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20세기 소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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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20세기 소년
  • 이경철
  • 승인 2008.09.04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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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 만화가 원작인 영화 "20세기 소년"에 대한 비판과 환호는 영화화 소식과 동시에 예상됐다.

만화의 팬들에게는 "20세기 소년"을 움직이는 화면에서 보는 것 자체가 감격스러운 일이다. 만화책에서 봤던 제목 로고(주황색 바탕에 노란색 글씨)나 "본격공상과학모험영화(만화)"라는 제목 위의 소개 문구를 스크린에서 보는 것은 원작의 골수팬들에게는 충분히 가슴이 떨리는 경험이다.

문제는 영화와 원작이 어느 정도 거리를 두는 것이 적절한 지에 있다.

원작을 너무 많이 재구성해 원작과의 거리가 너무 멀다면 만화 팬 입장에서는 불쾌해진다. 그렇다고 원작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기는 수준이라면 차라리 만화를 보는 게 낫겠다는 푸념이 나온다.

11일 개봉하는 영화 "20세기 소년"은 두가지 선택 중 후자를 택하고 있다. 영화는 "별도의 콘티 작업이 필요없었겠다" 싶을 정도로 만화 속 장면을 스크린으로 대부분 그대로 옮기고 있다. 대사 역시 원작과 다를 게 거의 없고 심지어는 캐릭터들의 생김새까지 원작 만화에서 바로 빠져나온 듯하다.

영화의 줄거리는 소년시절 장난삼아 썼던 "예언의 서"가 현실이 되자 어릴 적 친구들이 지구를 구하기 위해 다시 뭉친다는 것.

모두 3편으로 나뉘어 제작되는 전체 시리즈 중 이번에 개봉하는 영화는 첫번째 편으로 "예언의 서"가 실현되는 20세기의 마지막 밤까지를 담고 있다.

로커라는 과거의 꿈을 접고 편의점을 운영하며 평범하게 살아가는 켄지(가라사와 도시아키)는 어릴적 친구들과 함께 비밀기지에서 장난삼아 만들었던 지구 멸망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되고 있음을 느낀다.

"예언의 서"로 이름붙인 이 시나리오는 절대 악이 등장해 바이러스로 세계를 멸망시키려 할 때 친구들이 뭉쳐 지구를 구한다는 내용이다.

이 시나리오를 아는 사람은 함께 어울리던 친구들 뿐. 켄지는 동창회를 계기로 과거의 친구들을 하나씩 만나며 상황파악에 나서고 "친구"라고 불리는 신흥 종교집단의 교주가 잇단 대형 사건과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원작의 완벽한 복사판을 만들고 싶었다"는 감독의 연출 의도는 대부분 잘 들어맞지만 방대한 원작을 짧은 시간 스크린에 담는 과정에서 캐릭터들에 대한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해졌다.

원작만화는 켄지가 잊고 있었던 친구들이 "친구"의 용의선상에 하나씩 등장하며 긴장을 고조시킨다면 영화의 친구 캐릭터들은 순식간에 등장하는 느낌이다.

"친구"가 누군지에 대해 원작이 가지고 있던 복선과 미스터리를 없앤 채 수많은 캐릭터들이 튀어나와 숨가쁘게 줄거리가 전개되면서 관객의 몰입을 방해하고 이야기의 긴장감을 떨어뜨린다.

드라마 "케이조쿠"와 영화 "내일의 기억", "연애사진"을 만든 쓰츠미 유키히코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원작자가 직접 각색에 참여했다.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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