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무지개 여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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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무지개 여신
  • 윤종원
  • 승인 2006.11.1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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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이 슌지 감독 기획제작

사랑을 이어준다는 무지개 여신 아이리스를 생각하면 영화 "무지개 여신"(감독 구마자와 나오토)의 제목은 역설적이다.

그렇지만 그 역설 속에는 이뤄진 사랑보다 더 아름다운 짝사랑의 애절함이 숨을 쉬고 있다.

영화는 영상 프로덕션에서 일하는 도모야(이치하라 하야토)가 미국 유학을 떠난 친구 아오이(우에노 주리)의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시작된다. "무지개 여신"은 도모야의 회상을 축으로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도모야와 아오이의 사랑의 감정선을 따라 흘러간다.

대학생 도모야는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다가가려고 그녀와 같은 레코드숍에서 아르바이트하는 아오이에게 접근한다. 대학 영화동아리 회원인 아오이는 비싼 필름값을 벌기 위해 내키지는 않지만 도모야를 위해 사랑의 큐피드가 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아오이의 노력은 물거품이 돼 버리고, 이후 두 사람은 친구가 된다. 아오이는 자신의 첫 연출작 "디 엔드 오브 더 월드(The End of The World)"를 촬영하면서 도모야를 남자주인공으로 캐스팅한다. 엉겹결에 영화에 출연하게 된 도모야는 이후 아오이에게 연애상담도 하고, 아오이와 그녀의 눈먼 여동생 가나(아오이 유)와 여름 신사(神社) 축제에도 동행한다.

졸업 후 영상 프로덕션에 취직한 아오이는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하고 돌아오라"는 선배의 충고에 따라 미국 유학을 결심하고, 도모야는 아오이의 추천으로 그녀의 일자리를 물려받는다.

"무지개 여신"은 아오이가 비행기 추락사고로 숨진 뒤 밝혀지는 그녀의 첫사랑이자 짝사랑에 대한 이야기다. 영화는 두 사람의 에피소드를 통해 아오이의 감정 변화를 살짝살짝 들추며 관객의 감정선을 자극한다. 관객은 실체는 있지만 잡히지 않는 무지개처럼 사랑을 잡고 싶지만 용기가 없는 아오이의 애타는 마음을 가슴으로 공감하게 된다.

"무지개 여신"의 장점은 지극히 일상적인 언어로 사랑의 깊이를 충분히 우려냈다는 점. 가슴을 후벼 파는 대사 한마디 없이 녹차 맛처럼 담백하지만 사랑의 울림은 깊고 크다.

도모야가 아오이의 집에서 만나는 러브레터는 그녀의 사랑의 깊이를 오롯이 담아낸다. 도모야의 연애편지를 대필했던 아오이가 그 편지 뒷면에 남긴 메모는 눈물을 고이게 할 만큼 애달프다.

"우유부단한 점도 좋아. 끈기없는 점도 좋아.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 점도 좋아. 둔감한 점도 좋아. 웃는 얼굴이 가장 좋아."
"무지개 여신"은 "러브레터" "하나와 앨리스"로 많은 사랑을 받은 이와이 슌지 감독이 기획제작한 작품. "러브레터"에서 보여준 그의 서정적인 감성은 이 영화에도 그대로 녹아난다. 풋풋함과 애절함이 묻어나는 우에노 주리의 연기력을 만나볼 수 있다.

30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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