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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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선샤인
  • 윤종원
  • 승인 2007.04.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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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출신의 대니 보일 감독은 좀비를 꽤나 좋아하는 것 같다.

2002년작인 "28일 후"를 통해 좀비 호러물의 한 전형을 선보였던 그는 꺼져가는 태양을 소재로 한 SF 신작 "선샤인"에서도 좀비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한다.

"선샤인"의 배경은 2057년. 수명을 다한 태양이 죽어가면서 지구는 멸망의 위기에 처하게 되고 인류는 최후의 수단으로 태양을 폭파시켜 다시 되살릴 8명의 대원들을 실은 이카루스 2호를 우주로 보낸다.

이카루스는 밀랍으로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 높이 날아오르다가 태양열에 밀랍이 녹는 바람에 에게해에 떨어져 죽은 그리스 신화 속 인물.

이카루스 2호는 오랜 비행 끝에 마침내 태양에 접근하지만 예기치 않은 사고가 발생해 전 대원이 생사의 위기에 처하게 된다.

때마침 가까운 곳에서 조난신호가 탐지돼 접근해보니 이미 수년 전에 이카루스 2호와 같은 임무를 띠고 보내졌다가 행방불명이 된 이카루스 1호에서 보내오는 것이었다.

싣고 간 식량도 다 떨어져 생존자가 있을 리 없는 이카루스 1호에 접근한 이카루스 2호의 대원들은 부족한 산소를 확보하기 위해 이카루스 1호로 들어가지만 대원들은 하나둘씩 의문의 죽음을 당하고 이카루스 2호에 남아있던 대원들도 의문의 생명체에 의해 차례로 죽음을 당하게 된다.

조난됐던 이카루스 1호에 좀비인지 괴물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형태의 생존자가 있었던 것.

영화는 꺼져가는 태양을 살리기 위해 선발대를 보낸다는 흥미로운 발상으로 호기심을 유발하지만 안타깝게도 오락성과 철학적 메시지라는 두마리 토끼를 다 잡으려는 무리수를 두다 보니 극적 재미를 반감시키는 우를 범한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괴물의 존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한 해석은 온전히 관객들의 몫이다.

대니 보일 감독은 그의 첫 SF물인 "선샤인"에서도 "28일 후"에서 보여줬던 것 같은 묵시록적 메시지를 관객들에게 던져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때문에 이 영화는 일반적인 할리우드 SF물과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캐스팅에 있어서도 50년 후 우주개발의 중심에는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가 자리잡고 있을 것이라는 과학계의 전망을 반영해 양쯔충(楊紫瓊ㆍ코라존 역), 사나다 히로유키(카네다 역), 베네딕트 왕(트레이 역) 등 아시아계 배우들로 캐스팅을 다양화했다.

여기에 "28일 후"에 출연했던 실리언 머피(캐파 역)와 "트로이"에서 브래드 피트의 연인 역으로 출연했던 로즈 번(캐시 역) 등이 합류했다.

미니어처와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낸 이글거리는 거대한 태양의 모습은 썩 괜찮은 볼거리다.

1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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