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기방난동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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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기방난동사건
  • 이경철
  • 승인 2008.11.2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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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724 기방난동사건"의 배경은 조선시대지만 입에 욕을 달고 사는 등장인물들의 말투는 요즘 젊은이들과 별로 다를 게 없다.

의상 역시 국적과 시대가 불분명하며 인물의 얼굴이 왜곡되는 극단적인 화면이나 CG로 범벅된 채 시간과 공간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액션 장면도 정통 사극과는 거리가 멀다.

제목에 "1724"라는 시대 배경이 명시돼 있지만 사실 시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퓨전" 사극이다.

주요 인물은 천둥(이정재)과 만득(김석훈), 설지(김옥빈)등 3명이며, 세 사람은 삼각관계다.

천둥과 만득의 캐릭터 설정이 특이하다. 천둥은 주먹은 쓰지만 건달보다는 한량에 가깝다. 우연히 폭력 조직의 보스가 되지만 형님과 아우로 나눠진 조폭의 질서를 좋아하지 않는다. 영화에서 별다른 출신 성분이 드러나지 않는 천둥은 개념이 없어 보이면서도 등장 인물들 중 가장 전복적인 캐릭터다.

만득은 천둥과 반대로 권력욕이 강하다. 노비 출신으로 양반들에게 적개심을 지닌 동시에 신분 상승 욕구도 강하다. 결국 기존 체제의 틀은 부정하지 않는 순응적인 인물인 셈이다.

두 사람 중 설지와 먼저 만나는 쪽은 천둥이다. 평양 기생학교 출신의 "신입" 기생으로 한양에 온 설지는 원래는 최고의 기방 명월향에 스카우트됐지만 번지수를 잘못찾아 천둥의 할머니가 하는 주막 명월향에서 하루를 보낸다.

천둥이 우연히 한양 양대 조직 중 하나인 짝귀파의 보스 짝귀를 기절시키고 조직의 새 보스가 될 때 쯤 설지는 기방 명월향으로 근무처를 옮긴다. 이 곳은 짝귀파와 쌍벽을 이루는 야봉파의 보스 만득이 "관리"하는 곳이다.

설지를 놓고 사사건건 부딪치는 천둥과 만득. 설지의 마음이 점점 천둥에게로 열려가는 가운데 두 사람은 설지의 사랑과 각자 조직의 자존심을 걸고 한판 승부를 벌인다.

"만화책 읽듯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다"는 여균동 감독의 의도는 상당부분 잘 들어 맞는다. 영화의 색채는 강렬하며 과장된 카메라 앵글과 배우의 연기도 갖췄다.

다만 영화가 지루했다면 영화 곳곳에 포진해 있는 웃음의 요소가 그다지 재치있지 못했기 때문일 듯하다. 코미디의 빈도가 잦은 데 비해 강도는 약하다.

퓨전 사극이라는 신선한 시대설정과 만화같이 화려한 비주얼을 갖췄지만 결국은 액션과 감동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 조폭 영화의 전형을 따라가 후반부로 갈수록 힘이 빠진다.

1994년 "세상밖으로"로 데뷔했던 여균동 감독이 2000년 "미인" 이후 8년만에 충무로 주류 영화계에서 메가폰을 잡은 영화로, 싸이더스 FNH가 배우마을과 함께 제작했다.

12월4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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