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븐(HAVEN). 천국(HEAVEN)이라는 단어에서 "E"만 빠진 마을에서 성경 속에 언급된 10가지 재앙이 일어난다.

"리핑:10개의 재앙"은 서구 공포영화의 중요 소재인 성경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애굽기 7장부터 10장까지에 언급된 재앙을 재현해 공포감을 극대화시킨다. 종교와 과학을 정면으로 맞부딪히는 게 다른 영화와의 차이점.

"밀리언 달러 베이비"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기 전 이 영화의 출연을 확정지은 힐러리 스왱크가 종교적 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하는 대학교수 캐서린으로 출연한다. 성직자였던 캐서린은 아프리카에서 인간의 무지와 초자연적인 현상을 맹신하는 부족에게 남편과 딸을 잃은 후 "신은 없다"며 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인물로 변모한다.

관객은 피로 물든 강, 메뚜기떼의 습격, 개구리의 죽음, 이와 파리떼의 출몰, 암흑과 우박, 그리고 장자(첫째 아이)의 죽음 등 10가지 재앙과 맞닥뜨리게 된다.

과학적 근거를 들어 신의 뜻으로 여겨지는 일들의 인과관계를 설명하는 캐서린에게 외딴 시골마을 헤이븐의 교사 더그 블랙웰(데이비드 모리세이)이 찾아온다. 마을의 강이 핏빛으로 물들어 마을 사람들이 동요하고 있으며, 오빠를 죽인 소녀 로렌(안나소피아 롭)이 의심받고 있다는 것이다.

캐서린을 아프리카로 이끌었던 신부는 어느 날 사진에서 캐서린의 얼굴만 타버리는 현상을 목격하고, 탄 부분을 연결지으니 사탄을 추종하는 이교도의 상징이 나타나자 그에게 위험을 경고한다.

캐서린은 8발의 총상을 입고도 살아난 후 신의 존재를 믿게 된 파트너 벤(이드리스 엘바)과 함께 마을로 향한다.

강을 조사하던 중 죽은 개구리들이 하늘에서 우두둑 떨어지며, 캐서린은 의문의 소녀 로렌과 맞닥뜨린다. 로렌과 마주한 순간 엄청난 충격과 함께 딸과 남편의 환영을 본다. 캐서린은 신부가 사탄의 출현이라고 지목한 로렌에게 알 수 없는 동정심을 느끼는 한편 로렌의 집으로 가서 이교도의 의식 도구를 확인하며 혼란에 빠진다.

이후 재앙은 끝나지 않는다. 강물의 성분이 사람의 피로 밝혀진 뒤 캐서린과 벤, 더그가 먹으려던 음식에 갑자기 구더기떼가 뒤덮고, 농장의 소는 이유 없이 죽어나간다. 어린이들의 머리에 이가 득시글거리게 되고, 살인 종기는 시장을 비롯한 어른들의 생명까지 앗아간다.

더욱 불안해진 마을 사람들은 급기야 로렌을 죽이러 간다. 로렌이 메뚜기떼를 불렀을까. 어느새 로렌은 메뚜기떼의 보호를 받고 로렌에게 총을 쏘려던 마을 사람들은 메뚜기떼의 습격에 오히려 목숨을 잃는다.

눈앞에 보이는 끔찍한 재앙을 도저히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었던 캐서린은 점점 더 혼란에 빠진다.

영화는 영리한 전개를 보이는 한편 시각적 효과를 충분히 활용한다. 현실과 비현실을 빠른 편집으로 교차시키며 캐서린의 내면의 갈등과 변화를 비중 있게 그린 점이 영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데 효과적이다.

힐러리 스왱크의 진지한 연기는 단순한 공포영화로 치부할 수 없게 만든다. 로렌 역의 안나소피아 롭은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찰리와 초콜릿 공장"으로 한국 관객에도 친숙한 아역배우다.

반전 역시 허를 찌르며, 끔찍하다. 이기적인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 또한 신은 신을 부정하는 인간에게 어떻게 존재감을 드러내는지 두려움을 갖게 한다.

96분이라는 길지 않은 상영시간에 알차게 드라마를 구성했다.

"리핑(reaping)"의 성경적 의미는 최후의 심판의 날에 알곡과 쭉정이를 구별해내 수확한다는 뜻.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