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생애 최악의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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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 생애 최악의 남자
  • 윤종원
  • 승인 2007.08.27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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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뒤의 로맨스

21세기 한국에서 직장남녀가 꽃 같은 20대를 지나면서도 진짜 사랑 한번 못해 봤다거나 서른을 훌쩍 넘긴 나이와 주변의 성화로 적당히 짝 맞춰 결혼했다는 이야기는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게 결혼한 남녀가 결혼 직후 서로의 완벽한 이상형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해프닝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 "내 생애 최악의 남자"(감독 손현희ㆍ제작 CK픽쳐스)가 찾아왔다.

광고회사 PD 주연(염정아)과 출판사 직원 성태(탁재훈)는 10년지기다. 주연이 술 먹고 쓰러져 있으면 업어다 나르는 것은 성태이고 성태에게 소개팅을 주선하고 그 뒷수습까지 하는 것은 주연이다.

어느 날 친구들끼리 모여 떠들썩한 술자리를 함께 하다 단 둘이 2차까지 가게 된 주연과 성태는 다음날 한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경악한다. "2차 가자 그랬지 그게 그 2차야?"라며 싸우던 이들은 없었던 일로 치고 넘어가기로 하지만 그날 바로 하룻밤 실수가 이틀밤 실수로 바뀐다.

꽉 찬 나이와 친구들의 성화에 못 이겨 결혼한 이들은 나름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리기로 하고 아기자기하게 신혼여행도 즐긴다. 그러나 신혼여행 뒤 출근한 날 주연은 새로 온 잘생긴 연하의 광고감독에게 첫눈에 반한다. 새로운 여자 편집장과 함께 일하게 된 성태는 섹시하고 유능한 그녀의 매력에 심장이 뛴다.

마음 잡고 결혼생활을 하려던 이들은 각자 이상형을 만나자 "그냥 잘살아볼까"라는 마음과 "연애 한 번 제대로 해보자"라는 심정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이 영화는 남녀의 심리 포착에는 꽤나 능숙하다. 친구 같은 남편에 지친 아내를 유혹하는 것은 젊은 남자와의 신선하고 달콤한 로맨스이지만, 밖으로 나도는 아내에 지친 남편을 유혹하는 것은 도발적인 여자 상사의 적극적 공세라는 설정도 흥미롭다.

그러나 이야기의 흐름은 이 커플의 결혼생활만큼이나 갈피를 잡지 못한다. 로맨틱 코미디에는 로맨스와 코미디가 절묘하게 섞여야 제 맛이 살아나지만 이 영화는 두 가지가 따로 노는 느낌을 준다. 신선한 웃음을 주는 장면도 곳곳에 있지만 로맨스의 흐름은 코미디와 드라마 사이에서 삐걱거린다.

욕설을 쏟아내며 자신을 덮치는 남편을 밀쳐낸 아내가 바로 다음날 남편 앞에서 망사 스타킹을 입고 "봉춤"을 추는 설정이나 느닷없이 이상형의 남자와 폐쇄된 장소에 갇혀버린 아내가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의상까지 바꿔 입고 함께 코믹 춤을 추는 설정은 "뭔가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의 균형을 잡기 위해 고군분투한 것은 두 주연배우다. 염정아는 코믹하고 톡톡 튀는 매력을 마음껏 발산하고 탁재훈은 적절한 선을 지킨 코믹 연기와 진지한 드라마 연기를 동시에 펼친다.

요새 한국영화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카메오의 활용은 이 영화에서도 눈에 띈다. 스크린 속에서 김미려, 김선아, 신이, 신현준을 찾아보는 것이 또 하나의 재미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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