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일정 비율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별도 선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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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정원 일정 비율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별도 선발해야
  • 오민호 기자
  • 승인 2024.05.17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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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적 관점에서 자금 확보 및 지원할 수 있는 법률 제‧개정 필요
대학 자율에 맡기기보다 국가 책임의 강력한 추진체계 마련 요구돼
국회입법조사처,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발간
국회입법조사처는 5월 16일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5월 16일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 보고서를 발간했다.

국내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들이 법률에 근거하지 않고 소관 부처 자체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의대정원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체계와 교육과정을 정립하는 등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회입법조사처(처장 박상철)는 5월 16일 이같은 의견을 담은 ‘바이오헬스산업 육성 등을 위한 의사과학자 양성 과제’를 주제로 현안분석 보고서를 발간했다.

먼저 보고서는 국내에서 시행 중인 의사과학자제도 법적 근거가 없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렵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의사과학자에 대한 명확한 법률적 정의를 찾을 수 없고 사례별로 만들어진 개별 법률에 따라 과학기술연구자들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고 있을 뿐, 현행법상 의사과학자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물론 육성 정책에 관한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보고서에 따르면 의사과학자 양성과 의료의 공공성 확보 및 지역균형 발전의 필요성에 따라 지방의대를 설립하도록 하는 법안의 형태로 몇 건이 발의된 게 전부다. 이마저도 제20대 국회에서는 1건이 임기만료로 폐기됐고 제21대 국회에는 지방 의대 설립과 관련해 11건이 발의됐지만 현재 모든 법안이 소관상임위에서 심사중인 것으로 조사됐고 이 가운데 5건에서만 의사과학자 양성 필요성이 언급됐을 뿐이다.

의사과학자가 언급된 21대 국회 발의 법안
의사과학자가 언급된 21대 국회 발의 법안

보고서를 작성한 김은정 국회입법조사처 사회문화조사실 보건복지여성팀 입법조사관은 “정부 주도의 의사과학자 양성 사업들은 법률에 근거하지 않은 소과 부처 자체 사업의 성경을 띠고 있다”면서 “물론 부처 주도의 사업을 통해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자연스럽고 나름의 효과도 기대할 수 있지만 필요한 법적 근거가 없어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나라는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과기정통부, 의과대학들, KAIST, 과학기술원, 포스텍 등 다양한 의사과학자 양성 프로그램이 운영 중이지만 의사과학자 양성이 활성화되지 못하는 이유로 미래에 대한 불안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연구 급여나 연구 시간을 보호해주는 등의 제도가 없고 대부분의 의사과학자는 병원에 채용돼 연구업무에 진료업무까지 부담이 가중될 뿐만 아니라 남학생의 경우 군입대로 연구중단, 연구기금 지원 중단에 따른 연구개발의 단절 등으로 의사과학자로의 진로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김 조사관은 “의사과학자 양성부터 연구 지원까지 안정적으로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하고 지속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등 전주기적 지원을 위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다”며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컨트롤 타워 확보 및 관련 제도 정비도 필요할 뿐 아니라 병역 문제를 포함한 ‘의사과학자 양성 특별법’등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다.

국내 의과대학 및 대학원 의사과학자 양성과정(2023년 12월 기준)
국내 의과대학 및 대학원 의사과학자 양성과정(2023년 12월 기준)

반면 미국, 일본, 영국 등의 주요국들은 1970년대부터 이미 의사과학자를 체계적으로 양성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오고 있는데 일찍부터 의사과학자라는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많은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정부부처나 연구기관‧제약회사를 중심으로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별도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자금 운용에 대한 독립성 및 지원의 연속성이 보장되고 확보된 자금을 연구비 외에도 장학금 및 생활비 지원 형태로 지급하거나, 교육 프로그램 개발 활동 등에도 지원하고 있을뿐 아니라 그 활용에 대한 재량 권한도 가지고 있다.

또 대부분의 인력양성 프로그램이 교육부와의 협의를 통해 의과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지만 졸업 후 정부 연구기관이나 지방자치단체의 중개연구센터가 인력과 기술을 흡수해 활용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 참가자들에게 안정적인 연구환경과 급여 및 연속적인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의사과학자가 체계적으로 배출되고 있는 해외 사례들을 종합해 봤을 때, 의사과학자는 학부 과정, 수련의 과정, 전문의 과정 등 의학 교육 전반에 걸친 양성 시스템이 세워졌을 때 효과적이고, 양성된 의사과학자가 독립된 연구자로 안착할 수 있는 지속적인 지원이 유지되지 않으면 제도의 정착이 어렵다.

김 입법조사관은 “이때 지원은 연구를 지속하기 위한 지원이 될수도 있지만, 일정수준 이상의 연봉에 대한 직업적 안정성도 포함될 수 있다”며 “또한 의사과학자가 단순한 ‘기초의학연구자’가 아닌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가교자’임을 인지하고, 이를 위해 어떤 단계에 있는 의사라도 연구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도록 유연한 시스템으로 설계하는 등 임상과 연구를 병행할 수 있도록 교육체계 및 산학 협력시스템 내에서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미국 국립보건원(NIH)이나 영국(MRC) 등에서는 의과학연구의 큰 틀 아래 의과학과 연관된 기초연구를 모두 통합하여 운영하고 있고, 특히 NIH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해 연구중단 위협요소에 관해 조사하고, 교육‧훈련프로그램뿐 아니라 연구지원 프로그램 운영도 안착시켜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과학기술지식정보서비스(NTIS)에 따르면, 2021년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27조 4,005억원 가운데 병원에 투입된 금액은 1,499억원(0.5%)에 그치고 있다. 이처럼 매우 작은 규모의 연구개발 예산은 보건의료 투자가 열악한 상황임을 방증하는 것이고, 공학을 전공한 의사가 연구를 지속적으로 하지 못하고 환자를 진료하는 임상 분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장 큰 문제는 의사와 과학자 간 연봉 차이라고 김 입법조사관은 밝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정부출연연구소 25곳 직원의 평균연봉은 2022년 기준 9,370만원인 반면, 2020년 기준 의료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봉직의의 연평균 임금은 전문의인 경우 1억9,115만원, 일반의인 경우 1억86만원이다.

이 때문에 양성된 의사과학자를 바이오헬스산업으로 유입시키기 위해 의사과학자 양성부터 연구 지원까지 안정적으로 연구환경을 제공하고, 다양하고 연속적으로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등 전주기적 지원을 위한 해결책 마련이 절실하다는 것이다.

김 입법조사관은 “주요국은 연구개발의 필요성에 의해 정부부처나 연구기관이 정부지원금을 통해 지원하고, 의과대학과의 적극적인 연계를 통해 자율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면서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단일의 기관이 주도권을 가지고 산업계-학계-연구계를 통합해 움직이는 등 장기적인 관점으로 자금을 확보하고 지원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또, 민간의 지원이 활성화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 민간 기업의 첨단 의료 분야로의 진입을 용이하게 하고, 충분하게 재정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해 의사과학자의 활동 범위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김 입법조사관은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입법‧정책과제로 고려해야 할 것은 주관부처를 정하거나 범부처관리조직을 신설하여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양성이 이루어지고, 특히 안정적으로 지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규정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지원금이 지속가능하고, 시의적절하며, 연속적으로 지원되고 있는지를 살피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관점에서 연구하고 개발할 수 있도록 단순한 성과지표로 해당 사업을 평가하지 않도록 평가지표를 재점검하는 것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보고서는 의사과학자를 양성하기 위해 안정적인 재정 지원과 연구의 지속성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다양한 가치사슬이 연결된 산업의 특성상 정부부처나 공공기관은 통해 산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양성 프로그램을 통합‧발전시킬 수 있는 법률적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다만 이를 위해서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대정원 확보라고 밝혔다.

김 입법조사관은 “의대정원의 일정 비율을 의사과학자 트랙으로 지정해 별도의 선발체계와 교육과정을 적용해 의사과학자를 육성하고 군입대 문제와 관련해 연구의 연속성이 끊기지 않도록 대체복무 지원 등의 방안도 논의해야 할 것”이라며 “신약이나 치료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 새로운 연구공간을 통해 병원이 아닌 현장에서 활동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그는 “이러한 양성 정책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과정을 대학에 자율적으로 맡겨두게 될 경우 연속적‧안정적 지원이 어려워진다”며 “국가 책임의 강력한 추진체계를 마련해 정책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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