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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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
  • 윤종원
  • 승인 2007.02.2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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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복고주의 경향이 서구에서도 마찬가지인 건가.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주인공으로도 1980년대 잘나갔던 그룹의 한 멤버를 내세웠다. 듀란듀란의 외모와 음악,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키는 화면이 정겹다.

그나마 7080세대의 인기 스타를 대접하는 건 우리가 나은 듯하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보지 않는 시간대이지만 꽤 번듯한 음악프로그램에서 만날 수 있으니. "록키 발보아"에서 옛 스포츠스타와 현재의 스타를 가상대결시킨 후 인신공격성 발언을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 패널을 등장시키더니,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에서는 인기 가수들에게 노래가 아닌 탁구 대결을 시키는 방송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그 여자 작사…"는 로맨틱코미디 영화의 대표 주자인 휴 그랜트와 드루 배리모어를 내세운다. 왕년의 팝스타 알렉스를 연기한 휴 그랜트에게서 알렉스가 배역 이상으로 겹쳐지는 건 이제 그 역시 서서히 한창 전성기의 영광에서 물러나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때문.

새로움을 주는 영화는 아니다. 두 남녀의 관계가 물흐르듯 진행되는 걸 그저 지켜보면 된다. 헐겁고 빤한 진행이지만 경쟁에서 뒤처졌어도 여전히 삶에 애착을 갖고 있는 알렉스에게 자꾸 마음이 간다.

198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그룹 팝의 멤버였던 알렉스. 이제는 놀이공원, 다이어트 센터 등에서 노래를 부르는 신세다. 그런 그에게 현재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이돌스타 코라 콜만이 어린 시절 알렉스의 노래를 듣고 감명을 받았다며 듀엣을 제안한다. 단 알렉스가 작곡한 노래라야 한다는 단서를 달고.

작곡을 그만둔 지 오래된 알렉스는 당황하고, 유명 작사가를 만나지만 그와는 영 마음이 맞지 않는다. 그때 친구 대신 화분 물 주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소피가 중얼거리는 말들이 그의 가슴에 와닿는다. 알렉스는 소피에게 작사를 부탁한다.

소설가 지망생이었던 소피는 아픈 상처를 갖고 있다. 자기가 좋아했던 유명 작가가 헤어진 후 소피를 왜곡한 주인공을 내세워 베스트셀러를 만들어낸 것. 그 때문에 글쓰기를 주저하는 소피에게 알렉스는 용기를 북돋워준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표현한 가사에 딱 어울리는 곡을 쓴 알렉스는 코라를 찾아가고, 이후 새로 편곡된 노래를 듣는 순간 아찔해진다. 감미로운 발라드가 아닌 인도풍의 이상한 랩으로 바뀐 것. 그렇지만 알렉스는 코라와 듀엣을 할 기회를 놓칠 수 없어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이를 본 소피는 알렉스에게 실망한다.

왁자지껄한 분위기도 없고, 주인공 남녀의 밀고당기는 눈치작전도 보기 힘들다. 그렇기 때문에 밋밋한 느낌이 드는 게 단점. 그러나 인생의 단맛 쓴맛을 본 사랑하는 남녀의 마음이 전해지는 데는 부족함이 없다.

12세 이상 관람가. 3월1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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