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눈부신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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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눈부신 날에
  • 윤종원
  • 승인 2007.04.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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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만에 선보이는 박광수 감독 장편

"비즈니스"를 운운하며 허풍을 떨지만 종대(박신양)는 별 볼일 없는 어설픈 양아치다. 실명 직전인 왼쪽 눈을 두고 하는 "병신"이라는 놀림이 싫어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닌다.

하루는 야바위판 바람잡이를 하다 학생들과 시비가 붙으면서 철창 신세를 지게 된다. 면회를 요청하는 사람이 있어 당연히 시비가 붙은 학생의 부모일 거라 짐작했는데 선영(예지원)이라는 낯선 여자다.

그녀는 종대에게 일곱 살 된 아이가 있다고 전한다. 보육원 교사라는 선영은 아이와 몇 달만 살아줄 것을 요구한다. 외국으로 입양 갈 예정인 아이가 아빠를 만나기 전에는 갈 수 없다고 떼를 쓴다는 것이 이유다. 종대가 어이없다는 반응을 보이자 유치장에서 빼내주고 얼마의 돈도 주겠다며 귀가 솔깃한 제안을 한다. 돈 욕심에 종대는 아이를 받아들인다.

준(서신애)이라는 이름의 아이는 남자 같은 외모와는 달리 여자 아이다. 아빠를 만나 신이 난 준이와는 달리 종대는 귀찮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종대의 실수로 준이 쓰러지게 되자 선영은 아이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고 털어놓는다.

"눈부신 날에"는 제작사 아이필름의 정훈탁 공동대표가 이야기의 기본 얼개인 원안을 제공하고 박광수 감독이 이를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작품이다.

여기에 정훈탁 대표와 매니저와 배우로 오랜기간 인연을 맺어온 박신양이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정훈탁 대표와 박신양의 인연이 우정을 넘어 작품으로까지 이어졌다.
박신양이 종대 역에 몰입하기 위해 촬영장에 텐트를 쳐놓고 극도로 외부인과의 접촉을 자제하며 연기에만 몰입했을 만큼 열정을 쏟은 영화로도 유명하다. 그에게는 2004년 "범죄의 재구성" 이후 3년 만에, 박광수 감독에게는 장편영화로는 "이재수의 난" 이후 8년 만에 선보이는 영화이다.

우선 영화는 신파 냄새를 풀풀 풍긴다. 시한부 인생을 사는 어린 딸이 아버지를 애타게 찾는다는 설정부터 핏속에 끈끈한 가족애 유전자를 품고 사는 한국인의 눈물샘을 자극할 만하다. 박광수 감독은 "대중과 호흡하는 영화를 만들겠다"며 "눈부신 날에"의 메가폰을 잡았다.

그러나 이러한 신파 코드는 충분히 신파적임에도 불구하고 제 기능을 충분하게 발휘하지 못했다.

양아치지만 한국의 평균적인 아버지보다는 훨씬 멋진 아버지를 만들어낸 박신양의 연기는 보통 아버지의 모습에 익숙한 관객의 눈에서 눈물을 뽑아내는 데는 실패했다. 멋은 이상 세계에, 눈물의 기반인 공감대는 현실에 각각 발을 붙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희망이 거세된 부녀의 삶이 꿈의 세계처럼 느껴지는 바닷가를 배경으로 펼쳐지고 막막한 현실의 벽에 부딪힌 종대의 테마음악으로 정열을 가득 품은 라틴 음악이 쓰이는 등 화면과 음악은 희망 없는 부녀의 삶을 극적으로 구축하며 주어진 몫 이상을 해내고 있다.
아역 서신애가 쏟아내는 눈물은 어린 자녀를 둔 30~40대 관객에게 공감대를 끌어낼 것으로 예상된다.

악역으로 출연한 영화배우 이경영의 모습도 오랜만에 만나볼 수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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