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일루셔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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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일루셔니스트
  • 윤종원
  • 승인 2007.02.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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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어난 연출과 세기말 빈의 몽환적 분위기 볼 만

에드워드 노튼이 "프라이멀 피어"(1996)에 이어 또 한 편의 멋진 반전(反轉) 영화를 선보인다.

바로 마술을 소재로 한 로맨틱스릴러 "일루셔니스트(The Illusionist)"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스티븐 밀하우저의 단편소설 "환상마술사 아이젠하임"을 영화화한 "일루셔니스트"는 세기말의 몽환적 분위기가 감도는 19세기 말 오스트리아 빈을 배경으로 치명적인 로맨스와 환상과 현실을 오가는 마술, 권력을 향한 암투 등이 복잡하게 뒤얽히는 스릴러물이다.

19세기 말 빈에 홀연히 나타난 마술사 아이젠하임(에드워드 노튼)은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넘나드는 마술로 대중을 사로잡는다.

그의 신비한 마술에 대한 소문이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자 급기야 황태자 레오폴드(루퍼스 스웰)까지 약혼녀 소피(제시카 베일)을 대동하고 공연장을 찾기에 이른다.

하지만 아이젠하임의 무대에 보조로 서게 된 소피가 어린 시절 자신의 첫사랑이었으나 신분의 차이로 인해 헤어져야만 했던 여자란 사실을 알아본 아이젠하임은 역시 그를 못잊어하고 있던 그녀와 위험천만한 로맨스를 시작한다.

이를 눈치챈 레오폴드 황태자는 자신의 심복인 울 경감(폴 지아마티)에게 아이젠하임을 사기꾼으로 몰아 체포하라는 명령을 내리는데….

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펼쳐지는 황태자와 아이젠하임의 대결이 피할 수 없는 파국으로 치닫던 중 아이젠하임과 소피의 도주 계획을 눈치챈 황태자가 격분한 나머지 소피를 칼로 찔러 죽이게 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울 경감이 소피 살해사건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끈덕진 탐문수사를 펼치는 동안 비탄에 빠진 아이젠하임은 무대 위로 죽은 사람의 영혼을 불러내는 일생일대 최고의 환상 마술을 준비하는데….

마술이라는 환상적 소재와 신분 차를 뛰어넘는 치명적 로맨스, 권력을 향한 음모와 암투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일루셔니스트"는 로맨스와 정치, 마술이 결합돼 보기 드문 긴장감을 연출하는 수작(秀作)이다.

특히 고풍스런 예술의 도시 빈을 담아낸 촬영은 올해 아카데미 촬영상에 노미네이트될 만큼 뛰어난 영상미를 보여준다.

제작진은 19세기 말 빈의 모습을 재현해내기 위해 대부분의 거리가 아직도 자갈로 포장돼 있고 많은 가로등이 가스등으로 남아 있는 동유럽의 19세기풍 도시 체코 프라하로 날아가 올 로케이션을 진행했다.

영화 속에서 황태자의 사냥 별장으로 이용한 저택은 대공(大公) 페르난디드의 집을 빌려 촬영됐는데, 페르난디드는 평생 1만5천여 마리의 동물을 잡았을 만큼 사냥을 좋아했던 인물이어서 극중 레오폴드 황태자의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많았다.

페르난디드의 저택은 온통 사냥감의 머리와 죽은 동물의 박제로 장식돼 있어 극중 황태자의 거처로 그보다 더 완벽할 수 없었다.

닐 버거 감독은 "우리 영화는 마법과 현실세계를 동시에 다루고 있는데 프라하에는 그런 특징이 잘 살아있어 19세기 말 유럽의 풍경을 필름에 제대로 담아낼 수 있었다"면서 "프라하 로케는 힘들었지만 도전할 가치가 충분히 있었다"고 전했다.

에드워드 노튼의 매혹적인 연기와 함께 몽환적인 판타지 스릴러의 긴장감을 더해주는 필립 글라스의 신비로운 음악도 빼놓을 수 없는 감상 포인트다.

막판 반전이 핵심이니 영화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절대 자리를 뜨면 안된다.

3월8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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