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결핵 환자 강제격리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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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서 결핵 환자 강제격리 논란
  • 윤종원
  • 승인 2007.04.0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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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보건과 인권 사이 윤리 딜레마 봉착

약도 듣지 않는 신종 결핵 등이 등장함에 따라 이에 대처하기 위해 환자를 강제로 격리하는 문제를 놓고 몇 세대 전 한센병과 천연두 창궐 당시 직면했던 것과 같은 윤리적 "딜레마"가 재연되고 있다.

기존의 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강해 사실상 치료가 불가능한 것으로 간주되는 신종 결핵 XDR-TB를 앓고 있는 로버트 대니얼스(27)는 작년 7월 이래 과거 죄수 환자를 수용했던 병원의 한 병동 시설에 구금돼 있는데 생을 다할 때까지 이 곳을 벗어나지 못할 수도 있는 처지다.

러시아에서 15년 간 살다 결핵 감염 진단을 받고 더 나은 치료를 받기 위해 귀국했던 그는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편의점에 갔다가 공중보건을 위험에 빠뜨렸다는 이유로 법원의 허가를 받은 보건 당국에 의해 강제로 격리됐다.

부인과 자녀를 아직 러시아에 두고 있는 대니얼스는 "사방에 벽 뿐인 곳에 갇혀 죄수보다 못한 처우를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샤워도 금지돼 젖은 수건으로 몸을 닦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그가 갇혀있는 방에 설치된 환기장치는 연방 기침을 하는 그가 내뱉는 숨에 있는 균을 잡아내기 위한 여과기를 갖췄고 필터는 주기적으로 소각 처리된다. 그는 TV도 라디오도 휴대전화도 컴퓨터도 가질 수 없다.

그는 결국 변호사를 선임, 법원에 석방을 신청했으며 법원 심리는 이달 하순 열릴 예정이다.

대니얼스는 극히 드문 사례이지만 보건 전문가들은 내성이 강한 결핵과 조류 인플루엔자 같은 질병이 발현함에 따라 보건 당국이 전염병 대처를 위해 환자를 강제로 격리함으로써 이에 따른 인권침해라는 딜레마에 봉착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토론토대학 생명윤리센터의 로스 업셔 소장은 내성이 강한 결핵 환자들이 공중보건에 협력하지 않을 때는 당국이 이들을 강제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에이즈 치료 활동단체인 TAG의 마크 해링턴 사무총장은 "강제 격리는 최후의 수단이어야 한다"며 "자칫 질병 희생자만 탓하는 것으로 끝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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