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에게 부당한 책임 전가는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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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에게 부당한 책임 전가는 안돼
  • 박해성
  • 승인 2007.09.1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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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의료법윤리학연구소, 환자 입증부담 경감ㆍ완화돼야
의료사고의 입증책임이 의료인에게 전환될 경우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1조3천억 가까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연세대학교 의료법윤리학연구소(소장 손명세ㆍ연세의대 교수)는 최근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에 대한 검토의견을 내세우고 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의료인과 피해자측의 합의나 타협이 이뤄지지 않은 의료사고가 3천여건, 이에 따른 의료사고 분쟁해결 비용만 1천900억원에 이를 것이라 보고 있다.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이 시행될 경우 모든 의료사고 입증책임이 일률적으로 의료인에게 전환되어 소송이 급증하고, 그 결과 분쟁 해결을 위한 사회적 부담 비용은 그 6배가 넘는 1조2천억에서 1조3천억에 이를 것이라는 계산이다.

연구소는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켜 의료인만의 부담이 아닌 국민의료비 증가로 이어져 불필요한 국민의 부담을 초래할 것으로 내다봤다.

▲민법 ‘무과실 추정’ 대원칙에 위배

연구소는 과실 책임이 명확해지기 전에 의사에게 책임을 묻는 입증책임의 전환은 민법의 무과실 추정이라는 대원칙을 위배하는 것이라 밝히고 있다.

환경소송의 경우 인과관계의 입증책임에 관해 피해자의 인과관계입증 어려움을 경감해 줄 필요성이 커서 원인물질을 배출한 가해자측에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는 경향이 많지만 이를 법규정으로까지 만들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외국의 경우 미국은 철저한 과실책임에 근거한 사법심사제도를 기본으로 의료분쟁을 해결하며, 프랑스나 스웨덴처럼 무과실 책임보상을 적용하는 예는 있으나, 민법의 대원칙을 거스르며 무리하게 입증책임을 전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나라가 없음을 예로 들고 있다.

연구소는 의료행위 결과에 대한 불가예측성과 발전된 현대적 의료행위의 고도 위험성, 그리고 의사가 이 모든 위험성을 제거할 수 없다는 점을 감안하면 민법상의 대원칙을 거스르면서까지 의사에게 전적으로 자신의 책임여부를 입증하도록 요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사상 손해배상책임 목적에도 어긋

연구소는 환자를 치료하고자 하는 선의에서 발생하게 된 결과에 대해 지나치게 피해자 구제만을 강조하는 것은 발생한 손해의 공평․타당한 분배 혹은 분담이라는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의 목적에 어긋난다고 밝혔다.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의 경우 자동차 운전자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끼친 경우 손해를 배상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운전자가 주의를 게을리 하지 않았거나 자동차의 구조상 결함 등이 없다는 것을 증명하면 책임을 지지 않도록 입증책임을 전환하고 있다.

연구소는 자동차손해배상법의 선례를 따라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안에 입증책임을 전화하는 내용을 담는 것이 입법상 완전히 불가능하다고 볼 수는 없다 하더라도, 의료사고를 자동차사고와 동일시해 책임관계를 따지는 것은 공평의 문제가 있다고 보고 있다.

교통사고 등과는 그 출발점부터 달리 의료사고는 의사가 환자를 돕기 위해 치료행위를 하다 발생하는 선의의 과정에서의 결과적 산물이라는 것.

▲진료환경 왜곡 우려

입증책임 전환이 법률에 명시되면 과실여부의 증명이 밝혀지지 않을 경우 의사에게 모든 책임이 돌아가 의사들의 진료가 위축될 것이라는 문제점도 나왔다.

이는 악결과의 개연성이 높은 환자의 진료거부와 불필요한 검사 시행 등 최소한의 소극적인 진료와 과잉진료를 초래하는 부작용을 낳게 돼 진료환경의 왜곡은 물론 위중한 환자의 생명권마저 박탈하게 될 우려를 발생시킬 것이라 지적했다.

의료법윤리학연구소는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은 의사에게 부당하게 책임을 전가하지 않는 범위에서 환자의 입증부담을 경감하거나 완화하는 제도를 마련해야만 진정한 소송당사자 사이의 ‘무기평등의 원칙’이 실현될 수 있을 것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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