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지정제 폐지해도 보험환자 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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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지정제 폐지해도 보험환자 진료
  • 박현
  • 승인 2008.07.03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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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82% 답변, 국민 80%는 고급의료 받을 권리있다
모든 의료기관이 건강보험 환자를 진료하도록 강제하고 있는 현행 ‘요양기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기존대로 보험환자를 진료하겠다는 의사가 10명 중 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당연지정제가 폐지되어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국민의 수도 전체 응답자 중 22.5%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가 ‘건강보험 계약제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3일 개최한 제23차 의료정책포럼에서 밝혀졌다.

의협이 갤럽에 의뢰해 의사 1천2명과 일반국민 1천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의사의 82.3%가 “당연지정제가 폐지되더라도 요양기관으로 계약하겠다”고 응답해 당연지정제 폐지가 건강보험체계를 무너뜨릴 것이라는 일부의 시각이 지나친 우려임을 암시했다.

또한 국민 대상 설문에서는 “당연지정제 대신 건강보험 계약제가 도입돼 고가의 진료비를 지불해야 하는 비계약 의료기관이 생긴다면 이를 이용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이 22.5%였고 “고급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응답도 79.1%에 달해 현행 당연지정제 하에서 충족되지 못하는 의료소비자의 요구가 분명히 존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설문조사 결과발표와 함께 3일 포럼에서는 당연지정제와 수가계약제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방책으로 요양기관의 건강보험제도 참여방식 및 보험제도와 관련된 세부내용에 대한 계약을 함께 논의토록 하는 ‘건강보험 계약제’ 도입방안이 제시돼 관심을 모았다.

의협이 제시한 건강보험 계약제 모형안에 따르면 의료기관을 국공립기관과 민간의료기관으로 구분해 국공립기관은 당연지정제를 유지하고 민간의료기관은 선택에 따라 요양기관 또는 일반의료기관이 되도록 하고 있다.

요양기관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개별의료기관은 공급자단체(중앙회)에 신청을 하고 중앙회(중앙회의 장)는 이들 의료기관을 대표해 보험자에 대응하는 계약의 당사자가 된다.

이는 단체계약의 형태로 원칙적으로 참여를 원하는 모든 의료기관은 요양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되 보험자가 선호하는 선별계약을 방지할 수 있는 방안이다.

계약의 내용은 현행 수가계약제의 범위가 한정돼 있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계약제의 근본취지를 살리기 위해 건강보험 및 요양급여 관련 세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또한 효율적인 계약성사를 위해 건강보험제도 관련 상설협의체와 중재기구 등 단계별 협의기구를 두고, 계약 결렬시 중재절차를 지속 운영하되, 전년대비 의료물가지수(또는 권고수가)를 우선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일부에서 제기되고 있는 당연지정제 폐지 후 상황에 대한 우려에 대해서는 국가가 전국민 건강보험제도를 유지하는 한 비계약 의료기관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다.

또 계약제가 도입되어 일부 국민들이 건강보험재정과 무관한 비계약 의료기관을 이용할 경우 아껴진 건강보험재정으로 보장성을 확대할 수 있으며 계약제 논의와 더불어 일반국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한 관련 보완장치 역시 논의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건보 계약제 모형을 연구한 의협 의료정책연구소 김계현 책임연구원은 “당연지정제를 폐지하고 의료기관이 보험제도권 내로의 진입여부에 대한 선택권을 확보하는 것이 결코 전국민 건강보험체계를 부정하거나 해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계약제를 통해 의료기관들이 제도권에 포함될지 여부를 선택하게 하고, 의료인에게는 신기술과 의학지식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충족여건을 만들어 주며 국민에게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보장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책임연구원은 또 “제도의 운영에 있어서 모든 것을 국가가 개입해 통제하려고 하기보다는 계약이라는 형식을 통해 제도 참여자들의 합의문화를 조성하고 일정 권한과 역할을 공급자에게 확보시켜 불필요한 갈등구조를 해소하고 성숙한 제도 관리를 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현행 건강보험제도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을 침해하는 위헌적 제도라는 지적이 나왔다.

법무법인 세종의 황선줄 변호사는 “당연지정제는 의료소비자의 행복추구권을 비롯해 의료기관에 대한 평등권, 의료인에 대한 직업수행 및 선택의 자유와 학문의 자유, 재산권, 사회적 시장경제질서 등 헌법상 보장돼야 할 기본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밝혔다.

지난 2002년 헌법재판소가 위헌이 아니라는 결정을 한 바 있지만 5년 이상이 경과한 현재 다시 당연지정제에 대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경우 헌법재판소가 변화된 사회적 여건을 고려해 위헌결정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요양급여비용 계약제에 대해서도 “대표자의 선정, 합의과정 등에서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고 사실상 계약제의 원칙이 공단 이사장의 의지에 좌우되는 결과가 되고 있다”면서 “행정주체가 우월적 지위에서 일방적으로 계약 체결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계약제의 정신에 근본적으로 위배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문제들을 개선하기 위해 계약제의 개선방안으로 계약체결에 필요한 자료가 공단과 의약계에 동등하게 제공되도록 규정을 신설하고 재정운영위원회의 과도한 간섭을 배제토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계약대상의 범위를 상대가치점수당 단가만을 계약대상으로 할 것이 아니라 그 산출근거가 되는 상대가치점수표 자체를 계약의 대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건정심에 대해서는 공정한 내용의 요양급여비용 계약 체결을 위해 가입자위원과 공익위원을 한데 묶어 의약계 위원과 동수를 이루게 해 의견을 조율할 수 있도록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날 포럼과 관련해 의협 김주경 대변인은 “정부가 각종 규제개혁을 표방하고 의료선진화를 지향한다면서도 여론만을 의식해 당연지정제를 고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의료의 질 향상을 도모하고 국민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대안을 놓고 정부 및 의료계와 사회 각계가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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