고 매란방은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인 무대를 선보인다. 중국에 돌아오자 이번에는 그를 이용해 중국인들을 회유하려는 일본군이 기다리고 있다.

"패왕별희"로 국제적 명성을 얻은 천카이거(陳凱歌) 감독의 신작 "매란방"은 실존했던 경극 배우 매란방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다.

"매란방"은 경극 배우라는 공통된 주인공을 내세우고도 "패왕별희"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패왕별희"가 격변하는 시대에 휩쓸리는 예술가들의 비극과 꺾이지 않는 예술혼에 초점을 맞췄다면 "매란방"은 매란방의 삶 자체와 경극 무대에 집중한다. 그러다 보니 영화는 매란방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여러 사건들의 나열이 됐다.

영화에서 매란방은 부서질 듯 불안정하고 괴팍한 예술가가 아니라 중국인의 혼을 대변한다는 인정을 받고 대중의 사랑을 받는 스타로 그려졌다. 이 때문에 주위 환경에 그의 발목을 잡는 장애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인간 매란방과 배우 매란방 사이의 내적 갈등은 감독이 의도한 것만큼 절실하게 전달되지는 않는다.

리밍이 연기한 매란방도 자연스럽게 점잖고 온유한 분위기를 풍긴다. "패왕별희와는 다른 작품"이라는 천 감독의 말에도 "패왕별희"의 장궈룽(장국영.張國榮)과의 비교를 피할 수 없는데, 여장을 하고 무대에 오른 리밍에게서는 장궈룽이 풍기던 애처로운 분위기나 감정의 굴곡이 느껴지지 않는다.

원본을 해외 개봉버전으로 2시간10분 정도로 맞춰 편집하면서 10여분 분량이 잘려나갔고, 이 때문인지 장면간 연결이 매끄럽지 않은 부분이 많다.

다음달 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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