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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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하나
  • 윤종원
  • 승인 2007.04.11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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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고레에다 감독의 사무라이 영화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가늠자와도 같다. 이를 통해 관객은 큰 테두리 안에서 신작의 경향을 예측하는 재미를 누린다.

"그 감독 작품은 재미없잖아" "이번에도 저질 코미디겠지. 안 봐도 뻔하다" "예술성만 농후할 텐데 뭐" 등 관객 사이에 이런 대화가 오가는 경우는 다 필모그래피 때문.

그런데 이런 예측에서 툭 불거져 나오는 작품들이 있다. "그 감독 작품이 맞아"라는 의문부호가 꼬리를 무는 경우다. 이는 두 가지가 있는데 실망스러운 경우와 감탄스러운 경우일 것이다. 감독의 배신(?)은 관객에게 기쁨을 주기도, 실망감을 주기도 한다.

영화 "하나(More Than Flower)"는 "원더풀 라이프" "아무도 모른다"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2006년 작품. 그는 지난해 이 영화를 들고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아 "괴물"의 봉준호 감독과 함께 관객과의 대화 행사도 가졌다.

한국 관객에 특히 관심이 많다는 그가 내놓은 "하나"는 우리 구미에도 썩 잘 맞는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코믹 요소가 담뿍 담겼다.

다큐멘터리 감독 출신으로 지금까지 선보였던 작품 곳곳에서 목격됐던 다큐멘터리 기법은 그의 장점이자 완성도를 높이는 도구였다. 섬세하고 꼼꼼한 연출력은 전작 "아무도 모른다"에 2004년 칸 영화제 수상의 영예를 안겨줬다. 주인공 야기라 유야는 당시 14살의 나이로 역대 최연소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자가 되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르기도 했다. 그렇지만 오락영화에 익숙한 일반 관객이 즐기기에는 재미 면에서는 부족했던 것도 사실.

이제 "하나" 얘기를 해보자. 원제는 "꽃보다 더(More Than Flower)"이다. 안치환의 히트곡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처럼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는 얘긴지는 영화를 보고 관객이 직접 판단할 문제.

영화는 1700년대 에도(江戶ㆍ도쿄의 옛 이름)를 배경으로 사무라이의 복수극을 다뤘다.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복수의 길을 떠난 사무라이 소자(오카다 주니치)는 원수가 살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에도에 정착한다. 그러나 그는 복수보다는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고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 열중한다. 게다가 이웃집 젊은 미망인 오사에(미야자와 리에)는 마음을 설레게 할 만큼 곱다.

그러던 어느 날 소자는 원수 가나자와(아사노 다다노부)를 찾아낸다.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그를 보면서 결심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은 "자네의 실력으론 복수는 어림도 없다"면서 그를 말린다. 그는 사무라이 가문에서 태어나 자연스럽게 무사가 됐지만 무술 실력은 "젬병"이다.

"하나"의 매력은 작품은 쉬워졌지만 메시지는 그대로라는 점이다. 킥킥거리며 볼 수 있는 코미디의 틀에 고레에다 감독은 평화의 메시지를 재치 있게 담았다.

9ㆍ11 테러가 시발점이 됐다는 이 영화는 무능한 사무라이의 "수정주의적" 복수극을 통해 의미 없는 "명분"이 불러오는 삶의 고통을 건드리며 이를 가볍게 뛰어넘는 기지(機智)를 선보인다. "아무도 모른다" 등을 통해 익숙한 고레에다 감독의 다큐멘터리적인 기법은 "하나"에는 없다. 감독은 누구나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쉬운 영화를 이번에 "짠"하고 선보였다. 만듦새가 전혀 다르다는 얘기다.

고레에다 감독의 작품이라고 너무 겁내지 말기를. 그가 먹기 좋게 만들어 놨으니 관객은 씹어 넘기기만 하면 된다. 평화의 메시지 타령에 관심 없는 관객도 그냥 웃으면서 볼 수 있는 영화다.

인기그룹 "V6" 멤버인 오카다 주니치가 주인공 소자 역으로, 영화 "보이지 않는 물결"에서 강혜정과 호흡을 맞췄던 연기파 배우 아사노 다다노부가 가나자와 역으로 각각 출연했다. 한때 청춘스타로 이름을 날린 미야자와 리에도 얼굴을 내민다.

오카다 주니치는 소자 역할로 지난해 닛칸스포츠영화대상에서 이시하라 유지로 신인상을 받았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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