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홀리 마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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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홀리 마운틴
  • 윤종원
  • 승인 2007.03.06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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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계의 이단아 조도로프스키 감독 초기작

메릴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두 명의 여인이 무릎을 꿇고 있다. 종교지도자로 보이는 한 남자가 그들의 옷을 벗기고 머리를 자르고 매니큐어를 바른 손톱을 하나하나 뽑는다. 종교적인 정화과정을 거치는 듯한 일련의 행위가 끝난 뒤 그는 여인들을 품에 안는다.

또 다른 장면. 예수를 닮은 한 남자가 한 서커스단의 야외무대 앞에 서 있다. 서커스단이 선보이는 퍼포먼스에는 수십 마리의 개구리가 등장한다. 개구리들은 옷을 걸치고 십자군전쟁 등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일련의 피비린내나는 사건들을 재현한다.

영화 "홀리 마운틴(Holy Mountain)"이 품고 있는 장면들이다.

"이런 영상을 담았던 영화를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영화는 기괴하면서도 충격적이다.

상징ㆍ은유ㆍ풍자ㆍ비판 등으로 꽉꽉 채운 듯한 이 영화는 "영화계의 이단아"로 불리는 멕시코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76) 감독의 1973년작.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1994년 국내 개봉된 "성스러운 피"(1989년)로 명성을 얻었다. 웬만한 영화팬이면 그의 이름까지는 몰라도 "성스러운 피"라는 제목쯤은 들어봤을 듯.

대표적인 "컬트 감독"으로 불리지만 "컬트"라는 한 단어로 그의 작품세계를 표현하기에는 부족한 감이 없지 않다. 그의 연출작은 아방가르드, 초현실주의, 실험주의 등 기존의 관념이나 형식을 부정하는 모든 예술적 행위를 포함하고 있는 듯하다.

"홀리 마운틴"은 예수를 닮은 남자가 한 영적 지도자를 만나 7명의 수행원과 함께 거룩한 산(Holy Mountain)으로 불사(不死)의 현자들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렸다.

예수를 닮은 한 사내가 벌거벗은 채로 하늘에서 떨어진다. 그는 난쟁이들과 함께 인간세상에 발을 들여놓는다. "타락의 소굴"이라고밖에 말할 수 있는 인간세계에서 그는 우연히 신비한 능력을 가진 영적 지도자를 만난다.

지도자에게 연금술을 배우면서 인정받게 된 그는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7명의 인물과 만나고, 이들과 지도자를 따라 신의 일을 대신하는 현자들을 만나러 성스러운 산으로 떠난다.

영화는 반(反) 기독교적이다. 십자가에 못박힌 예수 모형을 관광객에게 팔기 위해 수녀처럼 여장을 한 남자가 등장하는가 하면, 십자군전쟁 등을 연상시키는 개구리들의 퍼포먼스는 핏물로 범벅이 돼 있다. 또한 황금을 만들어주겠다며 예수를 닮은 남자를 꾀는 지도자의 모습에서는 적(敵)그리스도의 냄새도 풀풀 풍긴다. 이외에도 로마 병정과 염소 등 기독교에서 불온시하는 것들로 가득 채워져 있다.

그렇지만 아이들을 "인간병기"로 키우기 위한 장난감을 생산하는 여사장, 경기 부양책으로 일부의 시민을 몰살시킬 것을 주장하는 대통령의 경제자문역 등을 세상에서 가장 부유하고 영향력 있는 인물로 등장시켜 윤리보다는 이익을 우선시하는 세상을 꼬집기도 한다.

영화는 전혀 새로운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신선하지만 상징과 은유 등이 뒤범벅이 돼 난해하다.

시네필이 열광하는 대표적인 감독 조도로프스키의 작품세계가 일반 관객에게도 어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된장ㆍ김치찌개 같은 영화가 아닌 색다른 맛의 영화를 원하는 관객에게는 관람 자체가 흥미로운 일이 될 듯. 그러나 영화를 고를 때 일반적인 재미로 설명될 수 있는 작품이 아니라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15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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