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프레스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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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프레스티지
  • 윤종원
  • 승인 2006.10.2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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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법 같은 마술 세계, 프레스티지

마술사(magician)와 마법사(wizard)는 차원이 다르다. 전자는 눈속임으로 관객을 현혹하는 사람이고, 후자는 마술을 현실로 바꾸는 사람이다(사실 "사람"이라고 불러도 되는지 의심스럽긴 하지만).

"프레스티지"는 마법사는 아니지만 관객에게는 마법사처럼 보이고 싶은 열정적인 마술사들의 이야기다. 그래서 스크린에서는 마법 같은 마술의 세계가 펼쳐진다.

영화는 마술이 황금기를 구가했던 1900년대 영국 런던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당시 마술의 인기는 상류층에서도 마술사가 태어나게 했고, 하룻밤에 5~6개 극장에서 마술쇼가 열렸다.

상류층 출신의 쇼맨십 강한 마술사 로버트 앤지어(휴 잭맨 분)와 고아로 자라 거친 성격의 앨프리드 보든(크리스천 베일)은 뛰어난 마술사를 꿈꾸는 선의의 경쟁자. 그러나 보든의 욕심으로 수중마술이 실패로 돌아가고 그 와중에 앤지어의 아내가 죽으면서 둘은 원수지간이 된다.

각자의 길을 걷던 어느 날 보든이 마술의 최고 단계인 순간이동 마술을 선보이자 질투심에 불탄 앤지어 역시 순간이동 마술을 완성한다. 그러나 보든의 순간이동 마술이 훨씬 완벽하다고 생각한 앤지어는 보든 마술의 비밀을 캐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그는 자신의 연인이자 조수인 올리비아(스칼릿 조핸슨)를 보든에게 첩자로 보내는데, 그에 상처를 받은 올리비아는 반대로 보든의 연인이 되고 만다.

마술의 비밀을 찾아내는 과정은 흥미로운 스릴러다. 각종 복마전이 판을 치고 앤지어와 보든은 사이사이 살 떨리는 복수전을 펼친다. 상대방 마술의 비법을 알아내려는 둘의 질투심과 욕망은 목숨마저 걸게 하며 끝내 서로의 삶을 파국으로 몰아간다.

"메멘토" "배트맨 비긴즈"를 통해 기묘하면서도 섬뜩한 미스터리에 대한 재능을 과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이번에도 현실과 환상, 상상 사이의 경계를 교묘하게 무너뜨리며 "마술의 비밀"에 대한 궁금증을 끝까지 가져가는 데 성공했다.

여기에는 실제 당시에 활동했던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등장도 한몫 단단히 한다. 에디슨의 조수로 일했으나 결별한 후 경쟁자가 된 테슬라는 혁신적인 발명가이자 과학자. 그는 극중 앤지어가 순간이동 마술을 위한 기계발명을 부탁하는 대상으로 등장한다. 신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테슬라와 그의 발명은 영화에 상당한 무게를 실어준다.

놀란은 또한 앤지어와 보든의 꼬리에 꼬리를 무는 복수전과 경쟁심리를 둘의 일기를 읽어내려가는 내레이션을 통해 표현함으로써 진실 추적을 향한 흥미를 배가시킨다. 그런데 기껏 읽은 일기가 거짓이었다면?
화려한 마술의 세계 못지않게 화려한 출연진 역시 이 영화의 강점. 주인공인 휴 잭맨과 크리스천 베일을 비롯, 최고의 주가를 날리고 있는 스칼릿 조핸슨과 가수 겸 배우 데이비드 보위, "골룸"의 앤디 서키스 등 면면들이 환상적이다.
이렇듯 여러가지 면에서 이 영화는 무척 흥미롭다. 그러나 놀란은 뛰어난 재능만큼 항상 지적받듯 이번에도 파워가 부족했다. 128분의 러닝타임 동안 매순간 반전이 도사리고 있다고 생각해보시라. 최후의 반전이 흐지부지돼버릴 수 있는 다분히 위험한 설정이다. 제 아무리 완벽한 트릭일지라도 과신하면 안되는 법.

제목 "프레스티지"는 사전적 의미와 달리 "신의 경지에 도달한 마술의 최고 단계" 혹은 "순간이동 마술에 사용되는 이동수단"을 뜻한다.

11월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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