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필름 공급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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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필름 공급중단 위기
  • 정은주
  • 승인 2007.08.14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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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재료 상한가 인하로 수입원가보다 마진 낮아져 업계 타격
정부의 치료재료 상한가 인하방침에 따라 수입마진이 없어진 업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면서 국내 방사선필름의 공급중단이 예상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최근 급격한 환율하락에 따라 치료재료의 73%에 해당하는 7천873품목의 보험상한금액을 평균 9.28% 인하하기로 하고 8월 14일까지 의견조회를 거쳐 9월부터 반영키로 했다.

수입원가의 상승분은 일체 반영하지 않은채 환율하락만 인정, 치료재료 상한가를 조정하자 관련업계를 중심으로 마진율이 낮아 더 이상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으며, 제도가 강행될 경우 급기야 수입포기까지 이어질 위기에 놓였다.

특히 국내생산이 불가능한 필름의 경우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인데, 업체에서 수입을 포기할 경우 개원가와 치과는 물론 아직 Full PACS를 설치하지 않은 대부분 병원급 의료기관에서 필름공급 중단으로 인한 진료차질까지 빚을 전망이다.

한국방사선필름판매업협동조합 김용갑 이사장은 “수입에 의존하는 방사선 재료에 있어 수입원가 인상분은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그동안 은과 원유 등은 몇배로 올랐고 그로 인해 수입원가 인상분과 물가인상분 등을 고려하면 40%가 넘는 인상요인이 있지만 이를 무시한채 환율하락분만 고려해 치료재료 상한가를 인하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환율 떨어지는 동안 원유와 은 천정부지로 인상
2000년 11월 책정된 기준환율은 1천150원. 이후 한번도 변동이 없다가 이번에 955원으로 조정키로 했다. 문제는 환율은 내렸지만 그동안 수입원가 상승분과 물상상승률을 가격에 반영해주지 않았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예를 들어 2006년 8월 211달러에 수입한 medical X-RAY 필름이 같은해 11월 235달러로 인상됐다. 불과 3달만에 10% 이상 인상됐지만 국내 치료가격 조정은 일체 없었던 것.

문제는 이번 정부조치가 잘못됐다기보다 가격변동 요인을 치료재료 상한가에 반영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지 않다는 데 있다. 2000년 11월 상환고시금액을 고시하면서 정부는 ±5% 선에서 가격조정 요인이 있으면 이를 반영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었지만 지난 7여년간 가격조정이 전혀 없었다.

방사선필름판매업협동조합측은 “이번 조치로 평균 인하폭이 18%인데 마진율은 20% 남짓 되니까 현실적으로 영업활동이 불가능한 수치”라며 “환율인하 요인을 반영하되, 수입가격 인상요인과 인건비 인상분, 물가인상분 등도 고려해 줄 것을 복지부에 건의했다”고 말했다.

▣방사선 필름, 대다수 의료기관에서 ‘진단 필수품’
종합전문요양기관과 일부 대형 종합병원은 디지털 장비인 Full PACS로 전환해 필름없는 병원을 구현하고 있지만 아직 병원급 의료기관 70% 이상, 의원급과 치과의료기관의 90% 이상은 필름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상장비에 의해 촬영을 한 후 방사선 필름으로 인화, 판독을 하는 것이다.

현재 병원급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기관별 차이가 있으나 평균 한달에 200-300만원에 이르는 필름을 사용하고 있으며, 의원급은 평균 50-60만원 가량의 물량을 소화하고 있다.

필름산업이 사양길을 걷고 있으나 향후 10년간 300-500억원 정도의 시장규모는 유지될 것이란게 업계측 전망이다. 자금여력이 있는 대형 의료기관의 경우 PACS를 도입하면 필름보다 2배 가량 높은 PACS수가를 적용받을 수 있는 데다 시간이 적게 들고 업무효율성 제고 등의 장점으로 인해 PACS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는 추세이지만, 필름사용량이 적거나 규모가 작은 의료기관 등에선 최소 6천만원에서 많게는 1억5천만원에 이르는 CR, DR 등의 영상장비조차 갖추기가 부담스럽기 때문.

▣방사선필름은 물론 의료기기업체도 수입중단 선언
사선필름판매업협동조합은 산하 64명의 조합원 중 52명의 조합원이 참여한 가운데 8월 9일 긴급총회를 열고, 정책이 강행될 경우 필름수입을 전면 중단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번 인하대상 치료재료는 전체 1만781개 품목 중 7천883개 품목으로 93%에 해당하는 만큼 그 여파는 의료기기업체도 비껴갈 수 없는 상황이다.

신경외과 치료재료인 션트의 경우 치료재료 상한금액 인하율이 마진율 20%를 초과하는 등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자 업계는 내부적으로 사업포기를 확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입에만 의존하고 있는 관상동맥확장용 약물방출스텐트의 경우 상한금액이 6.65%에서 18.20%로 인하율이 결정되면서 수입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알려지자 급기야 순환기학회가 나서 의료기기 사용이 불가피함을 강조하고 나선 상황이다.

한국의료산업협회는 8월 6일 치료재료 상한금액의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업계에 불이익이 발생할 경우 소송으로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13일 현재 “14일까지 의견조회 기간이라 10여건의 의견이 접수됐지만 뭐라 말하긴 곤란하다”며 “다만 현재까지는 정부방침 그대로 가는게 원칙”이라고 밝혀 향후 업계와 정부간 의견조율이 어떻게 이뤄질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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