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숙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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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숙명
  • 이경철
  • 승인 2008.03.19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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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곤 감독의 "숙명"은 무엇보다 배우들로 말하는 영화다. 주연 배우가 다름 아닌 "한류 스타" 권상우와 송승헌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드라마 "뉴 하트"로 한창 인기몰이 중인 지성이 가세했다.

게다가 이 영화는 병역 문제, 소속사 문제로 한동안 신문 사회면을 장식했던 송승헌과 권상우 모두에게 의미 있는 스크린 복귀작이다.

영화에서는 먼저 권상우의 연기 변신 시도가 눈에 띈다. 그는 우정보다는 먹고 사는 게 훨씬 중요한 "실용주의적" 인물이지만 다혈질 성격을 주체하지 못하고 좌충우돌하는 남자 철중을 연기했다.

그에 비하면 송승헌이 맡은 우민은 어느 모로 보나 멋있는 남자다. 우수에 찬 눈빛에 친구를 끔찍이 아끼며 여자는 단 한 명만 바라보지만 1대 17로 싸우는 것쯤은 거뜬하다.

실제로 송승헌은 17일 언론 시사회 당시 출연 이유로 "남자답고 거친 이미지를 해보고 싶었다"고 말했고, 권상우는 "동정이 안 가는 악역이었으면 안 했을 것"이라고 자신의 배역을 소개했다.

영화의 주된 내용은 어렸을 적 잘못된 길로 들어서 결국 방향을 잃고 헤매게 된 뒤늦은 청춘들의 애증이다. 한마디로 남자들의 징글맞은 우정과 인연이 파멸로 향하는 이야기다. 영화는 그에 걸맞게 주인공들이 멋지게 몸을 날리며 싸우는 모습을 마음껏 보여준다.

그러나 문제는 사나이들의 애증을 그리는 데 필수적인 우정과 갈등의 굴곡이 극적이지 못하다는 것이다. 기승전결이 불분명해 사건이 한창 진행되고는 있는데 그 시작과 끝 지점은 알아챌 수가 없다.

그러니 보는 이로서는 주인공들이 왜 저렇게 싸우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반복되는 내레이션에 주인공들이 숙명 같은 인연에 놓여 있다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마음으로 느끼기 어렵다.

앞서 "파이란" 각본과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연출로 호평을 받은 김해곤 감독은 이번 영화에서는 방황하는 청춘과 애증 어린 우정보다는 남자 주인공들의 멋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데 주력한 듯하다.

강력한 팀플레이를 자랑하며 어둠의 세계를 휩쓸던 친구 우민(송승헌)과 철중(권상우), 도완(김인권)은 새로 출발하기 위해 카지노 습격사건을 계획한다. 돈가방을 잘 챙기는 것까지는 성공했는데 철중이 나머지 친구들을 배신하면서 상황을 반전시킨다.

우민은 나머지 친구들을 살리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감옥행을 택한다. 출소 뒤 우민의 사황은 더욱 암담하다. 도완은 약물중독으로 폐인이 됐고 사랑하는 여자 은영(박한별)은 팔려간 신세다.

20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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