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비몽
상태바
영화 - 비몽
  • 이경철
  • 승인 2008.09.29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기덕 감독의 15번째 영화 "비몽"(悲夢)이 다음달 9일 관객들을 만난다.

이나영과 오다기리 조라는 한국과 일본의 톱스타를 캐스팅한 감독은 신작에서 "대칭"의 미학을 통해 사랑과 사랑이 남긴 슬픔을 얘기한다.

"비몽"을 보면서 서로 닮은 듯 다른 대칭 구조를 어렵지않게 발견할 수 있다. 남녀 주인공이 꿈과 현실에서 행한 행동들은 서로 닮았다. "결국 두 사람은 한 사람이다"라는 영화 속 심리치료사(장미희)의 말과 같다.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나비의 양 날개처럼 다르면서도 같은 것이다.

결국 이별을 하자고 말하는 여자나 원치않게 이별을 당하는 남자나 하나이며, 과거를 그리워하는 것과 잊으려 하는 것도 실은 하나다. 의심하는 것과 의심받는것,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동색(同色)이다.

진(오다기리 조)은 연인(박지아)에게 이별을 통보받은 뒤 그녀를 그리워한다. 그녀에게 가는 방법은 현실이 아닌 꿈을 통해서 밖에 없다.

란(이나영)은 스스로 원해서 연인(김태현)과 이별을 했다. 과거는 그녀에게 잊고 싶은 아픈 기억이다. 하지만 몽유병에 걸린 듯 밤마다 과거의 연인을 찾아가 사랑을 나눈다.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것은 교통사고다. 운전 중 교통사고를 냈던 꿈이 너무 생생해 사고 현장을 찾은 진은 그곳에서 실제로 교통사고가 있었고 운전자는 자신이 아니라 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고를 낸 사람은 분명 란이지만 란은 잠자리에 들었던 시간이었다. 알고 보니 잠을 자던 중 자신도 모르게 차를 몰고 가다가 사고를 낸 것이다. 진이 꿈 속에서 했던 행동들을 란이 현실에서 실제로 행동으로 보였던 셈이다.

두 사람의 인연은 계속 이어진다. 진이 꿈 속에서 예전의 연인을 만나면 란은 현실에서 자신의 과거 남자를 만나는 것이다. 진은 꿈 속의 슬픔이 현실의 란에게 번지는 것에 미안해하고 란은 원치 않게 자신의 생각과 정반대의 행동을 하는 데 괴로워한다.

함께 지내며 교대로 잠들기도 하고 서로의 손에 수갑을 채우기도 하며 발버둥을 쳐보지만 꿈과 현실에서 과거의 연인들과 만나는 것은 그치지 않는다. 사실, 꿈에서는 못할 일이 없는 것. 꿈과 현실이 섞여 가는 두 사람의 관계는 점점 위험해진다.

이전 작품에 비해 한층 판타지와 시(時)적인 성격이 강해진 "비몽"은 흔히 김기덕 영화의 매력 혹은 단점으로 분류되는 기존의 특징을 그대로 갖추고 있다.

명확하고 비유적인 상황 설정 뒤 예측하기 쉽지 않은 줄거리 전개를 거쳐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는 감독의 스타일이 그대로이며 그러는 사이 주제를 향해 매진하는 고집 역시 한결같다.

결국 감독이 영화에서 말하는 것은 사랑 혹은 사랑이 남긴 상처다.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흔한 소재일 수도 있지만 접근하는 방식의 날카로움이나 답을 찾으려는 치열함은 "김기덕 스타일" 그대로. "김기덕 영화보기"의 재미는 여전히 유효하다.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