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녀는 날 싫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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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녀는 날 싫어해
  • 윤종원
  • 승인 2006.10.2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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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ㆍ풍자 버무린 "그녀는…"

관객은 스파이크 리 감독에게 무엇을 기대할까? 인종차별에 대한 통렬한 풍자? 직설법에 가까운 현실비판? 이를 아우르는 무거운 메시지?

"똑바로 살아라" "정글피버" "말콤X" 등의 영화를 통해 인종섹스정치 문제를 날카롭고 매섭게 풍자했던 리 감독이 새 작품을 들고 한국 관객을 찾아왔다.

영화 "그녀는 날 싫어해(She Hate Me)"가 그것. 제목부터 어딘지 전작들과는 다른 냄새를 풍기는데 장르 또한 리 감독의 주 장르가 아닌 코미디다. "리 감독이 코미디물을 잘 찍을 수 있을까" 의아해 하는 관객이 많은 터. 그러나 모든 결과는 뚜껑을 열어보고 판단해야 하지 않겠는가.

꿀단지 속에 무엇이 들어 있을까 궁금한 관객에게 먼저 귀띔하면 꿀단지 속에는 정말 "꿀"이 들어있다는 것이다.

리 감독은 코미디도 "폼나게" 잘 만들었다. 2시간여 동안 신나게 웃다가 묵직한 메시지를 들고 극장 문을 나설 수 있다면 관람료 7천원의 값어치는 충분히 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하버드대 경영학 석사(MBA) 출신으로 제약회사 중역인 존(앤서니 마키)은 상사의 부적절한 비리를 폭로했다가 해고당한다. 밀고자로 낙인찍혀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게 된 존은 이제 생계를 꾸려가는 것조차 어려운 상황. 이때 코 골고, 팬티는 아무데나 벗어던지고, 스포츠 채널만 보는 그를 못 참겠다며 차버렸던 전 애인 파티마(케리 워싱턴)가 그녀의 여자친구 알렉스와 함께 찾아온다. 레즈비언 커플인 이들은 돈을 줄 테니 임신을 시켜달라고 요청한다.

"말도 안된다"며 펄쩍 뛰던 존은 파티마와 알렉스가 "수억 개 정자 중에 딱 2마리만 달라는 건데…"라며 계속 설득하자 끝내 제안을 받아들이기로 한다. 돈이 궁했기 때문. 소문은 삽시간에 퍼지고 아기를 원하는 성공한 레즈비언들이 줄줄이 그를 찾기 시작한다.

"그녀는…"는 존의 정자 제공 사업을 큰 줄기로 삼아 전개된다. 전 여자친구 파티마를 비롯한 18명의 레즈비언들과의 성관계가 영화의 백미. 존의 얼굴을 한 정자들이 헤엄쳐 각 레즈비언의 얼굴을 한 난자와 결합하는 장면이나, 성관계를 하면서 여성들이 보이는 특이한 행동은 배꼽을 잡게 한다.

관계를 맺기 전 "아들을 낳아야 한다"며 존에게 닭발을 먹인 뒤 기(氣)를 모으는 중국계 레즈비언이나, 관계를 갖기 전 자신이 가수라면서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는 흑인 레즈비언, 결벽증 때문에 동침하기 전에 손톱검사부터 하는 백인 레즈비언 등이 화면을 가득 채운다.

또한 존의 상상을 통해 워터게이트 사건을 폭로했던 워터게이트건물 경비원 프랭크 윌리스를 등장시키는 정치 풍자도 잊지 않았다. 상사의 부조리를 폭로한 뒤 궁지에 몰리는 존과 윌리스를 대비시키며 미국을 구한 선량한 시민을 "껌처럼 씹어 버리는" 미국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존 역할을 맡은 앤서니 마키의 연기가 인상적이고, 조연으로 출연한 모니카 벨루치우디 해럴슨의 연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1월2일부터 단성사, CGV상암강변, 메가박스 코엑스, CQN명동 등 서울시내 5개 상영관에서 만날 수 있다.

18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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