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궁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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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궁녀
  • 이경철
  • 승인 2007.10.0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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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한 암투의 주인공
김미정 감독의 데뷔작 "궁녀"(제작 영화사 아침)는 그동안 사극에서 가장 많이 등장했지만 주변인물에 그쳤던 궁녀를 소재로 삼아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 영화다.

영화는 왕을 비롯한 남자를 의도적으로 배제하면서 왕의 여자들의 다툼을 중심에 둔다. 이는 나라의 권력을 놓고 사활을 건 남자들의 전쟁이 아니라 억압된 욕망에서 비롯된 여자들의 은밀한 암투다. 그러나 생활 속에 벌어지는 은근한 신경전을 상상했다면 오산이다. 오뉴월에 서리를 내리는 여자의 한은 결국 피를 뿌리는 처절하고 살벌한 전투가 된다.

그 과정은 궁녀 살해사건을 중심으로 얽혔다 풀리면서 미스터리 스릴러로서의 재미를 준다. 불과 사흘 동안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어 줄거리의 집중도가 높은 데다 개별 에피소드도 풍성하다.

시각적으로도 은근한 조명과 개방과 폐쇄를 안배한 공간, 낮은 채도의 의상, 섬세한 소품 사용이 차분하고 섬뜩한 궁중의 분위기를 한껏 살린다. 주연에서 조연까지 대거 등장하는 여배우들이 나름대로 연기력과 개성을 뽐내는 점도 높이 살 만하다.

그러나 스릴러로 흐르던 영화가 후반부에서 서양식으로는 "판타지", 우리 식으로는 "괴담"과 결합하면서 큰 흐름이 흐트러진다. 또 끔찍한 형벌이 곳곳에서 지나칠 정도로 묘사되면서 관객의 뇌리에 공포물로서의 이미지를 깊게 새긴다. 이 점은 새로운 시도라는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스릴러로서의 긴장감을 놓치게 되는 아쉬움을 남길 수도 있다.

궁궐 안, 후궁 희빈(윤세아) 처소의 궁녀 월령(서영희)이 자신의 방에서 목을 맨 채 발견된다. 정의로운 성격의 내의녀 천령(박진희)은 시신을 검안하던 중 월령이 자살한 것이 아니라 살해됐다는 확신을 가지게 된다. 게다가 월령의 시신에 아이를 출산한 흔적이 남아 있자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이란 의심이 짙어진다.

그러나 감찰상궁(김성령)을 필두로 한 상궁들은 천령에게 자살로 윗전에 보고할 것을 요구한다. 사건으로 궁중이 시끄러워지는 것은 물론 왕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는 희빈의 입지가 위협받을 것을 우려한 탓이다. 궁녀 출신인 희빈은 중전을 비롯한 왕의 여자들 가운데 유일하게 아들을 낳았지만 서슬 퍼런 대비의 미움을 받아 어린 아들이 원자로 봉해지지 못하자 전전긍긍하고 있다.

천령은 윗전의 위협에도 진실을 밝히겠다는 일념으로 숨진 월령과 같은 방을 썼던 수방 궁녀 옥진(임정은), 월령의 시신을 가장 먼저 발견한 중궁전 궁녀 정렬(전혜진) 등을 상대로 사건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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