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박동만 있나, 위장박동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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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만 있나, 위장박동도 있다
  • 윤종원
  • 승인 2007.09.04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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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사람의 심장은 의식과 관계 없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뛴다. 인체에는 심장말고도 자발적 리듬을 만드는 또 다른 기관이 있다. 바로 식도부터 대장까지 이르는 위장관. 위장관박동이 심장박동처럼 질병진단과 치료에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을까.

2일부터 제주도에서 열리고 있는 제21차 세계소화관운동학회에 참석한 국내외 석학들도 이번 학회 기간 동안 발표되는 위장관 박동 연구결과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심장은 1분에 70회, 위장은 1분에 3회 = 심장이 규칙적으로 뛰도록 즉 "페이스를 유지하도록" 하는 조직을 "페이스메이커"라고 부른다. 심장에서는 "동방결절(SA node)"이 이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한다. 심장 못지 않게 자발적 리듬 발생이 중요한 또 하나의 신체기관이 바로 위장관이다.

식도, 위, 소장, 대장으로 분류하는 위장관은 수축과 이완 사이에 적절한 조화를 이루면서 섭취한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배설하는 일련의 과정을 수행한다. 교과서에 나오는 "연동운동"이 바로 위장관 박동에 의한 것.

위장관에도 페이스메이커 조직이 있다. 위장관에서 동방결절과 같은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하는 주인공이 "카할 간질 세포(ICC, Interstitial Cell of Cajal)"로 불리는 세포다. 카할 간질 세포에 대한 연구결과 이 세포가 느린 파장을 발생시켜 연동운동의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수행할 뿐 아니라 내장신경으로부터 소화관의 민무늬근세포로 전해지는 신경전달을 매개해 위장관의 운동을 조절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카할 간질 세포가 만들어내는 느린 파장이 민무늬근을 수축하면 위장관이 수축 운동을 하게 된다.

인간의 위는 1분당 3회, 소장은 1분당 약 10회 정도 연동운동을 한다. 심박동이 1분에 약 70회라면 위박동은 약 3회인셈이다.


◇심전도처럼 "위전도" 가능할까 = 카할 간질 세포에 이상이 있으면 연동운동이 감소 또는 증가하거나 위장운동의 부조화로 인해 소화불량, 구토감 같은 위장관 운동기능 장애가 생긴다. 변비나 소화불량, 과민성 장증후군 등 소화관 기능성 질환을 연구하는 전문가들이 위장관 박동에 주목하는 이유도 이 세포가 위장관 운동을 조절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십이지장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위 부위인 유문의 근육이 두꺼워져서 생기는 "선천성 영아 비대성 유문 협착증"이나 불확실한 원인으로 결장이 커지는 질환인 "특발성 거대 굽이 창자" 같은 소화관이 협착되는 환자들에서도 카할 간잘 세포가 손실이 발생한다.

심전도는 심장박동을 분석해 심장질환 진단의 단서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위장전도 측정으로 소화관 질환을 예측할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 가능하며 실제로 상업화된 위전도 기계도 있다. 그러나 실제 환자에게는 거의 적용되지 않으며 연구용으로 활용되는 정도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이풍렬 교수는 "위전도 측정기계가 있으나 정확도가 떨어져 임상에서는 거의 쓰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아직은 연구 초기 단계 = 위장관 박동과 카할 간질 세포에 대한 연구는 대부분 동물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아직 초기단계다.

2일부터 제주에서 열리고 있는 21차 세계소화관운동학회에서 삼성서울병원 이풍렬 교수와 미국 네바다 주립대 숀 워드 교수팀은 사람 위장내 카할 간질 세포의 분포와 역할에 대한 연구를 실시해 주목을 받고 있다. 이풍렬 교수팀은 동물에서 위장박동은 위장 하부에서만 관찰되는데 비해 인체에서는 위장 상부에서도 박동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밝혀냈다. 또 카할 간질 세포은 위장의 바깥쪽을 둘러싸는 근육과 안쪽의 근육 사이에 그물 모양의 망상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도 이 교수팀에 의해 확인됐다.

이풍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위장관 박동 조절 시스템의 변화와 인체의 위장관 운동 질환간의 상관 관계를 규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특히 당뇨병 환자에게 나타나는 위 마비를 연구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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