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단체에 약값 맡겨…가격인하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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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단체에 약값 맡겨…가격인하 발목
  • 이경철
  • 승인 2009.02.0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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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시작하는 대규모 약값인하 사업을 앞두고 건강보험 약값 심의기구 구성원의 과반수가 의약단체 인사로 채워져 건강보험 가입자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료공급자의 입김에 이 사업이 좌지우지될지 모른다는 심각한 우려가 흘러나오고 있다.

4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따르면 현재 심평원에 설치된 의약품 가격(경제성) 심의기구인 약제급여평가위원회(이하 위원회) 위원 18명 중 11명이 의사와 약사 단체 추천인사이다.

반면 건강보험 가입자 측으로 분류할 수 있는 소비자단체 추천인사는 2명에 불과하다.

위원회는 신약의 경제성을 검토해 건강보험 적용 타당성을 심의할 뿐 아니라 올해 시작될 대규모 약가인하, 즉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서도 약값인하안을 심의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처럼 약값인하 사업의 중추라 할 위원회가 제약업체의 영향을 받기 쉬운 의약단체 비중이 높아 약값인하에 발목을 잡고 있다는 우려가 보건의료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말 개정된 위원회 운영규정에 따라 앞으로 선출될 위원 구성을 보더라도 의약단체 추천인사가 9명으로 절반이나 된다.

그 외에 식약청과 심평원 등 정부 측 3명, 한국보건경제정책학회 등 3개 관련 학회가 각 1명씩 추천하게 돼 있다. 반면 가입자 쪽으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는 소비자단체협의회 추천 위원 3명뿐이다.

게다가 학회도 각 제약사로부터 연구용역을 수주하는 처지여서 제약업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친(親) 업계 성향의 위원회 구성 탓인 약값인하 논의 과정에서 갖가지 폐해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시민단체들의 설명이다.

지난해 고지혈증치료제 가격 인하를 논의하는 회의에서 한 위원은 제약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제시하며 약값인하안을 반대하고 나섰다가 발표자료에서 제약사 명칭이 그대로 노출돼 다른 위원들로부터 지적을 당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신현근 정책실장은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단지 전문성 지원을 넘어 약값인하에 막강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처럼 가입자의 이해를 반영할 수 있도록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의약품을 제조 또는 수입하는 제약업체의 임상시험을 수주했거나 연구용역을 맡아 실시하는 위원은 이를 위원회에 반드시 알리는 등 공정성을 보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신현근 실장은 "현행 규정은 제약회사의 용역 수주 제한 부분이 모호하고 범위가 좁다"며 "제약회사의 영향을 될 수 있는 한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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