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윤리가 곧 경쟁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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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윤리가 곧 경쟁력이다
  • 김완배
  • 승인 2007.06.1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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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은 샘안양병원 의료원장, 의사 권위 되찾고 사회신뢰 얻어야
요즘은 가운같은 유니폼을 입는 직업군이 다양해졌지만, 옛날에는 가운을 입은 직업은 성직자와 법관, 의사 3 가지였다. 종교가 주도하던 중세때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신학적 개념에서 ‘신이 해야할 일을 인간이 대신하는 것’에 대한 상징으로 풀이된다.

신의 일을 대신하는 만큼 사회의 존경심도 크고 이들 직업군들이 가져야할 윤리적 의무도 무겁다.

그러나 우리나라 의사들의 현주소는 그렇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의약분업이란 정책적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나섰던 의권투쟁은 의사들의 집단 이기주의로 몰려 의사들의 사기는 땅에 떨어졌고 최근에는 의협 금품로비 파문으로 사회로부터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본지는 지난 1994년부터 1996년까지 2년동안 미국 세인트루이스의과대학에서 의료윤리를 공부했던 샘안양병원 박상은 의료원장에게서 의료윤리를 통해 추락한 신뢰와 신성한 의사란 직업의 전문성을 되찾을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들어봤다. 참고로 박 원장은 로마교황청 자문기구 역할을 하고 있다는 가톨릭 계열의 세인트루이스대학에서 의료윤리학을 배우면서 밤에는 대학원격인 커버넌트신학교에서 윤리학을 공부했다.

‘사랑과 건강이 샘솟는다’라는 뜻의 샘안양병원은 회색과 푸른 녹색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다른 병원들과는 색깔이 달랐다. 외래 진료실 앞 환자 대기공간 소파는 때깔고은 빨강이었고 진료실 문은 화사한 꽃 문양으로 장식돼 있어 병원이라기 보다는 다양한 강좌가 열리는 문화공간에 가까워 보였다.

그곳 2층 내과 진료실에서 박 의료원장을 만났다. 박 의료원장은 최근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던 안락사와 황우석 박사 사건으로 대표되는 배아줄기세포 복제 등 생명윤리와 관련된 문제부터 언급했다. 생명윤리에 대한 인식부족과 의료윤리 기준 미흡 등 기술적 문제로 접근했다.

#의사들, 자기 희생 불구 사회적 비난

박 원장은 고생도 많이 하고 분명한 자기 희생이 있었음에도 의사들이 사회로부터 욕을 먹고 있는 요인으로 ‘국민들과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부족’을 꼽았다. 의사들의 파업을 거치면서 ‘생명을 버리고 이익을 취하는 듯한 인상’을 주었고 연이은 의료윤리를 둘러싼 이슈들로 인해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한데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또한 병원이나 의료를 비즈니스로 해석, 스스로 신성한 측면을 훼손한 것도 한몫했다는 지적이었다.

#생명윤리는 물론 실천윤리도 중요

박 원장은 의과대학 커리큘럼의 경우 의료윤리가 강화됐지만, 주로 생명윤리에 집중돼 있고 졸업후 의사 연수교육에서도 구색맞추기식으로 흐르고 있는 점을 안타까워했다.

박 원장에 따르면 의료윤리는 크게 두가지로 나눠진다. 생명의 시작(배아복제, 낙태, 난자와 정자의 매매 등)과 진행과정(질병치료와 관련된 사항), 그리고 최후(안락사, 호스피스, 뇌사, 장기이식 등)를 다루는 ‘생명윤리’와 의료인이나 병원의 입장에서 지켜야할 직업적 윤리인 ‘실천윤리’가 그것이다.

의사란 신성한 직업에선 생명윤리 못지않게 실천윤리 또한 중요하지만, 의과대학이나 의사 연수교육에서 다소 등한시되고 있어 아쉽다는 지적이다.

#美의사협회, 생명윤리에 있어 보수적 입장 견지

박 원장은 우리나라 생명윤리에 대한 시각의 문제점을 제시했다. 미국 의사협회(AMA)의 경우 낙태나 안락사 논란에서 지극히 보수적인 입장을 취한다. 생명을 소중히 여기는 것을 최우선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혼수상태의 환자에게서 인공호흡기를 떼는 경우 병원 내부의 윤리위원회를 거치지 않고 의료진의 최종 판단으로 결정되는 경우도 있어 논란거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

박 원장은 의료윤리를 지키기 위한 세인트루이스의과대학병원을 비롯한 미국의 병원들의 사례를 들었다. 미국 한 병원의 신경외과 집담회장. 지난 1주일간의 환자 케이스중 윤리적으로 문제될만한 사례들이 논제로 올라왔다. 박 원장이 놀라워했던 부분은 윤리적 문제를 아젠다로 집담회를 가진 것도 있었지만, 교수의 잘못된 점을 레지던트가 지적하고 레지던트의 오류를 간호사가 문제삼는다는 점.

의사결정 구조가 수직적인 우리나라 의사로선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부분이나, 미국 병원에선 자연스러운 관행인 모양이다. 박 원장에 따르면 세인트루이스의과대학병원의 경우 병원내 윤리위원회에서 레지던트들에 대한 지속적인 윤리교육을 시키고 있으며 의학지식을 갖춘 성직자들이 수술실 등을 모니터링하는 등 의료윤리의 잣대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엄격하다는 것.

#뼈깎는 성찰로 의료윤리 실천해야

박 원장은 이와 관련, “외부적으론 관대하면서도 내부적으론 뼈를 깎는 성찰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원장은 실천적인 의료윤리에 있어서 지켜야할 사항들로 ▲투명한 병원경영 ▲리베이트, 랜딩비 없애기 ▲직원들간의 공동체 의식 함양 ▲계약약속 이행 ▲의국문화 개선 등을 꼽았다.

박 원장은 투명경영 사례로 자신이 속한 샘안양병원을 들었다. 숨기지 않고 세금을 신고하니, 두, 세차례 세무조사를 받아도 별 나온게 없더라는 것. 이같은 투명한 경영을 한 이후 오히려 경쟁력이 붙어 최근 3-4년전부터는 환자수요가 크게 늘어났다. 진료스탭들도 처음에는 안내던 갑근세를 내다보니 실수령액이 줄어 불평이었으나 이제는 오히려 더 떳떳하게 진료에만 전념하더란 박 원장의 설명이다.

#의료윤리 출발점인 의국문화도 바꿔야

박 원장은 의사생활의 첫 출발선상인 의국문화를 바꿔야할 것이라고 충고한다. 의사로서 윤리적 감각을 갖춰야할 시점에 의국비로 음주문화를 즐기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의국 회식후 볼링이나 오페라 감상 등을 즐기고 있는 샘안양병원의 개선된 의국문화를 소개했다.

#병·의협 등 의료단체서 의료윤리 바로세우기에 앞장서야

박 원장은 대한의사협회나 대한병원협회 등 의료단체에서 의료윤리의 잣대를 보다 엄격하게 적용할 것을 주장한다. 의료윤리의 기준을 보다 명확하게 설정, 의료계 내부에 제시하고 이를 실천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의료윤리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명예와 권위, 신뢰를 되찾고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자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다.

□박상은 의료원장

고려의대를 나와 고신의대에 몸담다 성남중앙병원 진료부장을 거쳐 샘안양병원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 3월1일자로 의료원장직을 맡아 샘안양병원과 샘안양여성병원, 샘안양한방병원을 이끌고 있다.

박 원장은 또 아프라카미래재단에서 추진중인 아프리카 스와질랜드 의과대학과 병원 설립사업에서도 추진본부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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