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혈증 특집] 죽상경화증과 콜레스테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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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혈증 특집] 죽상경화증과 콜레스테롤
  • 이경철
  • 승인 2009.03.25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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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죽상경화증과 동맥경화증
죽상경화증(atherosclerosis)이란 희랍어 어원으로 "athero"는 “粥狀(gruel, 먹는 죽과 같은)”을, “sclerosis”는 “硬貨(단단하게 됨)”를 의미하며, 동맥벽에 콜레스테롤과 염증세포 등이 침착되어 형성된 핵(core)부분과 이를 싸고 있는 모자(cap)부분으로 구성된 죽상종(atheroma)이 혈관 내경의 협착을 일으켜 병적인 상태를 유발하는 질환이다. 죽상경화증을 흔히 동맥경화증(arteriosclerosis)이라고도 하는데, 엄밀하게 말하면 죽상경화증과 동맥경화증은 서로 다른 병적 상태이다. 즉, 동맥경화증은 고혈압이나 노화에 따라 동맥의 중막에 미만성으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서 섬유화가 진행되고, 이로 인해 혈관의 탄성이 감소하고 혈압이 상승하며, 임상적으로 심근비대 등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반면, 죽상경화증은 국소적인 분포를 보이며, 주로 동맥의 내막에 죽상종을 형성하고, 이에 따라 혈관 내경이 좁아지므로 혈류의 장애가 초래되어, 임상적으로 심근, 뇌, 사지 허혈증으로 발현하게 된다. 동맥경화증은 고혈압이나 노화과정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작용하는 반면, 죽상경화증은 고콜레스테롤혈증이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2. 죽상경화증의 조직학적 분류
죽상경화증의 발생은 하나의 거대한 스펙트럼이므로 각 단계를 명확히 구분하기는 어려우나, 미국 심장학회의 중견 의학자들이 인체 부검례의 경험을 바탕으로 죽상경화 병변의 진행에 따라 6단계로 분류하였다.
1단계는 죽상경화병변의 ‘초기병변(initial lesion)’으로서, 지질 침착으로 인한 내막의 비후와 대식세포의 출현이 현미경적으로 관찰되며, 주로 죽상경화병변의 호발부위인 분지 부위에서 흔히 관찰된다.
2단계는 ‘지방흔(fatty streak)’으로서, 동맥 내벽에 노란색의 가는 선이 육안적으로 관찰되어 붙여진 이름이며, 세포내 지질을 많이 함유한 대식거품세포들이 많이 관찰된다.
3단계는 ‘전구죽상종(preatheroma)’으로서, 대식거품세포의 일부가 죽어서 세포 외부에 지질 방울들이 축적되기 시작하여, 내막에 군데군데 지방으로 이루어진 풀(pool)이 형성되는 단계이다.
4단계는 ‘죽상종 병변(atheroma)’으로 세포외 지질 축적이 더 진행하여 커다란 지질핵(lipid core)을 형성한 병변이다.
5단계는 ‘섬유죽상종(fibroatheroma)’으로 지질핵이 더욱 커지고, 그 위를 섬유화층이 둘러싸서 ‘섬유성 모자(fibrous cap)’를 형성하게 되는 병변이다.
6단계는 ‘복합병변(complicated lesion)"으로서 섬유화 모자가 파열되면서 혈전이 형성되거나, 죽상종내 출혈, 혈관 수축 등이 발생하여 혈관 내경이 급격히 좁아지는 상태로, 임상적으로 불안정형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의 질환을 유발하게 된다.

3. 죽상경화증의 발생 기전
죽상경화증의 초기에는 내피세포의 손상 또는 내막의 변성 등에 의해 내막에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축적되어 산화되고, 그 결과 생성되는 산화-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oxidized LDL-cholesterol)에 의해서 혈관 내피세포의 장애가 발생하고, 국소 싸이토카인의 분비가 증가하게 된다. 이러한 싸이토카인은 백혈구의 부착분자(adhesion molecule) 및 화학유인분자(chemoattractant molecule)의 발현을 증가시키고, 이러한 분자들의 작용을 통해 단핵구가 혈관벽으로 침윤하고 대식세포로 분화하며, 분화된 대식세포는 혈관벽에 적체되어 산화된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탐식하여 거품세포로 변한다. 이렇게 형성된 거품세포는 매우 강력한 염증세포로서 여러 유주/성장인자 및 싸이토카인 등을 분비하여 평활근세포의 유주와 증식을 폭발적으로 항진시킨다. 거품세포에서 유리되는 유주/성장인자들에 의해서 중막의 평활근세포는 내막으로 이동하여 증식하게 되는데, 이렇게 자극받은 평활근세포는 스스로도 각종 성장인자를 분비하여 스스로의 증식을 유발하고, 단핵구와 림프구의 침윤을 조장하며, 혈관수축/이완 물질을 분비하여 혈관 톤을 조절하면서 죽상경화증의 진행에 핵심적 역할을 담당한다. 그리고, 기질단백분해효소와 그 억제제의 발현을 조절하고, 프로테오글라이칸이나 콜라젠, 파이브로넥틴 등의 세포외 기질을 분비하여 죽상경화반의 섬유성 모자를 만들게 된다. 한편 산화-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을 과잉 탐식하여 사망한 거품세포들로부터 나온 콜레스테롤은 죽상경화반의 핵을 이루어서, 섬유성 모자와 콜레스테롤의 지질핵으로 이루어진 전형적인 섬유죽상종(fibroatheroma)이 형성된다.

4. 죽상경화증의 위험인자로서의 콜레스테롤
죽상경화증의 발생기전에서 보듯이, 콜레스테롤, 특히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혈관 내막에 축적되고 산화-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로 산화되어 내피세포의 기능 장애를 초래하며, 각종 싸이토카인의 분비, 단핵구, 임파구 및 혈소판의 유입과 활성화, 거품세포의 형성 등에 관여하여 죽상종의 발생 및 진행에 있어 중추적인 역할을 한다. 또한, 콜레스테롤과 죽상경화증에 의한 임상질환의 발생과의 관련성도 여러 역학 연구 또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치료를 통한 여러 1∙2차 예방을 위한 임상연구에서 증명되고 있으며, 특히 죽상경화증의 가장 대표적인 임상질환인 관상동맥질환과의 관련성이 가장 잘 알려져 있다.

1) 역학적 연구
많은 역학 연구들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과 관상동맥질환의 상관관계가 입증되었다. Nineteen Country Study, Seven Countries Study 및 Ni-Hon-San Study 등의 단면적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농도와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이 보고되었다. 또한 코호트 연구로 Multiple Risk Factor Intervention Trial(MRFIT), Pooling Project Research Group Study, Framingham Study 등이 있으며, MRFIT 연구는 361,662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6년간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추적한 결과, 총 콜레스테롤의 농도와 사망률 사이에는 연속적인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고, 다른 연구들에서도 콜레스테롤 농도가 높을수록 관상동맥질환 및 이에 의한 사망률이 증가하였다.

2) 일차예방
Lipid Research Clinic-Coronary Primary Prevention Trial에서는 혈중 콜레스테롤이 증가된 3,806명의 중년 남성을 대상으로 식이요법 및 콜레스티라민의 투여를 통해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킴으로써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심근경색증의 발생을 줄일 수 있었다.
일차 예방을 위한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약물 치료의 효과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어 왔으나, 스타틴제를 이용한 일차예방 연구인 WOSCOPS 연구에서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를 대상으로 스타틴을 투여하여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33%, 총 사망률이 22% 감소함을 보고하여, 일차 예방을 위한 고콜레스테롤혈증의 약물 요법의 필요성에 대한 근거를 제공하였고, 다른 일차 예방 연구인 AFCAPS/TexCAPS 연구에서 역시 스타틴제를 사용하여 주요 심혈관사건의 발생을 감소시켰다. 최근 발표된 ASCOT-LLA 연구는 콜레스테롤이 많이 높지 않은 관상동맥질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스타틴을 사용한 일차 예방 연구로서 스타틴 사용을 통해 치명적 및 비치명적 심근경색증의 발생을 36% 감소시키는 획기적인 결과를 보여 연구가 조기에 종료되었다.

3) 이차예방
초기 연구인 Coronary Drug Project에서는 심근경색증이 있었던 고콜레스테롤혈증 환자에서 니코틴산을 투여한 결과 대조군에 비해 총 사망률이 감소함을 보고하였다.
1980년대 말 스타틴제가 개발된 이후, 이를 사용한 여러 연구에서 탁월한 이차 예방효과를 보고한 결과들이 제시되었다. Scandinavian Simvastatin Survival Study(4S) 연구에서는 고콜레스테롤혈증을 가진 관상동맥질환 환자 4,444명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능을 평가하여, 스타틴제를 사용한 군에서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42%, 총 사망률이 30% 감소하는 탁월한 효과를 보여주었다. CARE 연구에서는 콜레스테롤 농도가 고지혈증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에도 스타틴을 사용하여 콜레스테롤을 떨어뜨리면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함을 보고하였고, LIPID 연구에서도 다양한 콜레스테롤 농도를 가진 관상동맥질환 환자에서 스타틴을 사용한 경우 관상동맥질환에 의한 사망률 및 총 사망률이 감소함을 보고하였다.
2002년에 발표된 Heart Protection Study에서는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을 대상으로 스타틴의 효과를 위약과 비교하였고, 특히 이 연구에서는 기저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의 농도에 따라 대상군을 나누어 하위군 분석을 시행하였으며, 그 결과 기저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이 낮은 군에서도 스타틴제의 사용으로 관상동맥질환으로 인한 주요 심혈관사건을 감소시키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5. 맺음말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콜레스테롤, 특히 저밀도지단백 콜레스테롤은 죽상경과증의 발생 및 진행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여러 역학연구에서도 죽상경화증에 의한 가장 대표적인 임상질환인 관상동맥질환과의 관련성이 잘 알려져 있으며, 또한 콜레스테롤 강하요법을 통한 1∙2차 예방을 위한 여러 임상 연구에서 콜레스테롤 강하요법이 관상동맥질환 및 이에 의한 주요 심혈관사건을 감소시키는 것으로 증명되어 있다. 따라서 콜레스테롤은 죽상경화증의 가장 중요한 위험인자라 할 수 있고, 죽상경화증에 의한 여러 임상 질환 및 이로 인한 합병증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적극적인 콜레스테롤의 조절이 필요하다.
<동국의대 내과 이명묵 교수>저작권자 © 병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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