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HF 총회] 의료, 우리가 알던 방식은 끝났다
상태바
[IHF 총회] 의료, 우리가 알던 방식은 끝났다
  • 윤종원
  • 승인 2007.11.13 1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놀드 칼루즈니 <노스캐롤라이나대 명예교수>
협업과 네트워크 구축이 이제 의료분야에서도 세계적 과제로 부상했다.

의사와 병원, 대학병원과 연구기관, 공공보건기관 등의 협업과 전략적 제휴가 세계 병원계의 당면과제이자 생존수단이라는 것.

제35차 국제병원연맹 총회 참석차 내한한 병원경영학의 세계적인 권위자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학 아놀드 칼루즈니 명예교수는 11월 6일 병원계가 처한 현실과 극복과제를 이같이 밝혔다.

칼루즈니 교수가 말하는 병원의 생존전략은 네트워크 구축이다. 우리가 알고 있던 방식은 끝났고 이제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며, 기존 조직이 유연하게 연결돼 장기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형태의 네트워크를 강조했다.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선 병원의 경영은 경영전문가가 하고, 진료는 임상의사가 맡고, 연구는 연구소가 맡아 전문화하되 중요한 것은 이들이 네트워크를 구성해 서로 유기적인 관계를 갖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연구소의 연구결과는 임상의사에게 새로운 정보로 제공돼야 하고, 임상의사는 연구결과에 따라 근거중심의 실증적인 진료가 이뤄져야 하고, 마찬가지로 병원은 경영전문가에 의해 전문경영이 이뤄지되 의사와 연구소간 정보교류와 협력이 이뤄지는 관계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인가? 칼루즈니 교수는 네트워크를 왜 구축해야 하는지, 어떻게 구축할 것인지,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최근 학술저널과 언론 헤드라인 등을 살펴보니 의료서비스 분야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다”며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싱가포르, 캐나다 등 모든 국가에서 과학이 발달하고 정보기술이 가미되면서 근거중심 의학과 근거중심 관리, 근거중심 경영 등 새로운 기술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수직적이고 수평적인 통합과 다양한 형태의 인센티브, 전자의무기록 등 새로운 이슈들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러 가지 과제와 현상 중에서 공통주제를 보면 파트너십, 네트워크라고도 불리는 ‘협업’의 중요성이 부각된다는 것이다.

칼루즈니 교수에 따르면 협업에서 중요한 것은 전문화와 유기적인 연계다. 상호 니드를 바탕으로 위험은 물론 지식과 능력을 공유하면서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에서 협업이 시작된다.

협업에 있어선 5I로 대표되는 5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investment’ 장기적인 투자와 ‘interdependent’ 상호의존성 즉 상호 윈-윈하는 관계가 전제되며, ‘integrated" 융합, "informed" 네트워크 내에서 상호조직간에 정보를 받아야 하고, 마지막으로 ‘institutionalized" 제도화해야 한다.

병원과 임상의사, 병원과 병원, 병원과 건강부서, 공공과 개인, 연구와 서비스분야 등에서 네트워크 구축방안을 모색해 볼 수 있다.

그는 미국의 임상종양프로그램(CCOP)를 예로 들고 있다. 암센터에선 전문적으로 암에 대해 연구하고 임상의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정보를 제공하며, 의사는 개인의 경험이 아니라 진료 및 처방과 관련해 암센터의 검증을 거치는 것이다. 대형 연구기관과 대학이 협업해서 함께 연구하고, 병원과 의사가 엮여져 질향상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형태다.

칼루즈니 교수는 유명 학자인 Deming의 말을 인용해 ‘문제는 조직과 조직사이의 관리’에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Donabedian의 말을 인용해 ‘시스템의 디자인을 고치지 않으면 안되고, 근시안적인 시각과 무식이 합쳐져서 문제가 생긴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아울러 제약회사와 의사들, 병원경영인을 분리해 전문화하되 중요한 것은 새로운 의학정보는 연구소에서 제공받고, 경영은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되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협업체계를 갖추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칼루즈니 교수는 “최근 의료분야는 이런 협업체계로 발전해가고 있지만 이미 항공회사의 얼라이언스나 자동차회사, 통신회사, 제약회사 등 다른 산업분야는 이같은 네트워크 협업체계가 정착됐다”며 “의료계는 협업을 배울 기회가 없어 아직 협업체계가 정착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의료현장에서 현실을 어떠한가?
의사는 의과대학에서, 간호사는 간호대학에서 교육을 받고 졸업후 병원 등에서 근무하는데 이 과정에서 서로 협업할 것이라 생각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게 오히려 어리석다는 게 칼루즈니 교수의 시각이다. 즉, 협업도 가르쳐야 한다는 것.

그는 조직내에서도 조직간에도 협업이 필요하고, 협업체계를 유지, 발전하기 위해선 명령과 통제에서 벗어나 각 단계별로 리스크를 극복하고 지속가능한 전략과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협업과 효과적인 파트너십은 우연히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일정 프로세스를 거치게 되며, 이 과정에서 협업관계를 잘 관리하기 위해선 명령과 통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이다.

칼루즈니 교수가 말하는 협업으로 가는 단계는 부상-전환-성숙-제도화 과정을 거치며, 각 단계마다 문제점들이 있다. 부상 단계에선 리스크의 극복이 중요하며, 전환 단계에선 존속이 중요과제이고, 성숙 단계에선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것, 제도화 단계에선 전략과 재정이 요구된다.

칼루즈니 교수는 “각 단계마다 리스크에 부딪히게 되는데 이를 잘 극복하는게 중요하고, 관리자는 어떻게 리스크를 극복할 것인지 관리해야 한다”며 “명령이나 통제가 아니라 의지를 갖고 다양한 접근법을 모색할 것”을 제안했다. 좋은 파트너십 관계는 소유와 통제에 의한 관계가 아니라 양쪽 모두 도움이 되기 위한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로 보인다.

그는 “협업관계를 형성, 발전시키다보면 예상치 못한 문제들에 부딪히게 된다”며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시간에 쫓기지 않되 시간이 지나면서도 의지를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원래의 열정을 갖고 협업관계 유지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직적인 목표와 사회적인 목표가 같은지, 니드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하며, 각 조직간 데이터를 공유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도 요구된다. 조직간에 신임하지 못하는 현상이 일어날 수도 있고, 조직간의 성과를 확인할 수 있도록 측정지표를 공유하는 것도 필요하다.

조직환경 내에서 경쟁과 협업은 동시에 나타날 수도 있다. 병원들은 암치료를 위해 모두 협력하고 양질의 암치료법을 내놓으면서도 한편으로 개별 병원들은 경쟁하고 있는 점을 예로 들었다.

그 다음은 적임자를 투입하는게 중요하다. 때문에 생산성을 내는 사람은 결정권자가 아니라 실제 밑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중요한 역할을 하는 중간관리자에게는 권한을 주고, 아이디어가 강한 사람을 앞세우는게 중요하며, 간호사 등 접점에 있는 사람들이 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칼루즈니 교수는 “아무리 윗 사람이 잘해도 중간관리자가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면 조직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중간관리자는 아주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네트워크 관리를 위한 8가지 가이드라인도 제시했다.
간호사와 같이 경계에 있는 사람이 의지를 갖고 일하면 협업이 잘 이뤄질 수 있으며, 인센티브를 잘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의료분야는 인센티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돈 이외의 인센티브도 다양하게 찾아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 지침으로 작은 승리를 많이 축적할 것을 권유했다. 첫 프로젝트에서 실패하면 협업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게 되고, 구성원들도 어려움에 봉착하므로 시스템을 게임을 하듯 승리할 수 있는 것부터, 가시적으로 성과가 드러나는 것부터 실천해 성공의 경험을 쌓는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네 번째 지침은 미션이나 목표 등 참가자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이뤄져야 하며, 다섯 번째는 목표에 인센티브를 맞추고 여섯 번째는 현실적인 소요시간을 정하고, 일곱 번째는 아이디어 챔피언을 초기에 파악하고, 마지막으로 중간관리자들과 지속적으로 대화할 것을 제안했다.

칼루즈니 교수는 “적임자를 버스에 태우는게 중요하다”며 “아무하고나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없으며, 왜 하는지, 제대로 진행되는지 체크해야 한다”고 말했다.

칼루즈니 교수의 저서 `헬스케어 매니지먼트`는 병원경영학의 바이블로 통하며 지금까지 세계 5개 국어로 번역돼 활용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