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고고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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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고고70
  • 이경철
  • 승인 2008.09.22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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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개봉하는 "고고70"은 70년대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시대의 디테일보다는 음악 자체의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딱 그 때다"며 손뼉을 치며 그시절을 돌아볼 만한 시대의 아이콘은 영화 속에서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데다 간혹 보이는 서울 시내의 원경에서 딱히 70년대의 느낌을 발견하기는 어렵다. 등장 인물들의 말투도 요새 젊은이들과 큰 차이가 없다.

이미 "후아유"나 "사생결단" 등 전작에서 음악에 대한 만만치 않은 애정을 보였던 최호 감독이 힘을 주고 있는 부분은 시대의 디테일보다는 그 시대의 음악에 담겨있던 "솔"(Soul)이다.

영화가 음악에 힘을 주는 만큼 주연배우 조승우의 매력은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이다. "지킬 앤드 하이드", "헤드윅", "맨오브라만차" 등의 뮤지컬에서 팬들을 사로잡았던 조승우에게 영화 속 배역은 몸에 딱 맞는 옷이다.

뮤지컬에서 보여줬던 폭발적인 가창력은 100% 라이브로 만들어진 영화 속 음악에도 그대로 담겨 있으며 무대의 카리스마는 스크린에서도 여전하다.

여전히 미숙한 대사 처리가 거슬리기는 하지만 댄서로 출연하는 여배우 신민아의 매력이 극대화된 것도 눈과 귀를 즐겁게 하는 영화의 의도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런 까닭에 영화의 하이라이트는 노래와 춤과 이들 배우들을 통해 표현되는 공연 장면이다. 영화 속 밴드인 "데블스"가 데뷔하는 장면을 실제 콘서트 실황처럼 촬영한 장면도 좋고, 특히 공연 장면을 여러 대의 카메라로 잡아 현장성을 살린 클라이맥스의 공연신도 힘이 있다.

조승우의 노래와 신민아의 춤 외에 밴드 맴버들로 출연한 배우들이 실제 악기 연주자인데서 오는 자연스러움도 힘을 더한다. 화면과 따로노는 연주나 노래 장면으로 어색하던 기존의 다른 음악영화와 확실히 차별되는 지점이다.

원치않은 "컨트리"음악을 연주하던 상규(조승우)는 "까만 음악"으로 불리는 "솔"에 필이 꽂혀 5명의 친구들과 밴드 데블스를 결성한다.

대구의 기지촌을 돌며 인기를 끌던 이들의 다음 무대는 서울이다. 가수 지망생으로 상규를 따르는 미미(신민아)와 함께 무작정 상경한 데블스는 처음에는 낯선 노래로 관객들의 외면을 받는다.

변두리 여관을 전전한지 한 달. 데블스는 주간지 기자이자 업계에 영향력이 있는 병욱(이성민)을 만나 고고클럽 "닐바나"의 무대에 서고 차츰 인기를 모아간다.

데블스의 인기에 불을 지핀 것은 미미가 결성한 "미미와 와일드 캐츠"다. 미미가 고고에 맞는 춤과 패션을 선보인 끝에 데블스는 고고 열풍을 일으키며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지만 멤버들 사이의 의견차가 커지고 멤버 1명이 공연 중 화재로 숨을 거두는 사고가 난다.

단지 음악과 공연 장면 중심으로 영화를 즐겼다면 "고고70"을 관람한 관객들은 아쉬울 게 없는 신나는 경험이겠지만 아쉬운 점도 많다.

조승우를 제외한 밴드 멤버들은 1~2명을 빼고는 누가 누구인지 알아보기 쉽지 않을 만큼 주변 캐릭터들이 명확치 않게 묘사 됐으며 줄거리의 흡입력 역시 중간 이후 다소 느슨해진다.

"그 시대 사람들처럼 우리가 "솔"을 가지고 있는지 묻고 싶었다"는 감독의 주제의식 역시 음악 자체에는 어느정도 담겨 있을지 모르지만 후반부 매끄럽지 못한 스토리 전개 탓에 구호처럼 느껴질 뿐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영화 속 "데블스"는 1968년 데뷔해 1980년까지 활동했으며 최근에는 일부 멤버들을 주축으로 재결성을 진행 중인 실존 밴드며 영화 속 고고 클럽의 이름이나 긴급조치 9호, 대마초 파동, 고고 금지령 역시 역사적 사실에서 가져왔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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