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날아라 허동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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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날아라 허동구
  • 윤종원
  • 승인 2007.04.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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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봄 유난히 부성애를 다룬 영화가 많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날아라 허동구"(감독 박규태, 제작 타이거픽쳐스)가 꾸미지 않은 진솔함으로 편안하게 관객을 향해 다가선다.

박광수 감독ㆍ박신양 주연의 "눈부신 날에"(19일 개봉), 장진 감독ㆍ차승원 주연의 "아들"(5월3일 개봉)의 사이에 놓인 "날아라 허동구"(26일 개봉)는 "달마야 놀자"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이제 갓 데뷔하는 신인 감독과 연기력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으나 스타성에서는 두 배우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정진영이 만나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비슷한 "반전"으로 영화 막판 관객을 놀래키는 두 작품과 달리 이 영화는 착한 주제를 끝까지 밀고 나간다. 정진영은 아들을 학교에서 조퇴시키기까지 하고 처음으로 시사회에 초대했다.

지능이 다소 떨어지는 "IQ 60"의 아들과 아들이 집보다 좋아하는 초등학교를 무사히 마치도록 하는 게 목표인 아버지의 이야기다. 관객의 가슴을 적시는 데는 부성애 못지않게 어른들은 도저히 따라갈 수 없을 것 같은 아들과 아들 친구의 우정도 큰 몫을 한다.

흔히 말하는 "영화적" 장치는 크게 발견되지 않는다. 극적 긴장감이 신경을 자극하지 않아 그런 재미를 느끼지는 못한다. 그러나 영화는 간결하고 깔끔하게 제 이야기를 풀어낸다.

영화의 소재는 실화다. IQ 60짜리 아들과 암에 걸린 어머니의 고단하지만 꿋꿋한 삶을 소재로 한 것. 그러나 시나리오를 본 정진영이 "암에 걸린 어머니 대신 아버지로 바꿔주면 내가 하겠다"고 나섰고, 영화는 현실보다 훨씬 희망적으로 바뀌었다.

초등학교 4학년 동구(최우혁 분)는 학교 공부를 따라가기 버겁다. 학교에서 미운오리새끼나 다름없는 동구는 그러나 학교가 세상에서 제일 좋다. 그리고 같은 반 친구들에게 물을 따라주는 "물반장"을 하면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보람을 느낀다.

담임 선생님은 시험보는 날 학급 평균을 올리기 위해 의도적으로 동구를 결석시키고, 동구가 좋아하는 "짝" 준태(윤찬)를 비롯해 반 친구들은 동구를 대놓고 무시하기 일쑤다.

아내 없이 혼자서 그런 아들 동구를 키우는 치킨집 사장 진규(정진영)는 특수학교를 보내라는 학교의 압력에 굴하지 않는다. 학교에서는 가장 "강력한" 조치로 주전자 대신 정수기를 들여놓는다. 동구가 사는 의미를 빼앗아버린 셈이다.

낙심한 동구는 어느 날 야구부에 들어가면 "주전자 당번"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단지 그 이유 하나로 선수가 한 명 부족한 야구부에 입단한다. 야구부 코치(권오중)는 진규에게 동구를 잘 가르치겠다고 허풍을 떤다. 그러나 공이 날아오면 눈을 감아버리는 동구가 야구선수가 되기란 요원한 일.

동구를 무시하던 준태는 체육시간에 자신의 몫까지 운동장을 달리는 동구를 보며 가슴이 뭉클해진다. 준태는 심장병을 앓고 있어 달릴 수 없었던 것.

야구부 코치가 점점 더 동구에게 지쳐가며 동구를 포기하려 하자 준태가 동구 전담 코치를 자처하고 나선다. 운동장을 뛸 수 없는 준태는 대신 게임 등을 하며 야구 룰에 대해 또래 누구보다 더 많이 알고 있다.

야구부에서 쫓겨나면 물당번도 할 수 없고, 학교에서도 쫓겨나야 하는 동구가 야구부에서 버티기 위해 노력하고 있을 즈음 아버지는 집에서 쫓겨나가야 하는 현실적인 문제에 부닥친다. 숨진 아내 병원비를 위해 20년 가까이 살아온 집을 동네 할아버지에게 팔았는데 집주인 아들이 그 집을 내놓은 것.

아버지는 병든 할아버지를 찾아가 "동구가 집에서 학교까지 가는 길을 외우는 데 3년이 걸렸다"며 목메어 운다.

어느 날 병원에서 암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아버지는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이 암에 걸렸기를 바란다.

야구대회에 나가게 된 동구와 병원으로 향하는 아버지. 현실에 맞서는 부자(父子)의 마지막은 가슴 찡하다.

드라마 등을 통해 흔히 본 듯한 소재이며, 그래서 빤한 이야기일 것 같다는 선입견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주저하게 만들 수 있다. 그러나 아들, 딸과 손잡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결코 아깝지 않은 영화다.

정진영과 아역 배우 최우혁의 연기는 말할 것도 없다. 준태 역의 윤찬 역시 제 몫 이상을 해줬고 야구부 코치 권오중과 진규의 친구 상철 역의 신정근이 관객의 기분을 환하게 풀어준다.

26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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