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보다 무서운 합병증 폐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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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보다 무서운 합병증 폐렴
  • 윤종원
  • 승인 2007.03.02 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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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게임의 여왕", "천사의 분노" 등으로 널리 알려진 베스트셀러 작가 시드니 셸던이 89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병명은 폐렴으로 인한 합병증.

요즘처럼 의술이 발달한 시대에 폐렴은 "마지막 잎새"나 "춘희"와 같은 소설 속에서나 찾아볼 수 있는 질병이라고 알고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이 얘기는 사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다. 요즘 세상에 마지막 잎새의 주인공처럼 젊은층에 폐렴이 걸릴 확률은 그리 높지 않으며 걸린다 해도 곧 치유가 가능하다. 그러나 노년층이라면 얘기가 다르다. 여전히 폐렴 발병률도 높을 뿐만 아니라 증상도 심각하기 때문이다.

116세로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 최고령자였던 "카포빌라" 할머니는 117세 생일을 약 한달 남겨둔 작년 8월, 폐렴으로 입원한 지 이틀 만에 세상을 떠났다. 또 2006년 크리스마스에는 "소울 음악의 대부"라 불리며 "I Feel Good(영화 굿모닝 베트남 삽입곡)"과 같은 명곡을 남긴 전설적 흑인가수 제임스 브라운이 폐렴으로 사망했다. 며칠 후에는 포드 전 미국 대통령 역시 같은 질환으로 세상을 등졌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지난 1월 교통사고로 숨진 개그우먼 김형은도 직접사인은 폐렴으로 알려졌으며, 고건 전 국무총리가 대통령 선거에 불출마한 원인 중 하나도 폐렴으로 지목된 바 있다.

"키다리 미스터 김"을 부른 원로가수 이금희 역시 지난 2005년 뇌출혈로 쓰러진 뒤 병상에서 지내오다 지난달 20일 폐렴 때문에 사망했다.

◇ 노약자 등 면역력이 약한 사람에게 매우 치명적
폐렴은 면역력이 강한 젊은 층에는 상대적으로 발병률이 낮으며, 설사 걸린다 해도 그리 어렵지 않게 치유될 수 있다. 그러나 평소 활동량이 적은 노인이나 과거에 결핵이나 폐렴을 앓았던 사람, 또는 지병으로 면역력이 약해져 있는 사람에게는 매우 치명적이며 감염확률 또한 급격히 높아진다.

감기나 독감의 경우 건강한 사람은 며칠이 지나면 곧 회복되지만 노약자나 만성폐질환자, 심장질환자, 면역저하자 등에게는 폐렴으로 이어져 치명적 후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장기이식을 받았거나 항암 치료를 받는 암환자도 폐렴에 잘 걸린다. 특히 각종 질병으로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을 기다리는 과정에서 합병증으로 폐렴이 오는 경우도 흔하다. 다시 말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경우라면 모두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얘기다.

◇ 폐렴의 심각성 잘 몰라
지난해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05년 국내 폐렴사망자는 총 4천186명으로 통계작성 이후 최다기록을 경신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년에 비해서는 19.2% 증가한 수치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06년 건강보험주요통계를 봐도 폐렴은 노인성 백내장, 뇌경색에 이어 65세 이상 노인이 가장 많이 입원하는 질환으로 분류됐다. 우리나라의 폐렴 사망률은 1994년 17위에서 2004년 10위로 높아졌으며, 폐렴 사망자의 90% 이상이 65세 이상 노인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매년 6만여명이 폐렴으로 숨지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폐렴의 심각성에 대해 올바르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이는 폐렴이라는 질병 자체가 수많은 다른 질환의 합병증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암환자가 숨지는 경우, 실질적으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것은 폐렴이지만 사망원인은 암으로 기록된다. 이 때문에 결정적 사망원인인 폐렴이 가려진 채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는 "영유아 및 청소년의 폐렴사망자는 감소하고 있지만 인구 고령화로 노인층 폐렴 사망자가 크게 늘고 있다"면서 "고령자의 경우 다른 질환이 없더라도 호흡기 계통에 질환이 생기면 폐렴으로 발전해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 젊은 층도 피해갈 수 없어
폐렴은 체내 면역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많은 젊은층에서도 폐렴이 잦다고 한다. 평소 활동량이 거의 없고, 밀폐된 장소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폐활량이 그만큼 줄어들고,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이 약해지는 이치다.

뿐만 아니라 폐렴은 감염성질환이기 때문에 밀폐된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함께 생활하면 감염될 확률이 더 커질 수 밖에 없다. 젊은 여성들 역시 무리한 다이어트 등으로 체력과 면역력이 떨어지면 폐렴에 걸릴 수 있다. 겨울철 난방으로 인한 갑작스러운 온도 변화도 폐렴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 폐렴백신 접종하면 사망위험률 크게 감소
폐렴을 예방하려면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하고 감기에 걸렸다면 빨리 치료해야 한다. 충분한 수면과 균형 있는 영양 섭취, 규칙적인 운동, 과음과 흡연의 자제 등이 필요하다. 폐렴이나 독감에 대한 예방 접종을 하는 것도 좋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 면역자문위원회(ACIP) 등은 면역력이 약한 65세 이상 성인 및 만성 심혈관질환 및 간장질환자, 만성폐쇄성폐질환(COPD)이나 폐기종과 같은 만성 폐질환자, 당뇨병 환자에게 폐렴구균 백신접종을 권장하고 있다.

따라서 만약 65세 이상이라면 환절기에 대비해 반드시 폐렴구균 백신을 접종해야 하는 게 좋다. 하지만 65세 미만이라도 만성질환이 있거나 혈액투석 등으로 인해 면역이 떨어진 경우에는 백신접종이 권장된다.

미국 하버드대의대 하비 사이먼 교수는 지난해 뉴스위크에 쓴 특별 기고문에서 "60대라면 복부 대동맥 검진과 폐렴 예방주사를 맞으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물론 폐렴 예방 백신은 폐렴의 여러 원인 중 가장 주요한 균인 "폐렴구균"만을 예방하기 대문에 백신만으로 완벽하게 폐렴을 예방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접종 후 사망률을 50~80% 가량 낮출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는 게 전문의들의 분석이다
대한노인의학회 이중근 회장은 "과거에는 항생제 한 알이면 폐렴의 치료가 가능했지만 이제는 항생제 내성균이 많아져 치료가 불가능한 경우도 많은 만큼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폐렴구균백신을 독감 백신과 함께 접종하면 만성질환자의 사망 위험을 50~80% 정도 낮출 수 있다"고 말했다.

◇ 평소 면역력 높이는 생활습관이 중요
폐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평소 면역력을 키워주는 생활습관을 들일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흰 쌀에 비해 칼로리가 높고 단백질과 지방이 많은 현미를 먹는 게 좋다. 또한 하루 7~8시간씩 적절한 수면시간을 시켜야 하며, 잠을 잘 때는 실내온도는 섭씨 26~28도로 유지해야 한다.

음주와 흡연은 모두 폐렴에 걸릴 확률을 높인다. 미국 크레이튼대학 의대 교수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실험쥐를 알코올과 담배, 두 가지에 모두 노출시키자 병원균 여과작용을 하는 기도의 섬모 운동이 약화돼 폐렴에 걸릴 위험이 더 높았다는 보고가 있다. 이는 사람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또한 폐 건강을 위해서는 공기가 건조해 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습도는 40~50%가 되도록 조절한다. 실내외 온도차는 5℃를 넘지 않도록 하고 자주 환기를 시킨다.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셔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수술 후 치료중인 환자의 경우라면 자주 물을 섭취시켜 호흡기 점막의 습도를 유지하고 가래가 잘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 숨을 깊이 들이마시는 연습을 하거나 가래를 잘 뱉어내도록 노력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희진 교수는 "폐렴 환자는 휴식을 취하는 게 중요하지만 몸을 자주 움직이거나 침대에서 일어나 의자에 앉는 등의 가벼운 활동도 빠른 회복에 도움이 된다"면서 "만약 폐렴으로 통원치료 중인 환자가 갑자기 숨이 차거나 열이 지속되면 빨리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도움말:고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정희진 교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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