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쓰리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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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쓰리 타임즈
  • 윤종원
  • 승인 2007.02.0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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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부산영화제 개막작

밸런타인데이에 사랑의 징표로 주고받는 초콜릿. 꿀처럼 달콤하지만 혀끝에 쌉쌀한 끝맛을 남긴다. 사랑이 행복을 주지만 고통도 수반한다는 점에서 사랑의 징표인 초콜릿의 맛은 현실적이다.

사랑의 모습을 세 가지 에피소드로 담아낸 영화 "쓰리 타임즈(Three Times)"가 밸런타인데이인 14일 개봉된다.

대만 뉴웨이브의 거장 허우샤오셴(侯孝賢) 감독의 2005년작으로 같은 해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진출했고 부산영화제 개막작으로 선보였던 작품. 같은 해 여주인공 수치(舒淇)에게 대만 금마장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줬다.

영화는 사랑의 꿈ㆍ자유의 꿈ㆍ청춘의 꿈 등 세 가지 에피소드로 짜였다.

첫 번째 이야기 "사랑의 꿈"은 대만 가오슝을 배경으로 한 허우샤오셴 감독의 자전적인 이야기.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담고 싶었다"는 감독은 "Smoke Gets in Your Eyes" "Rain and Tears" 등의 감미로운 음악으로 사랑의 달콤함을 표현했다.

"청춘의 꿈"은 당구장 종업원 슈메이(수치)와 손님 첸(장전ㆍ張震)을 주인공으로 한 첫사랑에 관한 이야기. 당구 한 게임을 함께 친 것이 만남의 전부지만 입대하기 전 첸은 슈메이에게 "편지하겠다"는 말을 남긴다. 편지가 오가는 사이 슈메이는 새로운 직장을 찾아 이곳저곳으로 옮겨다닌다.

휴가를 받아 당구장에 들른 첸은 슈메이가 떠났음을 알게 된다. 영화는 슈메이의 여정을 좇는 첸의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준다. 감독은 짧은 만남과 많지 않은 편지에도 불구하고 무르익은 첫사랑의 풋풋함을 담아냈다. 대만의 이곳저곳을 찾아 헤맬 만큼 절박한 첸과 그를 보고 마냥 좋아 한없이 웃기만 하는 슈메이.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없어도 마주 잡은 두 손은 사랑이 주는 충만함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시간은 거슬러 올라가 1911년. 두 번째 에피소드 "자유의 꿈"은 타이베이 다다오청에서 시작된다.

일제 식민지 치하의 대만. 유곽의 기녀 아메이(수치)에게는 애인이 있다. 양반 신분이지만 개화사상을 주장하는 신지식인 창(장전). 유부남인 창은 한 달에 한두 번 아메이를 찾을 뿐이다.

그런 와중에 유곽의 한 기녀가 임신을 해 양반의 첩으로 들어가게 된다. 유곽 마담과 신랑 측 사이에 신부의 몸값을 두고 흥정이 오가고 요구하는 돈과 줄 수 있는 돈이 맞지 않자 기녀의 결혼은 위기를 맞는다.

"자유의 꿈"에는 사랑의 아픔이 담겼다. 창은 첩 제도를 폐지하자고 신문에 기고할 만큼 개혁적인 인물이지만 기녀와 내연의 관계다.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 갈등하는 창은 돈이 모자라 사랑을 이룰 수 없는 기녀를 위해 돈을 대신 내주는 것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다.

감독은 이 에피소드를 묵음으로 처리하는 대신 자막으로 대사를 전달했다. 감독은 이를 통해 불륜이라는 말할 수 없는 사랑을 더 극적으로 전달한다. 창이 유곽을 떠난 직후 아메이가 거울에 가리개를 씌우거나 화롯불에 손을 녹이는 장면은 그녀의 해바라기 사랑과 헛헛한 마음을 잘 그린다.

"청춘의 꿈"은 2005년 타이베이를 배경으로 했다. 간질병을 앓고 있는 칭(수치)은 약물 부작용으로 한쪽 눈마저 실명한 상태다. 클럽 가수인 칭은 매일 그녀를 카메라에 담는 첸(장전)과 밀애를 나눈다. 양성애자인 칭에게는 함께 사는 여자친구가 있고, 첸에게도 애인이 있다.

"청춘의 꿈"은 불안정한 사랑을 담았다. 컴컴한 복도와 시끄러운 술집의 음악소리, 한없이 질주하는 오토바이 등은 사랑마저 혼란스러운 현대의 젊은이들을 대변한다.

"쓰리 타임즈"의 강점은 "사랑한다"는 대사 한마디 없이 사랑의 감정을 전달하는 감독의 탁월한 연출력에 있다. 감독은 배우의 표정에, 손짓에, 음악에 더 큰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다. 그래서 대사로 표현되는 사랑 이야기보다 더 울림이 크다.

수치ㆍ장전 등 두 주연배우의 자연스런 연기도 영화의 완성도에 큰 힘을 보탠다.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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