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방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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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방문자
  • 윤종원
  • 승인 2006.11.14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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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애틀 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

영화 "방문자(Host & Guest)"(제작 LJ필름)의 신동일 감독은 지난 2월 열린 베를린 국제영화제의 포럼 부문에 초청돼 "한국의 우디 앨런"이라는 닉네임을 얻었다.

"영원한 뉴요커" 앨런이 자신을 희화화한 인물을 통해 웃음 속에 날카로운 풍자를 담아냈던 것처럼 신 감독 또한 속물이 돼 살고 있는 386세대 호준(김재록)을 통해 유머를 매개로 정치 풍자와 종교적 소수자 차별 등 사회문제에 깊숙한 시선을 던진다.

유머를 밑바탕에 깔고 쉬운 언어로 메시지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은 영화 "방문자"가 지닌 최고의 미덕.

영화는 세상 일에 불만투성이인 냉소적 지식인 호준과 "바른생활" 전도청년 계상(강지환)이 우연한 사건으로 만나 소통하게 되면서 각자의 삶에서 주인이 돼가는 과정을 담았다.

이혼당하고 시간강사 자리마저 잃은 호준은 꼬이기만 하는 인생을 모두 세상 탓으로 돌리고 원룸에 틀어박힌 채 혼자 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고장난 문고리 때문에 욕실에 갇히는 사고가 일어난다. 이때 전도를 목적으로 호준의 집을 방문한 계상이 그를 구하게 된다. 계상은 이단으로 취급받는 기독교계 한 종교의 방문 전도사다.

세상만사에 대해 불평하며 모든 사람에게 공격적으로 대하는 호준이지만 생명의 은인인 계상에게는 퍽퍽한 태도를 누구러뜨릴 수밖에 없다. 호준은 술집영화관노래방 등 늘 혼자 다니던 곳에 계상을 데려간다. 그러나 닮은 구석이라고는 하나 없는 두 남자는 삐걱거리기 일쑤다. 호준은 가는 곳마다 동창극장직원택시 합승자 등과 시비에 싸움질이다. 계상은 그런 그를 말리고 다독인다.

"방문자"는 세상의 중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의 이야기다. 호준은 이혼의 상처와 실직으로 세상에 대한 마음을 문을 닫는다. 계상은 특정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괴외교사 일마저 잃는다.

호준과 계상은 각기 다른 이유로 세상에서 "방문자"처럼 살지만 둘의 만남은 이들을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게 만드는 계기가 된다. 세상의 시선에서는 "방문자(Guest)"일지 몰라도 자신의 삶에서는 "주인(Host)"이 돼가는 두 사람을 통해 감독은 "주인"의 진정한 의미를 묻고 있다.

호준과 계상을 연기할 수 있는 다른 배우가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두 인물을 훌륭하게 소화해 낸 김재록과 강지환의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올해 시애틀 국제영화제 심사위원대상 수상작이기도 한 "방문자"는 15일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단관 개봉된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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