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들
상태바
영화 - 아들
  • 윤종원
  • 승인 2007.04.13 08:0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장진 감독이 선보이는 가족영화

무명이었던 나이트 샤말란을 유명 감독 반열에 올려놓은 "식스 센스(The Sixth Sense)". 이 영화의 매력은 극적 반전에 있다.

망자의 영혼을 보는 아이의 심리치료를 맡은 아동 심리학자 말콤 크로(브루스 윌리스)가 사실은 이미 죽은 사람, 즉 귀신이었다는 충격적인 결말은 관객의 허를 찌르며 영화를 끊임없이 회자되게 했다. 반전이 영화에 생명력을 불어넣은 좋은 예다.

그러나 이러한 예상 못한 반전이 항상 좋은 방향으로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아마도 장진 감독의 신작 "아들"(KnJ엔터테인먼트ㆍ필름있수다 공동제작)이 좋은 예가 될 듯싶다.

사람을 죽이고 무기수로 복역 중인 강식(차승원)은 15년 만에 아들 준석(류덕환)을 만날 꿈에 부풀어 있다. 세 살 때 헤어져 이제는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지만 그는 요즘 아이들의 은어를 습득하며 아들을 만날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

교도관과 함께 동행한 강식은 집에서 만나야 한다는 규칙을 깨고 학교 앞까지 마중나갈 만큼 시간이 아깝다. 두 부자(父子)에게는 하루밖에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얼굴을 대면한 아들은 반기는 눈치가 아니다. "죽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느냐" "눈이 무섭다"는 등의 말을 서슴없이 꺼내 주눅 들게 만들기 일쑤다.

그런 아들이 자신의 생일날을 얘기하며 아버지라는 말을 대화 속에 섞더니 밤에 함께 외출하자는 제의에 반색하며 따라나선다. 부자는 함께 사우나에 가고 빗속을 뛰면서 그렇게 15년간 그리워했던 속내를 하나둘씩 내보이기 시작한다.

"아들"은 충무로의 이야기꾼 장진 감독이 처음으로 선보인 가족 영화다. 코미디 배우로서의 틀을 깨려는 톱스타 차승원과 연기파로 인정받는 젊은 배우 류덕환이 출연해 제작단계부터 화제가 됐던 영화다.

영화는 최근 트렌드 중 하나인 부성애를 소재로 했다.

영화 속 아들의 얼굴도 잘 기억 못하는 아버지와 아버지에 대한 기억조차 없는 아들을 뜨겁게 하나로 묶는 고리는 피를 나눴다는 것뿐이다.

영화는 이렇게 설정부터 한국인에게 민감한 혈연주의 전통을 건드리며 시작한다. 함께 공유한 시간이 없어도, 함께 나눈 추억이 없어도, 얼굴을 몰라도 피를 나눈 부모자식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뜨거운 눈물을 쏟는 관계가 바로 한국의 부모와 자식인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런 설정으로 관객을 불러놓고 정면으로 이를 배신한다. 가슴 찡한 부성애를 기대하며 극장을 찾은 관객은 아마 이 영화가 선물하는 극적 반전에 황당해 할 것이다. 반전이 아무리 기발하고 극적이라고 해도 관객에게 이 같은 반전은 달갑지 않을 듯. "아들"은 한국인의 정서를 크게 의식하지 않고 만든 영화처럼 보인다.

진한 부성애 영화에 코미디를 섞는 재치는 장전 감독답지만 부성애, 우정, 대안가족 등을 모두 한 영화에서 표현하려고 했던 점은 과욕인 듯싶다.

아들 준석으로 출연한 류덕환의 연기는 이 영화에서도 빛을 발하지만 통곡하는 장면에서 제대로 울지 못하는 차승원에게는 아직 드라마 연기가 버거워 보인다.

5월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