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더 많은 도움 주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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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더 많은 도움 주지 못해 늘 마음에 걸려
  • 윤종원
  • 승인 2009.01.19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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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19년째 병들고 가난한 자 도우미
‘병들고 가난한 이들을 도우라’

이 말은 성경에 씌여 있는 한 구절이다. 성경에는 페이지 곳곳에 봉사와 관련한 글귀들이 숨쉬고 있다.

성경의 말씀대로 아무런 대가 없이 남을 도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마음은 있어도 행동으로 옮기는 이들이 존경받아 마땅한 것도 그 같은 이유다.

서울시 노원구에 위치한 마들사회복지관. 도시빈민층, 장애인, 소년소녀가장 등을 구호하고 자활을 돕는 기관이다.

이곳을 19년째 찾아오는 후원단체가 있다. 성경의 말씀을 실천하고 있는 인제대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가 그 주인공.

1991년 5월 노원구청장이 상계백병원 신우회(기독교신자 모임)를 찾아 의료봉사를 요청한 것이 계기가 돼 그들의 의료봉사는 19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쉼 없는 항해를 하고 있다.

마들사회복지관이 1991년 3월 14일에 개관했으니, 그 역사를 같이 하는 셈이다.

복지관 주변에는 영구임대아파트가 많다. 1천500여가구가 장애인이며, 결손가정, 새터민 등 다양한 도시빈민들이 상주해 있다.

정말 힘들게 사는 이들이 많은 곳이다. 이들에게 의료봉사란 삶의 단비다.

매월 둘째, 넷째주 금요일 저녁이면 몸이 불편한 인근 주민들은 하나 둘씩 복지관으로 향한다. 돈이 없어 차마 병원에 가지 못하는 형편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유명한 대학병원 의료진이 20년 가까이 무료진료를 해주고 있으니 이들에겐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른다.

그들의 마음을 알기에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의 무료진료는 멈출 수가 없다.

1991년 5월31일 첫 진료부터 참여한 김성록(혈액종양내과), 조용균(산부인과), 최수전(호흡기내과) 교수를 만나 의료봉사회의 활동을 들었다.

의료봉사회는 내과, 외과, 이비인후과, 마취통증의학과 의사와 약사, 간호사들로 구성돼 격주 금요일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진료한다. 또한 마들복지관내 중학교 1학년에서 고등학교 2학년으로 이뤄진 자체 청소년봉사대도 약 포장, 안내 등으로 그들을 돕고 있다.

봉사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 진료를 받던 한 할머니가 “언제까지 올거냐?”며 의혹에 찬 시선으로 물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제는 가족처럼 서로의 안부를 챙길 정도로 깊은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뜻있는 상계백병원 교수 66명은 매달 급여에서 일부를 적립해 기금을 마련, 진료시 필요한 기자재를 구입하고 있다. 또한 매월 50만원씩 복지관에 전달해 어려운 가정에 지원도 해주고 있다.

그들의 봉사활동에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상계백병원(원장 노충희)에서 전폭적으로 약품비 전액과 그 외 의료물품을 제공하고 있는 것. 상계백병원의 설립이념인 인술제세를 실천하고 있다.

김성록 교수는 “우리는 그들을 섬기는 마음으로 대한다”며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하는 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고 말했다.

우리가 한 것이 별로 없는데 최근 과분한 상(자원봉사상, 아산봉사상, 보령의료봉사상 등)을 많이 받아 송구하단다.

주신 귀한 상금을 뜻 깊게 쓰고자 그중 일부는 봉사를 같이하고 학생들에게 따뜻한 코트 하나씩 선물했다고. 나머지는 인당후원회에 기탁해 어려운 이웃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김 교수는 특히 후배 교수들과 간호사들의 노고에 아낌없는 칭찬을 했다. 금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에 피곤한 몸을 이끌고 20년 가까이를 지켜준 이들이 고맙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의료봉사회 홍보를 많이 해 즐겁게 동참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은 것이 김 교수의 소망이다.

마들사회복지관 운영위원이기도 한 조용균 교수는 “어떻게든 이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 외에는 없었다”며 “많은 동료 교수들의 도움으로 여기까지 온 것 같다”고 말했다.

몇 년전부터는 이비인후과 유영삼 교수, 통증클리닉 임윤희 교수 등이 동참해 진료영역도 넓어졌다.

하지만 노인들이 대부분인 환자들에게 치과 진료가 필요한데, 장비문제로 인해 현재 치료를 못하고 있는 것이 조 교수는 제일 아쉽다.

기금을 마련해서라도 장비를 구입, 좀 더 진료의 영역을 확대하고 싶은 마음이다.

조 교수는 “자주 오시던 할머니가 갑자기 안 오시면 덜컥 겁이 난다”며 “오랜 세월 같이 하신 분보다 떠나보낸 분들이 많다”고 회고한다.

‘상계동의 건강지킴이’ 최수전 교수는 19년째 봉사에 참여하면서 가슴 아픈 일이 많다 한다.

그 예로 진료 받으러 오는 환자 중 알콜 중독자 많은데, 자기의사를 제대로 표현하는 사람이 거의 없다는 것. 아무도 그들의 얘기를 주의 깊게 들어주지 않아 그들의 의사표현 능력이 상실됐다는 것이다.

같이 듣고 같이 말하지 못하는 그들의 아픔을 이해하는 듯했다.

“뇌하수체종양을 앓고 있던 할머니가 계셨는데, 우여곡절 끝에 병원으로 모셔와 진단 후 수술해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시킨 일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최 교수는 수많은 환자들의 고된 삶조차도 함께 하고 있었다.

영구임대주택은 자립하면 나가고 또다시 자립이 필요한 이들이 들어오는 곳이라 늘 어려운 사람들과 동고동락하게 된단다.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을 볼 때 정말 세월의 흐름이 쏜살같다며 감탄하곤 한다”는 세 교수는 한성훈(류마티스내과), 최상봉(호흡기내과), 이우용(통증클리닉), 김명환(산부인과, 현 봉사회 총무) 등 후배 교수들과 전경란 수간호사 등 간호사들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시작은 미약하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는 말이 있듯이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회의 끝없는 무료진료는 점점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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