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인은 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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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인은 봉인가?
  • 박현
  • 승인 2007.12.09 2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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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 왕상한 법제이사, 의사들 자기권리 포기 말아야
대한의사협회(회장 주수호) 왕상한 법제이사가 “현행법률은 의료인에게 매우 불리한 조항들 투성”이라며 의료법 및 수가계약제 등의 부당함을 지적하고 나섰다.

왕 법제이사는 9일 용산구민회관에서 열린 전국 의사대표자대회에서 ‘동등계약에 관한 법률적 고찰(법률상 의료인의 지위는 무엇인가?)’란 주제강연에서 “의사들은 법적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에 무감각해지거나 포기해선 안 된다”며 스스로 권리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 이사는 ‘(현행 법률상) 의료인은 봉이다’라고 다소 자극적인 표현을 사용하며 그 첫째 이유로 “의료인은 진료를 거부할 수 없고 집단행동도 할 수 없다”고 의료법 제15조와 제59조를 제시했다.

즉 헌법 제21조가 보장하고 있는 결사의 자유를 의료인은 가질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이어 왕 이사는 국민건강보험법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 법은 모든 의료기관은 무조건 요양기관이 돼야 하기 때문에 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선택권은 박탈당하고 건강보험제도를 거부할 수 없다는 점을 문제로 들었다.

그는 “의사는 ‘최선의 진료’를 해야 한다고 법으로 명시해놓고 있는데, 환자의 부탁에 응해 처방을 하고 이를 임의비급여로 처리하면 정부에서는 환자에게 환불명령과 함께 의료기관에 과태료를 부과한다”며 권리는 박탈하고 규제는 강화하는 현행법이 “의사를 봉으로 보고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왕 이사는 수가계약제 역시 의사의 권리를 파괴하는 법률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요양급여비용의 산정 제1항에 따르면 계약당사자는 공단이사장과 의약계 대표자로 정해져 있다”며 “그런데 수가협상 시 각 요양기관은 의약계 대표자에게 계약의 당사자로서 지위를 위임한 바가 없다”고 법률상 문제를 지적했다.

왕 이사는 “수가계약의 당사자라는 권한이 있다고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의사들이 많다”며 “자신의 권리에 대해 의약계 대표자에게 지위를 위임한 적이 없는데, 수가계약이 이뤄지고 또 계약결과에 대한 추인과정도 없다”고 비판했다.

또 계약이 결렬되면 정부에 의해 수가가 고시되는데, 의료인은 이를 거부할 권리가 없는 것도 ‘협상’의 기본정신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라고 왕 이사는 지적했다.

그는 “노조가 협상을 한다면, 그 때 협상이란 무엇이냐”라면서 “협상이 결렬되면 파업도 할 수 있어야 하고 결렬에 대한 책임은 의료인뿐 아니라 또 다른 당사자인 정부에게도 있는 만큼 공단도 불이익을 받아야 하는 것”이라며 무조건 정부의 뜻대로 따라가는 것이 어떻게 "계약‘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제시했다.

왕 이사는 의사들은 변호사나 회계나 등 타 전문직과 비교해 평등한 대우를 받을 권리(헌법 제11조 평등권)를 보장받고 있지 못하며 선택한 직업을 통해 사회경제적 생활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자유(헌법 제15조 직업의 자유)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의료행위를 규격화, 평준화하고 저가의 보험수가로 단시간에 많은 환자를 진료하도록 하는 국민건강보험법은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왕 이사는 차기정부는 동등계약을 실현시켜 주기를 기대한다며 “의료인들도 자신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서는 법과 제도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협회를 중심으로 단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한편 의협 좌훈정 보험이사는 왕 이사 강연에 이어 ‘동등계약 실천 로드맵’을 발표를 통해 매번 강제적인 의결구조 속에서 낮은 수가를 책정할 수 밖에 없는 현재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협회가 노력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 △의약분업 재평가(윤창겸 경기도의사회장) △수가협상과정(의협 전철수 보험부회장) △각종 선거관련 시도의사회 업무추진 사례발표(경기도 성남시의사회 송계승 회장, 경상남도 김해시의사회 최장락 회장) 등에 대한 발표가 있었다.

이날 대표자대회에는 문태준ㆍ김재정 명예회장, 유희탁 의장, 박귀원 여자의사회장, 의학회 김건상 회장, 대개협 김종근 회장 등 내외빈을 비롯해 전국에서 200여 명이 참석했으나 다소 실망스런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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