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카뮈 따윈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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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카뮈 따윈 몰라
  • 윤종원
  • 승인 2007.04.12 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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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해석 가능한 코미디물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영화 "카뮈 따윈 몰라"에 안성맞춤이다.

풍부한 영화지식은 끼워맞추는 재미까지 주지만 지식의 빈곤은 영화 속에서 자칫 길을 잃게 할 수도 있다.

"카뮈 따윈 몰라"는 영화 "베니스의 죽음"(감독 루키노 비스콘티)과 "아델 H 이야기"(감독 프랑수아 트뤼포)에서 주요배역의 캐릭터를 따왔다. 연출자 야나기마치 미쓰오 감독이 두 거장에게 바치는 오마주 같은 작품이기도 하다.

일본의 한 대학을 배경으로 영화학도들의 8일간의 영화 제작과정을 코믹 코드로 풀어낸 영화에는 두 거장 이외에도 오선 웰스, 로버트 알트먼, 장뤼크 고다르 등 거장의 이름과 작품명이 자주 등장한다. 영화를 보면서 감독들의 작품세계를 함께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베니스의 죽음"과 "아델 H 이야기"를 본 관객은 영화를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문학부 과목 영상워크숍을 수강하는 학생들은 커리큘럼의 하나로 영화를 제작하게 된다. 하지만 크랭크 인을 5일 앞두고 주연배우가 "출연하지 않겠다"며 갑자기 그만둔다. 예산도 부족한데 작품의 해석을 두고도 스태프 간에 의견이 분분하다.

영화는 "사람을 죽이면 어떤 기분일까"라는 궁금증에 죄책감 없이 한 노파를 살해한 고등학생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난해한 작품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한편 감독인 마쓰카와(가시와바라 슈지)는 스토커 같은 여자친구 유카리(요시카와 히나노) 때문에 골치가 아프고 조감독인 기요코(마에다 아이) 역시 남자친구가 여행간 사이 다른 남자들과 애정행각을 벌인다.

촬영 날짜는 다가오는데 마쓰카와의 연애문제는 여전히 골칫거리로 작용하고 다른 스태프들도 제각각 사건사고를 일으키며 영화 촬영에 방해가 된다.

"카뮈 따윈 몰라"는 영화학도들의 영화 제작과정을 담았지만 사실 이것은 틀에 불과하다. 2001~2004년 와세다대학에서 영화워크숍을 강의했던 야나기마치 감독은 자신이 만난 젊은이들을 토대로 현대 일본 젊은이의 초상을 영상에 담았다.

야나기마치 감독의 표현에 의하면 "한곳에 맘을 두지 못하고, 자기 표현이 서투르며, 사회ㆍ역사 문제에 관심 없는" 그들을 중간자적 관점에서 있는 그대로 서술한다.

"카뮈 따윈 몰라"의 장점이자 단점은 여백의 미다. 관객의 해석능력과 상상력을 위해 감독은 넓은 공간을 비워뒀다. 만석꾼의 곳간처럼 관객은 상상의 날개를 펴고 자기 방식으로 영화를 이해하며 그 공간을 빼곡히 채우면 된다. 관객에게 판단을 맡겼다는 난해한 결말 부분 역시 관객의 몫이다. 그러나 풍성한 여백은 이런 영화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에게는 짐으로 다가온다.

시네필에게는 적극 추천할 만한 영화지만 상업영화에 익숙한 관객은 선택을 후회할 수도 있다.

"카뮈 따윈 몰라"는 2005년 도쿄영화제에서 일본영화 대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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