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루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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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루지2
  • 윤종원
  • 승인 2006.11.1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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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온 시리즈의 시미즈 감독 신작

공포영화 시즌도 아닌 늦가을에 웬 공포영화? 그래도 "주온" 시리즈를 연출한 시미즈 다카시 감독의 신작이라면 귀가 솔깃할 만하다. "주온" 시리즈에 매혹된 관객이라면 기대감이 더 클 것은 뻔한 사실.

그렇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속담이 있지 않은가. 뚜껑을 연 시미즈 감독의 신작 "그루지2(The Grudge2)"는 답습의 미덕(?)으로 공포영화의 기본인 의외성이나 기괴함을 익숙함으로 바꿔버렸다.

"그루지2"는 "주온"을 모태로 한 영화다. "주온"에 이어 "주온2"를 성공시킨 시미즈 감독은 미국으로 건너가 공포영화 전문영화사인 고스트하우스픽처스에서 "그루지"와 "그루지2"를 만들었다.

"주온" 시리즈와 "그루지" 시리즈에 나오는 귀신은 모두 모자(母子) 귀신인 가야코와 도시오다. 가야코의 남편은 가야코와 아들 도시오를 살해했고 모자의 원한이 이들을 귀신으로 만들었다는 설정이다.

"그루지2"의 무대는 일본 도쿄와 미국의 시카고. 세 가지 에피소드가 병치돼 진행된다.

에피소드 하나. 미국에 사는 오브리(앰버 탬블린)는 일본에 교환학생으로 가 있는 언니 캐런(세라 미셸 겔러)이 의문의 사고로 입원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도쿄로 향한다. 뭔가에 홀린 듯 보이는 캐런은 이상한 말만을 되풀이하다 옥상에서 몸을 던져 자살한다. 오브리는 자살의 원인을 파악하려고 언니가 당한 사고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신문기자 이슨(천관시陳冠希)을 찾아간다. 이슨을 만난 오브리는 언니의 자살 원인이 귀신이 살고 있다는 폐가와 관련돼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에피소드 둘. 도쿄에 있는 국제학교에 다니는 촌스러운 "왕따" 엘리슨은 버네사와 미유키처럼 학교 "일진"에 끼고 싶어하지만 쉽지 않다. 엘리슨의 계속되는 부탁에 일진 아이들은 미스터리한 살인사건과 의문의 실종사건이 벌어진 귀신 들린 집에 다녀오면 자신들의 그룹에 끼워준다고 약속한다. 결국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엘리슨도 버네사미유키와 함께 그 집을 방문하게 된다.

에피소드 셋. 어리고 소심한 제이크는 아버지가 트리시를 새엄마로 맞겠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새엄마와 잘 지내는 누나도, 서로 왕래를 하지 않는 이웃들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랫동안 비어 있던 옆집에 그 집 식구들이 돌아온다. 이후 밤마다 옆집에서는 기괴한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다.

"그루지2"는 한계효용 체감의 법칙을 무시한 영화다. 고등학교 교과서에 등장하는 이 법칙은 일정한 기간 소비되는 재화의 수량이 증가할수록 추가분에서 얻는 한계효용은 점차 들어드는 경향을 뜻한다. 다시 말해 떡을 처음 먹을 때보다 같은 떡을 두 번째 먹을 때 그 만족도가 감소한다는 것.

영화 "그루지2"는 공포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무서움을 주는 요인을 반복함으로써 공포감을 반감시킨다. 극장에서 "주온" 시리즈를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TV를 통해 이미 익숙해져 있는 모자 귀신 가야코와 도시오가 똑같은 모습과 똑같은 행동으로 등장하면 얼마나 무서워할까. "그루지2"를 보는 관객은 공포스러운 음악이 깔리면 이미 똑같은 모습의 이들 모자가 나타날 것을 예상한다. "또 나타나는군"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

수입사는 "그루지2"의 묘미로 세 가지 에피소드가 교묘하게 엮이는 구성을 꼽고 있다. 그렇지만 이를 관객 대부분이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이는 훌륭한 연출이라고 할 수 없다.

영화 속 일본 무속 전문가는 영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반면 촌부인 가야코의 어머니가 현지인의 발음으로 유창하게 영어를 구사하는 장면은 실소를 자아낸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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