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브란스병원 사태로 큰 논란이 일었던 ‘존엄사’에 대한 법률안이 발의되며 그 논의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존엄사의 개념·절차·요건·처벌규정 등을 엄격하게 법제화 한 ‘존엄사법’을 발의한 이는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

지난 5일 신 의원이 발의한 존엄사법에는 상해나 질병으로 인해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불가능해, 연명치료가 없는 경우 단기간 내에 사망에 이르게 되는 말기상태 환자에 대해 그 치료를 보류 또는 중단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말기환자가 스스로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는 자기결정권을 존중하기 위해 존엄사의 개념·절차·요건·처벌규정 등을 엄격하게 법제화하려는 것”이며 “존엄사는 약물 주입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생명을 끊는 안락사와는 명확히 구분되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법률안에는 존엄사의 악용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각 단계별로 다양한 장치가 마련돼 있다. 우선 존엄사 적용 범위를 ‘의학적 기준에 따라 2인 이상의 의사에 의해 말기상태 진단을 받은 환자로, 의학적 판단으로 회복 가능성이 없고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로 명확하게 한정했다.

또한 절차별로 그 요건을 엄격하게 규정하되, 이미 결정이 난 존엄사에 대해서도 합당한 권리를 가진 자가 이의제기나 철회의사표시를 언제든지 다시 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놓았으며, 법망을 피해 존엄사를 악용한 경우에 대해서는 엄격한 처벌을 적용할 수 있도록 했다.

구체적인 내용으로 △존엄사 의사를 담은 의료지시서를 증인의 확인 서명, 의사와의 사전 상담 등 요건을 갖춰 제출할 것 △국가의료윤리심의위원회와 기관의료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존엄사 의사표시의 진정성을 확인할 것 △환자 본인은 언제든지 존엄사 의사표시를 언제든지 철회할 수 있도록 할 것 △환자의 의사 능력이 의심될 때는 정신과 의사의 협진을 받도록 할 것 △환자 가족 등이 환자의 존엄사 의사표시의 진정성 등에 이의를 제기할 때 병원장은 기관의료윤리심의위원회 심의를 다시 거치도록 할 것 등의 절차와 요건을 신 의원은 규정했다.

그리고 △말기환자의 자기결정에 따른 연명치료의 중단을 방해하는 자와 말기환자의 의사에 반하는 연명치료를 하는 담당의사 및 의료기관의 장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말기환자의 자살을 조력하거나 말기환자의 의사에 반해 연명치료를 중단하거나 보류한 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말기환자의 의료지시서를 위조 변조해 말기환자의 의사에 반해 연명치료를 보류 중단하게 함으로써 말기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엄격한 규정을 적용했다.

한편 이번 법률안 발의와 함께 지난해 2월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김씨(76)의 자녀들이 무의미한 연명치료를 중단해달라며 세브란스병원을 대상으로 낸 소송의 서울고법 항소심 선고공판이 이번 달 10일 있을 예정이어서, 존엄사에 대한 제도권 차원에서의 논의가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