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드림걸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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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드림걸즈
  • 윤종원
  • 승인 2007.02.08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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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아카데미상 후보 중 뮤지컬 영화 "드림걸즈"는 단연 눈에 띈다. 총 6개 부문에서 8개의 후보지명을 받아 최다 부문 후보작이 됐다. 그러나 불운하기도 하다. 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연상 등 주요 부문에서는 후보지명을 받지 못했기 때문.

그럼에도 남녀 조연상 후보에 오른 에디 머피와 제니퍼 허드슨의 존재감이 뚜렷하다. 특히 감독 스스로도 제니퍼 허드슨에 대한 빚을 갚으려는 듯 자막이 올라갈 때 별도의 팁으로 그를 소개한 것에서 알 수 있듯 제니퍼 허드슨은 조연이라고 하기엔 미안할 정도다. 뮤지컬로 따지자면 커튼콜을 세계적인 톱스타인 비욘세가 아닌 제니퍼 허드슨이 한 것.

비욘세가 이 영화에 출연했다는 것이 놀랍다. 그가 맡은 디나는 프로듀서의 철저한 기획 속에 만들어진 상품이며, 그 이유는 노래를 잘해서가 아니라 얼굴이 예쁘고 백인들이 좋아할 만한 말라깽이 몸매를 가졌기 때문이며, 목소리에 아무 개성이 없기 때문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대사 속에 들어간다. 물론 영화 마지막 부분 진정성을 담은 노래와 인간애를 보여줌으로써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세계적인 톱스타라면 흠칫 물러섰을 배역을 기꺼이 해낸 비욘세의 용기는 높이 살 만하다.

그렇지만 관심은 아무래도 제니퍼 허드슨에게 쏟아진다. 6개월 동안 무려 780명이 거쳐간 오디션에서 발탁돼 첫 영화 "드림걸즈"로 단박에 골든글러브 여우조연상, 버라이어티 선정 "주목할 만한 배우 10"에 뽑히며 아카데미상 조연상 후보에도 오르는 등 말 그대로 그는 "드림걸즈"를 통해 "꿈을 이룬 여자"가 됐다.

흑인 특유의 발라드 선율에 마음을 담아 부르는 그의 노래들은 "드림걸즈"에 빠져들게 하는 큰 이유. 특히 "And I"m telling you"를 부르는 장면은 전율이 느껴질 정도다.

여기에 에디 머피의 능수능란한 연기와 노래를 보고 듣는 맛도 유별나다. 두 배우 모두 조연 이상의 역할을 영화에서 해줬다.

뮤지컬 영화 "시카고"의 각본을 맡았던 빌 콘돈 감독은 스타 탄생의 과정을 통해 각자의 꿈을 향한 열망과 욕망을 담았다.

인종차별이 여전히 극심해 흑인은 흑인만의 무대에 서야 했던 1960년대, 노래 잘하는 흑인이 스타가 되는 과정은 힘겹기만 했다. 차별과 편견을 뛰어넘는 과정이 지극히 현실적이며, 꿈을 이룬다는 대의명분으로 차별받았던 자가 차별하는 위치에 올랐을 때 얼마나 더 비열해지는지도 외면하지 않고 드러낸다.

"드리메츠(dreamettes)"라는 예명으로 매번 오디션에 출전하나 아무런 "빽"이 없어 번번이 떨어지는 에피(제니퍼 허드슨), 디나(비욘세), 로렐(애니카 노니 로즈). 꿈 많은 소녀인 이들은 한 오디션장에서 캐딜락 딜러이자 프로듀서를 꿈꾸는 커티스(제이미 폭스)를 만난다.

커티스는 이들에게 갑자기 펑크난 흑인 스타 지미 선더 얼리(에디 머피)의 코러스를 제안하고 세 소녀는 우상의 뒤에 설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환호한다.

커티스는 지미와 드리메츠를 통해 자신의 야망을 실현시키려 한다. 에피의 동생인 작곡가 씨씨(케이슨 로빈슨)가 작곡한 노래를 백인 가수가 표절하자 캐딜락을 판 돈으로 DJ들을 매수해 흑인의 노래가 라디오 방송에 처음 나갈 수 있도록 로비한다.

방송에 입성한 후 백인들만이 선다는 라스베이거스 쇼무대에 이들을 세우는 등 커티스는 착착 계획대로 더 큰 무대로 향해간다.

커티스는 드리메츠를 지미와 결별시켜 "드림스"라는 여성 트리오를 기획한다. 그러나 메인 보컬은 지금까지 해왔던 에피가 아닌 디나. 뚱뚱하고 목소리에 개성이 강한 에피보다는 늘씬하고 편안한 목소리의 디나가 백인들의 시선을 더 끌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에피는 거세게 저항하지만 꿈을 이루고 싶다는 씨씨, 우린 한 가족이라고 말하는 디나의 설득으로 그룹에 잔류한다.

드림스는 폭발적인 인기를 모은다. 전세계적으로 비틀스 못지않은 인기를 누릴 정도.

그러나 사랑하는 커티스가 점점 더 외면하는 데다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디나에게만 쏠리자 소외감을 느낀 에피는 결국 팀을 떠나고 만다.

커티스는 디나를 통해 이제는 야욕처럼 변질된 꿈을 실현하려 한다. 디나와 커티스는 결혼까지 하지만 디나는 커티스의 꼭두각시나 다름없으며, 유명 작곡가가 된 씨씨는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유행에 맞춰 편곡된 노래를 지켜봐야 한다. 화려한 영광을 잊지 못하는 지미는 약물중독자가 돼간다.

커티스의 딸을 낳고 혼자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에피는 지미의 전 매니저 마티를 만나 재기를 꿈꾼다.

"드림걸즈"는 의미적절한 노래로 이들의 욕망과 좌절을 담는다. 성공의 본질을 깨닫게 하는 이야기에 공감의 폭이 크다. 또한 뮤지컬의 특징을 표현해낸 조명 솜씨는 눈여겨볼 만하다.

백인이 쌓아놓은 공고한 벽을 흑인이 깨뜨리는 내용이지만 여전히 그 벽은 깨지지 않았을까. 최다 부문에 후보를 냈음에도 작품상 후보에 오르지 못한 건 백인들에게 친숙하지 않은 흑인들의 노래였기 때문일 것이라는 관측이 할리우드에서 나오기도 했다.

22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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