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의보 제대로 보장하나
상태바
민영의보 제대로 보장하나
  • 윤종원
  • 승인 2006.10.31 18: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보험업계가 민영의보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무엇일까.

기존 보험상품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민영의보 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라고 판단하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실제로 민영의보는 1980년대 암보험 상품 출시 이후, 1990년대 중반 특정질병보험, 2000년대 치명적 질병보험(CI보험), 2005년 8월부터 허용된 생명보험사의 실손형 민영의보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증가해 보험업계의 주력 상품으로 자리잡고 있다.

텔레마케팅(TM), 사이버 마케팅(CM), 홈쇼핑 등 이른바 새로운 유통채널을 통해 판매되는 민영의보 상품이 수두룩하다는 점은 보험업계가 민영의보에 얼마나 정성을 기울이고 있는지 잘 보여준다.

하지만 민영의보는 보장성이 형편없이 떨어진다는 소비자의 불만을 꼬리표처럼 달고 다니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민영의보 상품의 보장성은 "보험료 대비 혜택"에 해당하는 "지급률"(손해보험의 경우 손해율)과 개별 보험상품의 보장 내역의 포괄성, 충실성 등의 척도로 평가할 수 있다.

먼저 가장 중요한 지급률이 낮다. 보험개발원 통계에 따르면 2003년 현재 생명보험의 민간의보 지급률은 62.1%에 불과하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 등 선진국의 경우 80%대의 지급률을 유지하고 있는 점과 비교해 볼 때 보장성 수준이 20% 포인트 가량 낮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쉽게 설명해 민영의보 가입자가 100원의 보험료를 냈다면, 62원 정도 밖에 보장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보험료에서 차지하는 민영의보의 관리비 비중이 공보험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공보험과는 달리 막대한 영업비와 광고비를 사용하는데 따른 결과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보험업계의 사업비 비율은 보험사와 상품에 따라 편차가 크지만 통상 보험료의 10%에서 70%까지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민영의보는 개별 보험상품의 보장 내역에서도 많은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발생빈도가 높은 다빈도 질환이나 시술은 보장항목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비합리적으로 적은 보험료만 지급하는 경향이 지배적이라는 것이다.

이를 테면 중풍을 보장한다고 판매해 놓고는 뇌졸중 중에서 겨우 25% 정도만 차지하는 뇌출혈만 보장하고, 나머지 뇌경색이나 기타 뇌혈관질환은 보장항목에서 누락시키는 식이다.

또 1980년대 일본에서 사용하던 오래된 수술분류표를 여태껏 사용하면서 약관 규정을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해 새로 개발된 의료시술은 보험료 지급대상에서 빼는 게 다반사이다.

이와 함께 보험업법은 생명보험협회와 손해보험협회가 상품비교 정보를 공시하도록 하고 있지만, 일반 국민 입장에서는 개별 상품을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형태로 내용이 복잡하게 구성돼 있을 뿐 아니라 이 조차도 제대로 공시되고 있지 않은 등 상품 정보 제공 기능이 극히 취약하다는 지적이다.

의료산업선진화위원회에서 실손형 민영의보가 법정 본인부담금을 보장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은 이 같은 민영의보의 문제점을 충분히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는 평가이다.

실손형 민영의보는 실제 진료.치료비 가운데 환자가 내는 돈(본인 부담금)을 실비 기준으로 보장해주는 보험으로 환자 본인부담 크기와 관계없이 사전에 계약된 보험금만 지급하는 암보험 등 기존의 정액형 민영의보와는 성격이 다르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과 심각한 갈등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환자 본인부담금을 보상함으로써 환자의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 이용을 증가시키는 등 "도덕적 해이"현상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공보험인 국민건강보험의 의료비 지출도 덩달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해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건전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는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세계 각국이 공통으로 겪은 경험이며, 더 이상 논쟁거리도 아니라는 게 복지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프랑스의 경우 실손형 민영의보 가입자의 의료비 지출이 미가입자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2004년에 나온 "프랑스에서의 의료이용과 비용에 민간보험이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사회경제적, 인구학적 특성과 건강상태 등을 통제한 상태에서 분석한 결과, 민영의보 가입자의 86% 이상이 한 달 이내에 병.의원을 외래 방문해 진료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본인부담 전액 또는 일부를 보장하는 민영의보는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을 야기할 수 있다며 "피해야 할 민영의보 유형"으로 지적하고 있다.

보건의료시민단체 등에서는 보험업계가 정부의 민영의보제도 개편방침에 반발하기에 앞서 민영의보 가입자에게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실질적인 선택권을 보장하고, 보장성을 개선하는 등 고객 만족에 더욱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고 따끔하게 꼬집고 있다.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