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의료, 기초가 흔들린다
상태바
우리나라 의료, 기초가 흔들린다
  • 박현
  • 승인 2008.11.08 15: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형병원 병리과 전공의 수련포기 사태 심각
오래 전부터 전공의들의 3D 기피현상으로 인해 원만한 전공의 수급과 환자진료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이 이제는 극에 달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최근 자료에 따르면 병리과 및 예방의학과 등 기초의학 분야 전공의 충원율이 58.3%, 45.5%이며 전공의 중 14.6%, 12.0%가 근무기간 중 사직해 시급한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리과의 경우 2008년도 1년차 정원 84명 중 55명(65.5%)를 모집했는데 55명 중 10명(18.2%)이 사직했으며 서울대학교병원 3명, 삼성서울병원 2명, 서울아산병원 및 가톨릭중앙의료원 각 1명 등 대형병원에서 사직하는 1년차 전공의가 속출해 병리과전문 인력수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있다.

그동안 흉부외과와 산부인과 등 임상계열 비인기과에 대한 전공의 충원율(46.6%, 61.9%)과 사직율(20.6%, 16.5%)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데 비하해 기초분야 전공의 수급 대책에 대해 관심을 덜 쏟던 의료계가 기초의학 육성의 중요성을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환자의 최종 진단을 담당하는 병리과와 예방, 환경, 의료정책 등을 담당하는 예방의학과는 임상의학에 가까운 기초의학으로 분류되어 병원근무 전공의 형식으로 인력이 운영되고 있다.

특히 병리과 전공의가 부족하게 되면서 수술후 조직검사가 지연되고 진단의 정확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는 등 임상의학의 뿌리가 흔들리는 위험한 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2008년부터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병원 표준화심사와 보건복지가족부의 조기암 검진기관 등록 사업에서 병리검사기관 질관리 실사를 시행하고 있는데 전문인력 부족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대한병리학회 윤혜경 정도관리위원장(인제대학교 교수)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병리과에서 전문의 뿐만 아니라 전공의, 병리사 등 인력부족이 심각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또 "대부분의 중소병원이 경영난 등을 이유로 병리과 개설을 기피하면서 병리과 개업의에게 조직검사를 의뢰하기 때문에 병리검사센터(개업의)의 병리검사 건수가 증가해 병리전문의 권장 업무량의 10배까지 판독하는 경우도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또 "특히 병리검사센터(개업의)의 경우 임상의사와의 대화가 단절된 상태에서 병리 진단을 내게 되므로 오진의 위험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병리학회 김한겸 이사장은 “병리과는 환자의 진료 뿐 아니라 연구 및 교육에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며 "임상의학이 아니라는 이유에서 젊은 의사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이사장은 "전공의에 대한 50만원의 지원금으로는 병리과 의사를 유인할 수 없으며 현재의 병리검사수가로는 병원경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과로 남아 병원경영자로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며 "병리검사는 진단검사의학 분야나 방사선과 진료와 달리 대형병원에 집중되기 때문에 개원의나 의사협회 입장에서는 병리검사수가 현실화에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이사장은 "그렇지만 현재의 병리검사수가로는 조직검사 진단의 정확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에게 가게 된다"고 주장하며 병리검사수가 현실화 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