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해부학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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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해부학 교실
  • 윤종원
  • 승인 2007.06.2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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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제작사 청어람의 첫 공포영화 "해부학 교실"(감독 손태웅)은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한 번도 시도되지 않았던 "해부"와 "카데바(해부용 시체)"라는 소재를 공포의 핵심 오브제로 내세웠다.

소재의 참신함이라는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그것만으로 영화의 완성도 전체를 담보할 수는 없는 일.

아무래도 스토리의 짜임새와 메가폰을 잡은 감독, 출연 배우들의 면면에 눈을 돌리게 되는데, 감독은 "해부학 교실"이 장편 데뷔작인 신인이다.

신인 감독이라고 반드시 영화를 못만들라는 법은 없지만 아무래도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

출연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주연인 한지민을 비롯해 온주완, 오태경, 소이, 문원주, 채윤서 등 대부분의 연기자들이 충무로에서 연기파로 소문난 배우들이라기보다는 "차세대 스타"라는 타이틀이 어울리는 신인급 연기자들이다. 물론 조민기나 박찬환 같은 중견급 연기자들도 나오긴 한다.

"해부학 교실"은 이처럼 적어도 외양상으로는 신뢰감보다는 불안감이 더 많이 느껴지는 영화지만 전체적인 만듦새는 썩 나쁘지 않은 편이다. 나름대로 촘촘한 시나리오 위에 감독은 공감각이 주는 공포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신선한 소재를 독창적인 생명력이 살아숨쉬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포영화로 만들어내기에는 아무래도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또한 공포의 원인이 한국 공포영화에서 주로 봐왔던 "한(限)"이라는 점도 진부함을 느끼게 한다.

영화의 공간적 배경은 의과대학이다. 당당하고 영민한 선화(한지민), 넘치는 자신감을 가진 병원 이사장의 아들 중석(온주완), 팀원들의 리더 기범(오태경), 공부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으려는 모범생 은주(소이), 의사가 되기엔 너무나 심약한 경민(문원주), 공부는 뒷전인 채 섹시함과 도도함으로 무장한 지영(채윤서)은 자부심 높은 의대 본과 1학년으로 같은 해부학 실습의 팀원들이다.

각자 최고의 외과의사가 되기 위해 경쟁하면서도 끈끈한 우정으로 같은 팀을 이루던 그들을 기다리는 것은 바로 첫 해부학 실습.

긴장감 넘치는 해부학 실습 첫 날, 여섯 명의 의학도들은 두려움을 애써 감춘 채 그들을 위해 준비된 카데바를 맞게 되고 선화를 비롯한 팀원들에게는 젊고 아름다운 여성 카데바가 배정된다.

그런데 그 카데바를 접한 뒤부터 팀원들은 알 수 없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린다. 어느 날, 선화는 은주로부터 실습실에 갇혔다는 메시지를 받고 달려가보지만 은주는 이미 심장이 사라진 사체로 발견된다.

연이은 사고와 팀원들의 죽음으로 해부학 교실은 핏빛으로 물들고 선화, 중석, 기범은 카데바가 이 사건들과 관련이 있음을 깨닫고 살아남기 위해 카데바 여인의 과거를 추적하기 시작한다.

카데바의 정체에 다가가면 갈수록 선화는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 감추고 있던 자신의 과거와 관련이 있음을 눈치채게 된다.

더욱이 해부학 교수 지우(조민기)가 해부학 실습이 시작되기 전까지 카데바를 자신의 연구실에 유기시키고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사건은 점점 미스터리 속으로 빠져드는데….

영화의 결말은 좀 혼란스러운 편이다. 카데바 여인과 선화, 애꾸눈 의사, 지우의 사연이 얼기설기 얽히면서 해묵은 사건의 배경이 스멀스멀 정체를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플래시 백과 오버랩 기법은 현재와 과거가 하나로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갖게 하지만 정교함이 부족해 약간 산만한 편이다.

영화 말미에는 지나치게 멜로드라마적 성격을 부각시켜 공포영화로서의 본분을 잠시 망각한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해부학 실습 장면과 등장인물들이 살해당하는 장면에서는 좀 더 잔인하고 충격적인 비주얼을 보여줬더라면 공포영화라는 타이틀에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15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기 위해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을 절제했다는 제작사 측의 설명이 그 이유를 밝혀주긴 했지만 말이다.

7월1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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