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도 경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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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 경영이다
  • 박해성
  • 승인 2008.10.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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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암센터를 만든 열정의 건축 이야기
건축 기획에서부터 완공에 이르기까지 8년이 걸린,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을 갖춘 ‘삼성암센터’가 지난 1월 개원했다.

이 책은 삼성암센터의 건축 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삼성암센터 건축의 전 과정을 총괄한 현 삼성서울병원 삼성암센터건설본부장이 8년에 걸쳐 만든 삼성암센터라는 명품 건축물에 대한 혁신적인 건축경영(관리), 즉 CM(Construction Management) 이야기이자 건축 기록이며, 한국의 건축 발전을 위해 공개하는 건축 기술 노하우이다.

그리고 이 책은 암센터 건축에 관련된 관리 시스템과 문제 해결 과정을 언급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건축 분야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신규 프로젝트를 주인의식을 가지고 추진해가는 하나의 경영 과정을 소개한 것이기도 하다. 즉 건축이 단지 설계를 하고 도면대로 건물을 짓는 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젝트를 체계적으로 풀어가는 경영 프로세스이자 혼신의 노력과 열정으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창조적인 경영 활동임을 증명하고 있는 것이다.

▲건축비를 절감하자: 건축비를 30% 절감한 설계, 시공 관리 시스템
이 책이 무엇보다 강조하는 것은 설계부터 시공까지 세밀하게 관리하면 건축비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삼성암센터를 건축하면서 실제로 건축비를 30% 절감한 설계, 시공 관리 시스템을 자세하게 소개한다.

삼성암센터의 건축 예산은 건설 회사가 예상한 건축비의 70%에 불과했다. 건설 회사는 수백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공사 수주를 꺼렸다. 그래서 지은이는 3명의 스태프와 함께 국내 최초로 ‘원가+Fee’ 방식으로 공사를 추진했다. (‘원가+Fee’ 방식 공사란 건축 공사 금액을 사전에 결정하지 않고, 자재비, 노무비, 외주비, 경비 등 실투입 공사 원가를 산출하고 건설 회사의 기술료, 간접비, 이윤 등은 발주자와 건설 회사가 합의한 비율(Fee)로 계산하여 총공사비를 결정하는 공사 계약 방식이다. 말하자면 공사 전 과정을 건설 회사에 턴키로 맡기는 것이 아니라 발주자가 건설 회사(협력 회사)의 협력을 받아 공사 전 과정을 직접 관리, 결정하며 건물을 짓는 것이다.)

지은이는 개인 집도 지어본 경험이 없었지만, 공익 시설인 암센터의 건축비 예산에 맞추어 병원을 준공하기 위하여 많은 리스크를 무릅쓰고 ‘원가+Fee’ 방식으로 공사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재시공의 사전 예방’, ‘외주 관리 강화를 통한 공사비 절감’, ‘장비 및 자재 구매의 합리화’, ‘공사 관리 인력의 최소화’ 등의 네 가지 전략을 수립했다. 특히 설계 과오가 없는 명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 설계·시공·감리 기술직과 건물 운용자가 참여하는 독창적인 ‘도면검토위원회’를 운영하여 공사 전에 문제점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재시공을 예방하고 설계 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었다.

결국 통합 예산관리시스템을 통한 철저한 예산관리와 공사 참여자 전원의 노력으로 건설 회사의 예상 건축비의 70%였던 예산 금액 범위 내인, 평당 공사비 592만 원(VAT 제외 시 538만 원)으로 삼성암센터를 준공하였다. 더욱이 실현 불가능하게 보였던 공사비 예산 금액에서 약 230억 원을 추가로 절감하여, 이 절감액으로 자재 고급화를 하나하나 이루어냄으로써 세계 최고의 시설과 기능을 갖춘 아름답고 효율적인 병원을 만들었다. 이 책은 이렇게 건축비를 30% 절감한 설계 및 시공 관리 방식을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삼성암센터를 만든 설계, 시공 관리 시스템이 우리나라의 다른 건설 현장, 특히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SOC 사업이나 건축물 및 아파트 건설 현장에 적용된다면 국민들의 부담을 줄이면서도 품질 좋은 최상의 시설물을 공급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생각하고 또 생각하라: 삼성의 현직 부사장이 공개하는, 발상을 전환하여 한 번 더 생각한 설계, 시공 이야기
지은이는 이 책에서 시종일관 ‘발상을 전환하여 한 번 더 생각하며 설계하고 시공하면 사용자가 쓰기 좋은 명품 건축물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실제로 증명해 보인다.

삼성암센터의 건축은 오로지 환자와 의료진 그리고 병원 이용자에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그들이 사용하기에 가장 효율적이고 편리한 병원을 만들기 위해서 설계에서부터 토공, 골조, 외장, 마감, 설비, 조경에 이르기까지 세세한 모든 것을 따지고 검토하여 완벽하게 시공하였다.

예를 들면 효율적인 동선을 만들기 위해, 밝고 따뜻한 암센터를 만들기 위해, 쾌적한 중환자실을 만들기 위해, 청결한 수술실을 만들기 위해, 주어진 환경 내에서 수술실 면적을 넓히기 위해, 아름답고 시원한 아트리움을 만들기 위해, 로비 복도를 시원하게 하고 복도의 개방감을 확대하기 위해, 병동의 남북쪽 온도차를 해결하기 위해, 환자와 내방객에게 휴식과 희망을 주기 위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며 최고의 병원을 지은 것이다.

이 책의 사진을 통해서도 볼 수 있지만 삼성암센터는 호텔보다 더 잘 지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건물이다. 그런데 거기에는 암센터에 어울리는 따뜻하고 밝은 크림색 대리석 하나를 구하기 위해 터키의 작은 도시까지 가서 대리석 가공 공정과 견본의 색상을 확인하고 결정한 지은이의 현장 확인 정신이 숨어 있다. 또한 거기에는 내방객에게 환하고 투명한 누드 엘리베이터를 제공하기 위해, 사시사철 물이 흐르는 선큰 폭포를 선물하기 위해 관련 건물과 현장을 여러 차례 답사하고 새로운 방식을 실험한 지은이의 도전 정신이 숨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환자와 의료진, 내방객이 가장 선호하는 아트리움을 만들기 위해 안전성, 유리면 프리트, 유리 벽면 색상, 상부 환기 등 수없이 많은 요소를 검토하여 아트리움을 병원의 상징으로 만든 지은이의 공익 정신이 숨어 있다.

우리는 이 책을 읽으면서 내내 자기 집을 짓는 것보다 더 철저하게, 더 정열적으로 훌륭한 병원을 짓기 위해 몰두하는 건설 책임자인 지은이의 헌신과 열정을 만난다.

▲한국의 건축 발전을 위해 건축 기술 노하우를 최초로 공개하다: 공종별, 시설별 기술 자료집 CD 공개
삼성암센터는 시공을 하면서 수많은 기술 검토를 하였다. 그것은 우리 건설업계에 참고할 만한 기술 검토 자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건설 회사는 평소 공기를 맞추기 위해 도면대로 시공하는 데에만 익숙해 있다. 그리고 공사를 마치면 새로운 현장으로 부임하기에 바쁘다. 그러다 보니 기술 자료를 충실하게 정리하기가 어렵다. 간혹 기술 자료를 어느 정도 정리하여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료는 그 회사의 건축 기술 노하우여서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 책의 지은이는 생각이 다르다. 지은이는 병원은 공익 시설이기 때문에 병원 건축의 장점을 공개하여 모든 병원이 공유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은이는 삼성암센터 건축 시 행한 설계 및 시공 관련 공종별, 시설별 주요 기술 검토 내용을 CD(A4로 총 276쪽)로 만들어 건축 전공 학생, 설계‧시공 엔지니어, 그리고 일반인들이 향후 건축을 할 때 설계, 시공, 감리의 모든 현장에서 참고 자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핵심 기술 자료를 공개한다.

병원 건축은 일반 빌딩(오피스 빌딩) 건축과는 그 기술 수준이 다르다. 건축의 백미가 병원 건축이다. 이 기술 자료는 세계 최고의 암센터를 만든 병원 건축 기술 노하우이다. 공익 시설인 병원은 환자와 의료진, 모든 관련자가 편안함을 느끼고, 만족할 수 있도록 잘 지어야 한다. 향후 한국의 병원 시설을 좀 더 효율적으로, 기능적으로, 미적으로 건축하는 데 삼성암센터의 건축 기술 자료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이 기술 노하우가 한국의 건축 문화를 한 단계 성숙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지은이 소개
지은이 진윤구는 경남 하동 출신으로 하동중, 경남고,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였다. 대학 졸업 후 삼성 그룹에 입사하여 삼성물산과 회장비서실에서 근무하다가 삼성을 떠나 신진지프로 자리를 옮겨 경영전략실장과 공장장(이사)을 지냈다. 1983년 신진을 그만두고 다시 삼성 그룹에 재입사하여 삼성항공(LF사업부장, 기획실장, 전략실장/이사대우), 삼성전자(홍보기획팀/이사), 삼성서울병원(기획실장/이사), 삼성생명보험(법인사업본부장/상무) 등에 근무하였다. 1999년부터 삼성서울병원 신관 건설 업무를 담당(전무, 부사장)하기 시작하여 지난 8년 동안 삼성암센터의 건축 기획에서부터 설계, 시공에 이르기까지 삼성암센터 건설의 전 과정을 총괄하였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삼성암센터건설본부장(부사장)으로 있다.
<이학사·272쪽·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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