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레이시 스토리
상태바
영화 - 그레이시 스토리
  • 이경철
  • 승인 2008.03.20 11: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 인기 TV드라마 "24" "앨리어스" 등을 연출한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은 2006년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과 함께 환경 다큐멘터리 "불편한 진실"을 만들어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이런 구겐하임 감독의 새로운 선택은 뜻밖에도 축구선수가 되고 싶어 하는 소녀의 이야기를 다룬 극 영화다.

"그레이시 스토리"는 줄거리로 보면 여러모로 "슈팅 라이크 베컴"을 떠오르게 한다. 축구공을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꽂아넣는 실력을 제외하면 모든 면에서 평범한 소녀 그레이시가 남자 축구단에 들어가 자리를 잡기 위해 싸워 나가는 과정이 그려진다.

그의 주변에는 물론 걱정 어린 시선들과 노골적인 방해 세력이 있다. 영화는 소녀가 사람들의 편견과 싸우고 자신에 대한 믿음을 쌓으며 성장해 나가는 이야기를 감성적인 목소리로 들려준다. 꿈을 향한 투지를 불태우는 소녀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시선은 진지하고 따뜻하다.

반면 이런 진지함은 한계로 작용하기도 한다. 영화는 소녀가 갈등을 헤쳐나가다가 마지막 한판 승부를 벌이기까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 정도로만 전개돼 답답한 느낌을 피하지 못한다. 또 소녀가 연애나 외모 가꾸기 등 또래 집단의 관심사로부터 쉽게 등을 돌리고, 남자 선수들과 겨루면서 체력적 한계를 뛰어넘는 과정은 화면만으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그러나 소녀가 세상의 편견에 맞서 승리를 일구는 모습을 그린 이 "인간극장"은 96분의 길지 않은 상영시간 안에 전혀 지루하지 않게 흘러가 즐겁게 보기 충분하다. 또 위기를 맞은 가족들 간의 끈끈한 정과 사랑은 더 없이 진실하고 감동적으로 표현됐다.

1978년 미국 뉴저지. 15세 소녀 그레이시(칼리 슈로더)의 가족들은 한때 축구 스타였던 아빠(더못 멀로니)와 고등학교 축구부 주장인 오빠 자니, 철 없는 남동생들까지 모두 축구를 사랑한다. 그레이시 역시 뛰어난 프리킥 실력을 가지고 있고 축구를 좋아하지만 아빠는 오빠를 코치하는 데에만 관심을 쏟을 뿐이다. 오로지 자니만이 여동생의 실력을 믿고 격려해 준다.

고교 리그 경기가 있던 날, 자니는 경기에서 아깝게 패배하고 그날 밤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다. 온 가족이 깊은 슬픔에 빠진 가운데 그레이스는 오빠의 꿈을 잇겠다며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선언한다. 그러나 기대주였던 아들을 잃고 상심한 아빠는 딸을 믿어 주지 않고 학교에서는 그레이시의 입단 테스트조차 거부한다.

이 영화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로 유명한 배우 엘리자베스 슈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슈는 9~13세 때 뉴저지주 남자 축구 리그에서 유일한 여자 선수로 뛰었다. 그의 아버지와 오빠, 남동생까지 온 식구가 축구 선수로 뛰었던 가정환경부터 전도유망한 오빠가 교통사고로 숨진 것 역시 슈의 실제 경험담이다. 슈는 이 영화에서 여주인공의 어머니 역을 연기했으며 제작자로도 참여했다. 또 슈의 동생 앤드루 슈가 조연으로 출연했다.

27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