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인술펼치는 한국인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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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 인술펼치는 한국인 의사
  • 윤종원
  • 승인 2009.01.13 21: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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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진 전 부산침례병원장, 소외계층 찾아 무료 의료봉사 감동
81세의 고령에도 중국 농촌을 직접 찾아 중국의 소외계층에게 인술(仁術)을 베풀어온 한국인 의사가 있어 감동을 주고 있다.

주인공은 부산침례병원장과 한국 호흡기·결핵학회 회장, 결핵연구소 소장을 역임한 김성진(金成鎭·81) 박사다.

김 박사는 2003년 은퇴해 산둥(山東)성 칭다오(靑島)로 건너온 뒤 6년째 직접 약 상자를 짊어지고 인근 농촌 마을을 찾아 무료 의료봉사를 해오고 있다.

김 박사의 미담은 13일자 청도조보(靑島早報) 등 지역 언론뿐만 아니라 공산당 기관지인 인민일보 해외판에도 실려 중국인과 한국인 모두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김 박사가 중국과 직접 인연을 맺은 것은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 박사는 칭다오시의 요청으로 시립병원 국제병동의 의료관리 고문과 내과전문의로 위촉되면서 그 해 칭다오로 건너왔다.

그는 산과 물이 공존하는 칭다오를 보자마자 마음에 쏙 들었고 아내와 함께 칭다오에 정착했다.

1년 뒤인 2004년 여름, 칭다오시립병원에 있던 김 박사의 한 동료는 한달에 한번밖에 없는 이틀 연휴를 마치고 출근한 김 박사의 얼굴이 새까맣게 탄 것을 보고 "김 박사님 라오산(로<山+勞>山)에 등산을 다녀오셨어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김 박사는 고개를 연신 끄덕이며 미소를 지을 뿐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그러나 동료들은 이후에야 김 박사 혼자 무거운 약상자를 짊어지고 칭다오 교외지역의 농촌마을에서 "맨발의 의사" 역할을 해 왔음을 알게 됐다.

김 박사는 "한국에서도 농촌에는 수입이 낮고 교통이 불편해 아파도 병원에 못가는 농민들이 많아서 자주 왕진을 가곤 했었다"면서 "칭다오에 와서도 핑두(平度), 라이시(萊西) 등에 가보니 작은 병원들이 있어도 의료수준이 낮고 약이 제대로 없어서 치료를 받기가 어렵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그는 직접 약을 사 나무상자에 넣어 상자를 짊어지고 매월 정해진 시간에 농민들을 찾았다.

최근 6년간 그가 다녀온 농촌 지역만 인근의 핑두, 라이시, 청양(城陽) 등 20여곳이 넘는데 그는 갈 때마다 1만위안 이상의 약품을 챙겨가서 고혈압, 당뇨병, 어깨·다리 통증 등을 치료해 주면서 약을 무료로 나눠줬다.

처음에는 혼자 시작했지만 그의 뜻에 감동받은 국제병동 식구들과 중국 사회 각계의 자원봉사자들이 몰려 혼자 시작한 의료봉사단 규모가 이제는 100여명을 넘어섰다.

2007년에는 칭다오 적십자사의 등록단체인 "중한박애(中韓博愛)의료단"이라는 의료봉사단체를 만들어 초대 회장에 취임했다.

그가 올해 목표로 한 일은 또 있다.

약은 일시적인 고통만을 잠시 줄여줄 뿐이기 때문에 중국 농촌의 의료서비스 수준 자체를 향상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를 위해 일상적으로 무료 검진을 하는 것 외에 고혈압 환자가 많은 청양산 지역에 정기 의료센터를 세우는 것을 추진하고 있다.

매월 정기적으로 이곳을 찾아 환자들을 돌보고 중국 의사들에게 선진 의료기술을 전파하면서 이들이 스스로 환자들에게 수준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농민들은 그를 "한국 의사선생님"이란 뜻으로 "한궈랑중(韓國郞中)"이라고 부른다.

중국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할 줄 아는 중국어가 많지 않았지만 "농민들을 치료하면서 이들이 모두 나의 중국어 선생님이 됐다"고 말하는 그의 말투에는 이미 중국 농민들의 그것과 많이 닮아 있었다.

"칭다오는 이미 제2의 고향"이라고 말하는 그는 보람있는 일을 해서인지 81세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10살 이상 젊어 보였다고 인민일보는 전했다.

신문은 이 기사에서 최근 김 박사가 이끄는 박애의료단이 광창루(廣昌路)에 위치한 양로원을 찾아 150장의 이불을 노인들에게 기증했다는 사진을 크게 게재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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