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상태바
영화 -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
  • 윤종원
  • 승인 2006.11.03 1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백윤식과 봉태규가 만난 코미디 영화. 일단 구미가 확 당긴다. 하지만 두 배우의 조합에 기대가 컸을까. 보고 나면 쓴 입맛만 다셔진다.

영화 "애정결핍이 두 남자에게 미치는 영향"(감독 김성훈, 제작 투모로우엔터테인먼트아이러브시네마)은 에피소드의 나열이다. 원작인 전은강의 동명소설은 수많은 에피소드를 글로 풀어내며 경쾌한 신세대 감각을 평가받았던 작품. 그런데 이를 영상으로 옮겼더니 퉁퉁 끊어치는, 매끄럽지 못한 피아노 소리처럼 불편하다.

홀아버지 동철동(백윤식 분). 두루마리 화장지의 길이를 일일이 자로 재 불량품을 고발하고, 초콜릿이 들어 있지 않은 "○○볼"을 골라내 항의 전화를 하고, 비오는 날 폐수를 방출하는 악덕기업을 적발해 생계를 유지한다. 개미가 주워가는 빵 부스러기도 아까워할 만큼 "짠돌이".

아들 동현(봉태규)도 이에 못지않다. 아버지를 마치 친구처럼 대하는 아들은 아버지를 경쟁자로 여긴다. 그런 부자 앞에 이혼녀 미미(이혜영)가 등장하며 이들의 경쟁은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펼쳐진다.

아버지를 이불에 꿰매 넣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똑같은 수법을 쓰는 한편 밥도 주지 않는다. 이에 대한 아들의 복수는 양파마늘고추장식초겨자 등을 듬뿍 넣은 다진 양념팩. 피부가 홀랑 벗겨진 아버지는 아들을 존속 살인 혐의로 고소한다.

아버지는 아들을 여자를 채가려는 남자로만 보며,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극도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보이는 듯하다.

"토일렛 유머"라고 하기엔 보기에 섬뜩하다. 이들의 전쟁을 지켜보며 나오는 웃음은 헛헛하다.

여자 쟁탈전을 벌이는 남자 대 남자의 대결 구도. 영화는 마지막까지 아버지와 아들의 인간적 면모는 보여주지 않은 채 시종일관 노선을 유지한다. "굳이 이 영화에서 교훈을 바랄 필요 없다"는 듯한 주장은 김 감독이 제작보고회에서 말한 "영화를 보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한번쯤 되새겨볼 수 있는 영화가 됐으면 한다"는 소망과 배치된다. 뭘 되새겨야 하는지 당혹스럽다.

모처럼 "멘토" 역에서 벗어나 제대로 코미디 연기를 해봤다는 백윤식에 대한 아쉬움이 진하다. 영화계에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묵직한 존재감으로 다가왔던 배우 백윤식이 빈번한 출연으로 거푸 소진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1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