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상태바
영화 -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 이경철
  • 승인 2008.03.20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겐 너무 사랑스러운 그녀". 제목만 보고 그저 그런 로맨틱 코미디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빙그레 미소가 나오지만 차원이 다르다. 단순한 사랑 놀음의 로맨스 영화가 아니라 인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잠시 깊은 고민을 하게 하는 영화다. 그런데 재미있다.

원제는 "라스와 진짜 여자(LARS AND THE REAL GIRL)". 2:8 가르마에다 매일 똑같이 입는 오리털 파카, 완고한 턱수염, 타인과 눈을 잘 맞추지 않는 시선…. 28살의 라스는 착하지만 소심하기 그지없는 남자다.

이런 라스를 지켜보는 형과 형수 카렌은 답답하기만 하다. 지금껏 여자 한 명도 사귀지 않고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집의 창고에서 혼자 살고 있는 라스를 카렌은 사람들 사이로 끄집어내려 하지만 쉽지 않다.

라스의 회사 여자 동료도 라스에게 관심을 갖지만 라스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라스는 느닷없이 여자친구가 집에 찾아왔다며 형과 형수에게 인사시키겠다고 한다. 형과 형수는 너무나 들떠 "이젠 됐다"고 환호하지만 이게 웬 일. 그들의 집에 라스와 함께 찾아온 사람은 다름 아닌 실물 크기의 인형, 즉 주로 남자들의 성적 욕구를 채워주는 리얼 돌(REAL DOLL)이다. 라스는 그 인형을 "비앙카"로 부르며 마치 진짜 여자 대하듯 한다.

형 부부는 결국 정신과 치료도 하는 가정의학의 닥터 다그마를 찾아가 조언을 구한다. 다그마 박사는 형 부부에게 라스처럼 비앙카를 여자친구로 받아들이라고 한다.

현실을 인정하지 못하는 형에게 카렌은 "누구나 사람은 자기만의 세계에 갇혀 있는 것 아니냐"며 라스를 도와주자고 말하고, 형 부부는 마을 사람들에게도 사람처럼 대해주길 부탁한다.

마을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하지만 착한 라스를 도와줘야 한다며 비앙카를 사람으로 대해주고, 그러는 와중에 비앙카는 마을의 유명인사가 된다. 비앙카는 유치원 보모, 자원봉사 모임 이사, 디스플레이 모델 등 맹활약을 한다.

비앙카가 바빠지자 라스는 화가 난다. 그의 곁에 회사 동료가 슬며시 다가온다.

영화는 요란하지도 극적이지도 않다. 담담히 라스와 비앙카, 형 부부와 마을 사람들을 등장시키며 서로가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을 그린다. 그리고 또한 점점 더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현대인들의 심리를 모나지 않게 묘사한다.

라스가 정신적인 치료를 받아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는 모습도 소란스럽지 않다. 누구나 한 가지 문제는 안고 있고, 누구나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배려와 애정을 필요로 한다는 것. 그걸 아주 재미있게 표현한 영화다.

라스 역의 라이언 고슬링은 국내에서는 그리 자주 본 배우는 아니다. 영화 "노트북"에서 순정파 노아 역이 그나마 눈에 띄는 배역. 그러나 첫 번째 주연작 "리멤버 타이탄"으로 주목받았고 "빌리버"에서 연기력을 과시한 그는 아버지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소심남 연기를 군더더기 없이 표현해냈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