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쉬즈 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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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쉬즈 더 맨
  • 윤종원
  • 승인 2007.04.19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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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취향 그대로 반영한 로맨틱 코미디

끌리는 영화는 따로 있다. 롱테이크에 변변한 줄거리도 없는데 왠지 가슴을 파고드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할리우드 스타가 총출동하고 작품성ㆍ흥행성을 함께 인정받는 거장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는데도 영 구미에 당기지 않는 작품도 있다.

바로 기호(嗜好) 때문인데 그렇다고 하더라도 10대가 좋아할 영화, 남성이 열광하는 영화 등 굳이 나눠 얘기하게 되는 것은 성별과 연령대에 따라 그 관객층에게 어필하는 영화는 분명 따로 있기 때문이다.

20~30대 여성들이 좋아하는 영화는 뭘까? 아마 그들의 판타지를 반영하는 영화일 듯싶다.

20대 초반의 여성은 지긋지긋한 교복을 벗고 맞이한 봄 향기 가득한 공원에서 남자 친구와 데이트를 하고 싶을 테고,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쯤 된 결혼적령기의 미혼여성은 든든한 경제력에다 매너에 매력까지 갖춘 남성이면 신랑감으로는 물론 데이트 상대로도 금상첨화일 것이다.

이것은 현실의 문제이고 현실에서 발을 살짝 떼고 판타지의 세계로 들어가면 20~30대 여성에서 공통분모로 남는 것은 잘생긴 남성과의 짜릿한 로맨스일 것이다. 판타지란 현실감이 전혀 없는 것이니 과도하게 잘생긴 남성일수록 여성들은 열광한다.

그런 잘생긴 남성과의 로맨스에 대한 환상을 충족시켜주겠다고 나선 영화가 "쉬즈 더 맨(She"s The Man)"이다.

축구에 미친 비올라(아만다 바인즈)는 교내 여자축구부가 해체되자 난감하다. 남자부에서는 여자를 부원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는데 그녀는 어떻게든 축구가 하고 싶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남자 행세를 하는 것. 그녀에게는 마침 자신과 닮은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이 있다. 음악에 미친 세바스찬이 런던에서 열리는 음악축제에 간 사이, 비올라는 오빠가 입학할 예정인 학교에 오빠 행세를 하며 입학한다. 그녀의 목적은 단 하나, 축구부에 드는 것이다.

축구부에 입단하고 기숙사에까지 무난히 입성(?)했는데 문제는 룸메이트 듀크(채닝 테이텀). 그를 속여야 꿈에도 고대하는 축구를 할 수 있는데 쉽지 않다. 그런 사이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 같은 축구부원인 듀크와 함께 운동하고 얘기하면서 비올라는 듀크에게 끌리기 시작한다.

"쉬즈 더 맨"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다. 달콤한 사랑과 코미디가 함께 하는 이 장르는 언제나 해피엔딩이다.

영화의 모든 요소는 이 해피엔딩을 향해 돌진한다. 쌍둥이 남매의 외모와 체격이 딴판인데도 영화가 닮았다고 하면 "OK"다. 리얼리티가 떨어져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 로맨틱 코미디는 판타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여성 관객을 염두에 두고 기획된 듯하다.

인형 같은 여배우를 제치고 적당히 예쁜 여주인공이 잘생긴 남자 주인공을 차지하는 것도, 남성 스포츠의 대명사인 축구에서 여성이 당당하게 홀로 서는 것도 모두 여성 관객에 충족감을 줄 것이다.

영화는 여성주의 관점을 살짝 건드리면서 "저 애도 하는데 너도 할 수 있어"라며 여성들에게 속삭이는 듯하다.

이런 뻔한 스토리와 구성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여성들을 만족시킨다. 시사회가 끝난 뒤 여성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볼 때 "쉬즈 더 맨"은 시종일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여성 영화라는 확신이 굳어진다.

"난 그런 뻔한 스토리에 넘어가지 않아"라고 말하는 여성도 아마 이 작품을 보며 웃고 있을 확률이 높다. 작품성을 논할 영화는 아니지만 기획성은 높이 살 만한 상업영화라는 얘기다.

노티카 모델 출신으로 "스텝 업"에 출연했던 채닝 테이텀과 미국 10대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아만다 바인즈가 남녀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쉬즈 더 맨"은 메가박스가 5월부터 여성 관객을 겨냥해 내놓는 영화 브랜드 "무비온스타일"의 첫 작품이기도 하다. 첫 작품으로 괜찮은 선택인 듯싶다.

5월3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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