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당신이 잠든 사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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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당신이 잠든 사이에
  • 이경철
  • 승인 2008.08.05 10: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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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중 코미디"를 표방하는 영화 술자리로 치면 주사는 있되 악의는 없는 사람들이 모인 떠들썩한 모임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만듦새가 대단히 훌륭하지도 않고 줄거리가 신선하거나 커다란 흡입력을 가지는 것도 아니지만 선한 인물들이 등장해 서로를 아껴주고 해피엔딩을 향해가는 "착한 영화"다.

자칫 밋밋한 술자리가 될 뻔한 이 영화의 취흥(醉興)을 북돋워주는 것은 예지원과 탁재훈이라는 코미디 연기의 든든한 "주당"(酒黨)들이다.

예지원은 드라마ㆍ영화 "올드 미스 다이어리"의 연장선상에 있는 캐릭터 "유진"을 특유의 엉뚱함과 과장된 코믹 연기로 그렸고 탁재훈은 유진의 친구이자 연인인 "철진"을 맡아 재치있는 애드리브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술만 마셨다 하면 필름이 끊기며 지나치게 정직해지는 32세 유진. 술버릇 때문에 실업자 신세가 된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얼마 전 치른 호텔비 "242만7천352원"이 떠나질 않는다.

사건의 발단은 며칠 전 참석했던 대학 선후배들의 모임이다. 그날도 역시 폭탄주를 돌려대며 과음한 끝에 어김없이 필름이 끊겼던 것이다. 아침에 알몸으로 눈을 뜬 곳은 호텔의 스위트 룸. 어떤 남자와 함께 투숙했다지만 누구인지 기억이 나질 않고 결국 백수 형편에는 도저히 감당치 못할 거금을 숙박비로 냈다.

유진은 함께 호텔에서 잤던 남자를 찾아나서지만 한번 사라진 기억이 쉽게 돌아올리는 없다. 용의선상에 오른 남성들을 한 명씩 조사하던 유진이 "수사"를 종료하려고 할 때 쯤 대학 시절 첫사랑이 새 "용의자"로 등장한다.

영화는 예지원의 "오버" 연기와 탁재훈의 애드리브를 무기로 후반부로 치닫지만 이들이 연기하는 남녀 캐릭터들이 빚어내는 화학반응은 크지 않다. 남녀 사이 정서의 흐름이 생명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인 점을 감안하면 치명적인 패착인 셈.

커플의 로맨스가 겉으로 드러나는 과정이나 드러난 뒤의 에피소드들은 그리 매력적이지도, 풍성하지도 않으며 "과연 누구와 잤는가"를 쫓는 미스터리의 요소 역시 관객들을 집중시킬 만한 흡인력은 없다.

이 영화가 그 대신 택한 것은 충무로의 다른 수많은 코미디 영화가 그랬듯 카메오 연기자들의 가벼운 농담이다.

이재훈, 김현숙, 박희진, 김대희 같은 개그맨들이나 영화배우 신이 등이 조연 혹은 카메오로 출연해 웃음을 주지만 웃음의 유효기간은 짧다.

14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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