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母胎 대한의원 10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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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母胎 대한의원 100주년
  • 박현
  • 승인 2007.03.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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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5일, 역사 성찰 및 재조명 계기
서울대병원 한 가운데에는 시계탑 건물로 불리는 오래된 건물이 있다. 건물 꼭대기에 큼지막한 시계가 달려 있어 붙여진 애칭이다. 1976년 11월 사적 제248호로 지정된 문화재다. 사적이란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국가가 정한 기념물로서 그 중 중요한 것’이란 의미.

시계탑 건물의 정식명칭은 대한의원 본관. 1907년 대한제국 당시 고종황제 칙령 제9호로 설립된 대한의원은 지방 각지의 관립, 공립병원을 지도하는 등 국가중앙병원으로 기능했다. 이 병원이 3월15일로 설립 100주년을 맞았다.

서울대병원(원장 성상철)은 3월15일 병원의 모태(母胎)인 대한의원 100주년과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양식 국립병원인 제중원 설립(1885년 4월3일) 122주년을 기념하는 ‘대한의원 100주년ㆍ제중원 122주년’ 기념식을 개최한다.

기념식은 오후 4시 대한의원 본관 앞 야외에서 이장무 서울대총장, 유홍준 문화재청장, 성상철 원장 등 3백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다.

병원의 역사와 미래를 담은 영상물 ‘백년을 다져온 인술, 천년을 함께 할 희망’ 상영, 국악인 황병기 선생이 병원에 입원 당시 대한의원 본관을 바라보며 작곡한 ‘시계탑’ 연주 등 다채롭게 꾸며질 예정이다. 설치예술(모뉴먼트) 제막식과 때맞추어 새 단장한 의학박물관 재개관식이 이어진다.

서울대병원은 2004년 11월부터 기념사업에 착수해 이듬해 기념사업추진단을 구성했다. 2005년 7월 우리나라 근현대사를 전공한 박사급 연구원 3명으로 병원사연구실을 설치, 월례세미나 등을 통해 연구성과를 축적하는 한편, 객관적이고 폭넓은 연구 기반 조성을 위해 국내 최초로 병원사 관련 국제 심포지엄을 기획·추진해왔다.

대한의원은 1907년 통감부 주도로 광제원, 의학교(서울대 의대 전신) 및 부속병원, 대한적십자병원 등 국립 의료기관을 통합해 설립한 의료기관.

대한의원은 일제 치하에서 조선총독부의원, 경성제국대학 의학부 부속의원으로 이어졌다. 1945년 해방과 더불어 경성대학 의학부 부속의원을 거쳐 1946년 국립서울대학교설치령에 따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부속병원으로 개편된 후 1978년 특수법인 서울대학교병원으로 발족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명철 병원사연구실장은 “대한의원은 통감부 주도로 설립되어 일본인들이 병원 운영권을 장악하는 등 식민지 의료기관의 성격을 갖고 있는 가슴 아픈 역사적 측면이 있다”고 전제하며 그러나 “대한의원은 대한제국 정부에 의한 자주적 의료 근대화 사업의 성과 위에서 설립됐다는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또한 대한의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서 서울대병원의 모태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기념이라는 용어에 대해 “ ‘축하’라는 좁은 시야에 머물지 말고 ‘기억하고 성찰한다’는 성숙한 해석이 필요하다. 역사적 교훈과 자산은 부정적인 측면도 냉철히 직시하는 데서 얻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제중원은 1885년 조선 정부가 미국인 의료선교사 알렌의 건의를 받아들여 근대화 정책의 일환으로 통리교섭통상사무아문(현 외교통상부) 산하에 설치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 서양식 국립병원.

1894년 갑오개혁으로 인한 정치적 격변 속에서 미국 북장로교 선교부에 병원이 이관됐다. 따라서 제중원은 국립병원과 선교병원이라는 이원적 성격을 갖고 있었으며 국립병원으로서 제중원 역사의 맥은 1899년의 병원(광제원)을 거쳐 대한의원으로 이어졌다.

서울대병원은 기념사업의 하나로 오는 4월6일 ‘동아시아에서 서양근대의학의 도입과 국가의 역할’을 주제로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한다.

우리나라를 비롯 미국, 일본, 대만 등 국내외 의사학(醫史學) 전문가를 초청, 우리나라 서양의학의 도입과 정부의 역할, 일본·중국·대만 등의 사례에 대해 심도 있는 발표 및 토론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심포지엄 외에도 한국 근현대 의료사를 총망라한 화보집과 병원사연구실의 연구성과를 담은 연구서 발간을 계획하고 있다.

성상철 서울대병원장은 “우리는 불행히도 20세기 전반기를 식민지 상황에서 보냈다. 그로 인해 병원 내부적으로는 역사적 경험이 온전히 계승되지 못했고, 외부로부터는 역사적 공과(功過)를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했다”며 “서울대병원은 대한의원 100주년ㆍ제중원 122주년을 계기로, 병원 역사를 재조명하고 국가중앙병원으로서의 역사적 소명을 되새겨 국민적 신뢰와 사랑을 받는 세계적인 초일류병원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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